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전형의 대폭적인 확대로 내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형에 따라 내신의 영향력이 미미한 경우도 있지만 수시중심 입시에서 내신성적은 입시의 첫 관문을 뚫기 위한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시준비의 첫 출발은 내신’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내신관리가 곧 입시준비로 여겨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시험의 난이도도 상승하고 있다.
분당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수능보다 내신성적 받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올해부터 40%이상 확대된 서술형과 새롭게 논술형 문항이 출제되기 시작했고, 고교별로 수능형 문제도 일반화되는 분위기다. 내일신문에서는 2013년 첫 중간고사 영어, 수학, 국어 문제를 토대로 분당지역 고교 내신의 새로운 출제 경향을 과목별로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수학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서술하고 논술하라
서,논술형은 1~3세트형 대세, 1~2등급 가르는 심화형 문제잡아야
서술ㆍ논술형 문항이 35%이상 반드시 출제토록 하면서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수학도 학교별로 최소 35~45%수준에서 서술형이 출제됐다. 실제로 이번 중간고사 문항을 학교별로 분석해보면 객관식 배점이 최대 55점에서 최하 30점까지로 객관식비중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평고등학교 오혜미 교사는 “서·논술형 문항이 확대되었지만 문제 자체의 난이도가 높다기보다는 낯선 유형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학생들 체감적으로 어렵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객관식과 주관식 중심으로 출제되는 수능과는 달리, 내신은 서술ㆍ논술형 문항 출제비중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므로 앞으로 학교 시험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디수학 이승호 원장은 “분당지역 대부분의 중간고사 수학시험 문제를 분석해본 결과 큰 틀에서 1.서술형 확대와 논술형 등장, 2.객관식 난이도 상승, 3.교과 중심 출제 등의 특징이 두드러졌다”고 강조했다.
서술형 1~3세트형 문항 많고, 채점기준 까다로워져
매년 5% 이상씩 확대되어 온 서술형 문항은 초기 기본서술형에서 단계서술형 이른바 ‘세트형문항’으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중간고사에서도 ‘값을 구하고 그 과정을 서술하라’는 식의 기본 서술형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낙생고, 서현고, 중앙고, 늘푸른고 등 많은 학교에서 단계서술형 문제를 출제했다.
오르비수학 김호근 원장은 “객관식을 주관식을 서술하는 형태에서 서술의 엄밀성으로 요구되는 상황으로 서술형이 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세트형 문항은 서술과정에 정확성을 기할 수 있고, 평가가 용이하다 장점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평고 오 교사는 “명확하게 답이 있는 객관식 문항에는 부분점수를 주거나 깎을 수 없지만 서술형 문항, 특히 1~3문제로 구성된 세트형 문항은 수학적 아이디어와 사고과정에 부분점수를 주기위한 면이 크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술형 문항에서 점수를 깎이지 않으려면 주어진 조건맞도록 서술해야 한다. 배점이 높은 만큼 채점기준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올해 수학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지지 않았음에도 점수받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지디수학 이승호 원장은 “올해는 학교별로 객관식에서 이른바 ‘100점방지용 문제’인 심화형 문제는 줄어들었으나 학생들의 성적은 오르지 않은 이유는 서술형 채점기준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라며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식을 세워서 풀이하고 답을 도출해야 하는데 주어진 조건을 무시해 감점받은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논술형, 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합리적인 과정과 결과 도출하도록
몇몇 고교에서 논리적 추론적 사고를 요구하는 논술형 문제가 출제된 것도 올해 내신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논술형은 주로 변화하는 수학교육의 흐름에 따른 실생활 연계형 문제로, 지문으로 상황을 제시해 주고 수학적 아이디어를 활용해 판단하도록 하는 유형이다.
