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 α가 있는 곳

꽃이 있어 기분 좋은 ‘그곳’에 간다

지역내일 2013-05-13 (수정 2013-05-13 오전 12:24:55)

신록이 짙어가는 이 계절, 꽃처럼 마음 설레는 단어도 없다. 알록달록 예쁘게 피어 우리 감성을 화사하게 가꿔주는 꽃은 정서적 힐링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화원에서 대량으로 쏟아진 원예용 꽃만 보는 것이 지겹고 부담스럽다면 들꽃 가득한 곳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우리 민족을 닮은 듯 수수하고 아기자기한 들꽃의 아름다움을 먼저 사랑한 이들을 만났다. 수줍은 듯 고운 들꽃과, 함께 즐길 플러스알파 문화가 공존하는 ‘그곳’의 이야기를 들었다.


* ''부처님 오신 날'' 보탑사 연등. 보탑사 목탑 주변에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하는 연등이 가득하다.
연등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과 산들바람을 맞으며 건조된 산나물은 석가탄신일 보탑사를 방문하는 불자들의 공양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들꽃세상
사랑받고 자란 야생화의 천국 =


* 들꽃세상 내 조그만 연못에도 수생식물은 물론 갖가지 식물들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다.




야생식물의 보고라 불리는 들꽃세상은 홍융표(65) 대표의 야생화 사랑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진귀한 꽃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이다. 봄의 전령 개나리 필 때부터 늦가을 된서리 내릴 때까지 각양각색 야생화들이 쉼 없이 피는 곳. 야생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찾아가는 ‘그곳’이다.
그런데 얼마 전 홍융표 대표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많은 사람들이 야생화를 보고 즐기고 행복해지라고 무료로 개방했다. 하지만 새싹이 밟히거나 상하고 정원이 훼손되는 경우가 잦았다. 홍 대표는 고민 끝에 입장료로 3000원(성인 기준)씩 받았다.
“오히려 잘됐어요. 꽃을 꼭 볼 사람들만 방문하니 정원관리가 한결 쉬워졌고 오신 분들에게도 잘 정리된 정원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아요.”
천안시야생화연구회를 만들고 이끌어 천안 야생화 보급에 힘써온 홍 대표는 3년 전부터 야생화 자생지복원운동까지 시작했다. 광덕산 성거산 태조산 등 천안 주요 산에 야생화 씨를 뿌려 자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종자는 전량 들꽃세상에서 자라는 야생화 씨를 받아 홍 대표가 공급하고 있다.
“시 차원 지원은 없지만 야생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기쁘게 일하고 있어요.”
그는 4월 말 천안박물관에서 야생화전시회를 열 때 안희정 도지사가 방문해 야생화에 관심을 가졌던 기억에 흐뭇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들꽃 하나하나에, 소중한 자연에 관심 갖는 것이 그를 힘나게 한다.
들꽃세상은 홍 대표의 정성과 애정이 새록새록 담겨있는 잎이 고운 난초와 어여쁜 꽃들이 많다. 맘에 드는 야생화 화분은 살 수 있다. 예약 후 방문해야 한다.
위치: 천안시 성남면 봉양리 614-4
예약 문의: 554-8673




소월도예
“손수 빚은 도자기에 꽃도 심고 차도 마셔요!” =


* 차를 마시며 윤상신 대표의 도예작품과 그의 어머니 박종순씨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소월도예찻집.




소월도예는 소재지가 ‘꾀꼴성 마을’이란 이름으로 아산시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면서 도자기 빚는 곳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윤상신(38) 대표는 ‘제28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입상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도예가로 이름나 있다.
윤상신 대표는 “요즘 들어 야생화에 관심 갖는 이가 많아졌다”며 공방 건너편에 오밀조밀 가꿔온 야생화 온실로 안내했다. 그는 예전보다 부쩍 보기 어려워진 하얀 민들레를 소중하게 키우고 있다. 보호종인 미선나무를 비롯해 비비추 바위솔 양지꽃 등 윤 대표의 온실에는 다양한 화초가 싱그러운 숨을 쉬고 있었다. 
윤 대표는 “자신이 만든 도자기 화분에 야생화를 심어 가져갈 수 있다”며 “직접 개별지도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이내라면 수강생이 가능한 시간에,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게 지도해준다. 체험을 원하는 경우는 내용에 따라 1만5000원 전후의 비용이 소요되며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소월도예의 또 다른 매력은 테라스가 달린 운치 있는 찻집이 있다는 것. 공방과 바로 붙어 있어 언제든지 향 짙은 커피와 구절초차, 장미꽃차, 흰 민들레차 등 시중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차를 마실 수 있다. 공방 뜰 앞에 펼쳐진 호수의 물결도 여유롭기 그지없다.
또한 윤 대표는 해마다 봄이면 솜씨 좋은 도자기와 자식같이 키운 야생화 화분을 50% 할인 판매한다.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특별기간이다. 5월말까지 예정했으나 조기에 소진될 수 있다. 월요일은 휴무다.
위치: 아산시 음봉면 송촌리
문의: 544-7923




보탑사
탄성이 절로! 눈과 마음이 환해지는 꽃마당 =


* 보탑사 정원 한편. 절의 계단과 담벼락까지 꽃과 나무가 어울린 모습이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듯 자연스럽다.

단 한 개의 못도 사용하지 않은 3층 목탑. 법주사의 팔상전과 쌍봉사의 대웅전과 함께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세 번째 목탑이 있는 보탑사다. 남북이 통일되기를 기대하며 지은 목수 신영훈 선생의 역작이다.
비구니들이 수행하는 사찰인 보탑사를 거니노라면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보탑사 정원은 흡사 크고 작은 꽃동산이 펼쳐져 있는 동화나라 같다. 여기는 금낭화, 저기는 앵초 바람꽃 등 우리 야생화와 서양의 화려한 꽃까지 이채로우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세심하고 꼼꼼한 비구니들의 손길이 여기저기 가득 배어 어느 것 하나 무심히 토라져 있는 꽃이 없다. 집에서 길러 먹는 상추나 쑥갓까지도 이름표를 꽂아 단정하게 심어놓은 풍경도 절 마당과 잘 어우러졌다.
사람들은 보탑사의 아름다운 정원을 하나라도 더 카메라에 담고 싶어 바쁘다. 아이들과 같이 사진 찍는 가족도 연인과 함께 미소 짓는 커플도 다정하고 행복한 얼굴이다.
주지스님인 능현스님은 “여기 오는 모든 이들이 지친 마음을 쉬어가고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에 야생화초를 심기 시작했다”며 “템플 스테이도 심신이 상처받고 치유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정식 의뢰가 들어온 경우만 진행한다”고 말했다.
보탑사 입구에 있는 수령 350여 년이 된 느티나무는 나이만큼이나 드넓은 가지가 시원스럽다.
위치: 충북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483
문의: 043-533-6865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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