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발생한 아르곤 가스 누출로 인한 한국내화 소속 노동자 5명의 질식사망 사고와 관련, 보수 작업 중인 전로에 아르곤 가스 배관을 사전에 연결한 것이 원인 규명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대제철은 지난 11일 유족들에게 "사고 전날인 9일 오후 전로의 설비·보수업체에 맡겨 선행 작업으로 전로에 가스 배관을 연결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24차례에 걸쳐 전로 보수 공사를 하면서 22차례가량은 관행적으로 전로 보수작업을 마치기 전에 가스 배관 연결공사를 실시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로를 보수시 아르곤 가스 유입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배관을 절단해야 한다"며 "완전한 작업 완료 후 전로 안에 작업자가 없는 상태에서 가스 배관을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이 공사기일을 단축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안전수칙을 위반했으며, 이것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고 수사 중인 당진경찰서의 한 관계자는“사고 원인이 나온 뒤 어느 쪽에 과실이 큰 지를 산정해 처벌 수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 당진경찰서 정남희 수사과장은 “13일 노동자들의 사망을 야기한 아르곤가스 주입 경위가 매우 중요하다”며 “과실인지 기계 오작동인지는 아직 까지 확인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전날인 지난 9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현대제철 협력업체인 신화 M&R측이 전로에 가스 주입 배관을 연결한 것을 확인했다.
유족들은 “현대제철이 보수공사 기간을 줄여 조업 재개 시간을 당기려고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고 아르곤 가스를 채운 것은 노동자를 사지로 내몬 살인행위”라고 분통을 떠트렸다.
한편, 사고 5일째인 14일 현재 현대제철 사고대책위원장인 최봉철 부사장은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사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고조사와 관련해서는 "전로 내부 작업 중 아르곤가스 배관을 연결했다"고 시인하고 "가스 유입 원인 등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모든 책임은 현대제철에 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유족들이 수차례 요구한 현대제철 현장 내 분향소 설치 요구를 묵살하여 장례식과 배상 협의는 무산됐다.
5명의 질식사를 유발한 현대제철이 고용노동부로부터 한 달간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된 가운데, 송명희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은 "현대제철이 절차를 무시하고 가스 배관을 연결한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저촉되는지 수사한 뒤 강경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며 "배관이 연결된 만큼 밸브를 누가, 언제 열었는지가 핵심이며 강도 높게 조사하고 최대한 빨리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당진시민연대회의와 노동건강연대, 충남인권노동센터 등 노동 인권단체들은 현대제철 박승하 부회장과 우유철 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에 접수했다.
이에 앞서 현대제철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고위경영자들을 구속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사고 현장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춘 기자 kc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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