조선시대 광해군 2년(1610)에 허준(許浚)은 ‘동의보감(東醫寶鑑)’ 25권 25책을 완성하였다. 국민들이 알고 있듯이 ‘동의보감’은 그 학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실용적 가치와 역사적 의의도 지니고 있으며,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의 실증적 자세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지금도 그 가치가 임상적으로 높다. 특히 중국의학과 다른 우리나라 한의학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책으로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 정(精)·기(氣)·신(神)을 중요시하였다.
그 개념을 살펴보면 우리가 만져서 느끼는 몸은 정(精)으로 구성되고, 몸에서 살아 활동하는 기능을 기(氣)라고 하며, 사람으로서의 감정과 생각하는 의식을 신(神)이라고 한다. 정·기·신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꼭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몸의 구성단위를 세포라고 말하는데 사실 세포가 살아가면서 생명력을 보여 주려면 정·기·신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생명체는 정·기·신이 갖추어져 있고, 이에 따른 생명현상들이 나타나며 인간은 이 요소가 부족하게 되는 경우 질병에 걸린다.
한의학에서는 정·기·신 중에 기에 대한 관찰을 통해 생명력의 변화를 알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활기찬 사람의 목소리는 힘 있고 맑은 소리를 내지만 기운이 빠진 나약한 사람은 목소리에 힘이 없어 기어들어가고 적은 소리를 낸다. 우리가 전화로 상대편의 목소리만 들어도 기가 센지, 기가 빠져 약한지를 바로 알아낼 수 있듯이 한 사람의 목소리, 행동, 자세 등을 관찰하면 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기가 약해진 상태가 오래되면 자연히 정과 신도 영향을 받아 몸과 마음이 허약하게 되어 작은 소리에도 깜짝 깜짝 잘 놀라고, 기후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감기도 잘 걸린다. 그러므로 정·기·신을 보물같이 귀하게 여겨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타고난 수명을 지켜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이를 유지하는 많은 방법을 ‘동의보감’에서는 도인법(導引法)이라고 하여 정·기·신을 보전하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12가지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
①머리카락을 자주 빗는다 ②얼굴을 자주 두드린다 ③눈을 자주 움직인다 ④귓볼을 자주 만져준다 ⑤혀를 자꾸 입안에서 굴려준다 ⑥치아를 자주 두드린다 ⑦침은 삼킨다 ⑧탁한 것은 버린다(가래 등) ⑨등을 따뜻하게 한다 ⑩가슴을 보호한다 ⑪배를 자주 문지른다 ⑫항문을 안으로 끌어들인다 등이다. 이 방법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활한다면 장수의 비결을 항상 지니고 다닌다고 할 수 있다.
글 : 정경용 원장 (청주시한의사협회 홍보위원, 정경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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