보평고 오 교사는 “주로 판단을 요하는 문제로 판단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하는 논술형 문항의 특징상 학생의 판단을 반영한 것이 기본”이라며 “여러가지 상황을 제시해 주고 맥락에 따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지, 이를 바탕으로 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합리적인 과정과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수학이 단순 계산만으로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에 적용하고 활용함으로써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것이 변화하는 수학교육의 목표인 만큼 앞으로 논술형 문항은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디수학 이 원장은 “작년에는 극히 일부분의 학교에서만 출제됐으나 올해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증명하는 형태의 논술형 문항이 출재됐다”며 “올해 특징적인 것은 서술형과 연계한 논술형이 대부분이고, 교과서와 수학 익힘책의 주요개념을 토대로 명제가 참임을 증명하는 형태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오르비수학 김 원장은 올해 서술형 문항의 특징을 ‘서ㆍ논술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하며 “‘기본형, 세트형’ 또는 ‘기본형, 논술형’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객관식, 변별력 높은 심화형 문제 평균 2~3개 출제
보통 수능은 내신보다 점수받기 어렵다. 교육 특구를 제외한 웬만한 지역에서는 내신이 상위권이라고 하더라도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등급에 걸려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허다한 것도 그 때문. 하지만 분당지역은 조금 다르다. 상대적으로 학력이 우수하다 보니 내신은 2등급이면서 수능은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많다. 그 만큼 내신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발의되고, 수능이 언ㆍ수ㆍ외에서 국ㆍ영ㆍ수로 바뀜에 따라 학교 시험도 교과중심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이번 중간고사는 1학기 첫 시험인 만큼 각 학교별로 교과 안에서 쉽게 출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이도가 높은 심화문제가 출제되어 1~2등급을 변별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디수학 이 원장은 “학교별 차이는 있으나 이번 시험은 대체적으로 현행 교육과정에 맞춰서 출제된 것이 특징이었다”며 “교과서나 수학익힘책을 기본으로 응용한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개념에 대한 이해-분석-적용능력이 약한 학생들에게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단계에서 깊이 있는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심화형 문제는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등급을 가르는 변별력 문항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르비수학 김 원장은 “분당권 고교의 일부 내신문제는 강담 일대의 학원가에서 차용하는 일이 많을 정도로 타지역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하며 “수학적 아이디어와 수학적 감각이 없으면 풀어내기 힘든 문제들이 반드시 출제된다”고 강조했다.
☞ 톡톡!! 전문가 조언 ‘학교시험 이렇게 공부해라’
* 보평고등학교 오혜미 교사
“많은 문제 풀기보다는 한 문제를 오래 풀어라”
서술ㆍ논술형이 확대됨에 따라 수학도 단순 계산이나 답을 찾아내는 것보다 과정을 서술하고 추론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는 수학적 아이디어가 중요해졌다. 따라서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에 많은 문제집을 푸는 경향이 강한데, 이보다는 한 문제라도 깊이 있게 고민하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학문제의 유형이 대체로 정해져 있는 만큼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읽고 이해하면서 풀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끙끙거려 본 경험이 많은 학생일수록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 지디수학 이승호 원장
“수학은 눈이 아닌 손으로 푸는 것!”
교과서는 가장 좋은 수학 개념서이자 시험공부 교재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개념을 확실하게 잡고, 수학익힘책으로 응용력을 기를 것을 권한다. 이를 기본으로 고난이도 심화형 문제에 대비한 문제를 풀어본다면 수학적 아이디어와 감각이 길러질 것이다. 좀 더 요구하자면 학교 공부를 하면서 해당 범위의 수능 기출문제를 연계시켜보는 습관을 기른다면, 하나의 개념이 다양한 유형의 시험에 어떻게 응용 출제되는지도 꿰뚫수 있다. 또한 서술논술형 시험이 높아지면서 수학도 쓰기가 중요해졌다. 암산하는 습관을 버리고 정확히 쓰는 훈련을 강화해라. 수학은 눈이 아닌 손으로 푸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 오르비수학 김호근 원장
“서술ㆍ논술형, 수리논술로 가는 전 단계로 활용하자”
서술형ㆍ논술형부터 신유형 심화문제까지 확실하게 잡으려면 기본 교재 이외의 응용교재를 학습하면서 꾼준히 수학적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서술형 평가에 대비해 서술형 평가문항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체계적인 훈련도 필요하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서술ㆍ논술형 문제를 대할 때 수리논술로 가는 전 단계라는 인식을 가지고 활용할 필요있다. 또한 무리한 선행학습보다는 자기진도에서 충실하고 꼼꼼하게 심화학습하는 것이 훨씬 빠른 선행학습임을 알아야 한다.
도움말 : 보평고등학교 오혜미 교사 / 지디수학 이승호 원장/ 오르비수학 김호근 원장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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