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사람들 ‘어린이책시민연대 양천지회’

“어린이 책을 통해 어른들의 마음을 가꾸어가요”

지역내일 2013-05-12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 중의 하나는 “책 읽어라”가 아닐까? 정작 엄마들은 어린이 책을 아이들만 읽는 책으로 규정해 버리고 아이들 방에 가두어 두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일이다. 아이들 마음에 울림이 있는 책이라면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일터. 어린이 책을 통해 삶을 가꾸어 가는 엄마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어린이 책, 엄마들의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어린이책시민연대 양천지회 독서모임을 찾았다. 오늘 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은 고대영 작가의 그림책, ‘지원이와 병관’ 시리즈 중 ‘집 안 치우기’와 ‘칭찬 먹으러 가요’이다. 먼저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희 씨가 회원들이 잘 보이도록 책을 높이 들고 소리 내어 읽는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여덟 명의 엄마들은 마치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처럼 귀는 쫑긋하고 눈은 반짝인다. 곧이어 이어지는 토론 시간. 먼저 발제자인 김성희 씨가 오늘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말한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는데 이 책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건지 이해가 안가요. ‘지원이와 병관’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제일 당황스러운 것은 모든 해결 방법과 결정권이 절대적으로 어른이 갖고 있다는 것이에요.”
“맞아요. 아이들은 산에 오르고 싶지 않았는데 오로지 부모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 산을 올라요. 그런데 이 책에서 저의 모습이 보이네요. 아이들에게 제가 시키고 싶은 것을 하게 하기 위해 칭찬한 것 같아요.” 이진영 회원의 공감이 이어졌다.
여덟 명의 엄마들은 각자 자신들의 느낌과 경험들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읽은 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부터 저자에 대한 바람 그리고 주인공 부모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칭찬보다는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3학년, 7살 아이를 둔 박향숙 씨의  말에 답을 찾은 듯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에 모인 회원들은 일주일 한번 이렇게 모여 어린이 책을 함께 읽고 책에 대한 의견과 자신들의 삶을 나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지만 정식 회원이 되려면 어린이책시민연대에서 추천한 어린이 책 20권을 매주 1권씩 읽고 나누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린이 책읽기로 내적 치유를 경험해요
어린이책시민연대 양천지회 회원들은 자녀들을 위해 좋은 어린이 책을 찾으려는 마음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어린이 책읽기를 통해 먼저 자신들이 바뀌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어린이 책 정보가 그다지 필요할 것 같지 않은 고2 자녀를 둔 박명주 회원은 올해로 6년째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 책은 어린이가 대상이기 때문에 내용이 쉽고 명확해서 누구나 편안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요. 또한 어린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어른들 안에 감춰 졌던 순수한 동심도 다시 찾게 되지요. 처음엔 책을 통해 아이를 변화시키려고 참여했다가 엄마들이 책을 읽고 감동받아 스스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임에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이 깨어지는 내적 치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6학년, 4학년 자녀를 둔 이영임 씨는 책읽기를 통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게 되어 창피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책을 읽을수록 책속에서 나의 그릇된 모습을 발견하게 돼 마음속에 불편함이 쌓여가지만 이 불편함이 오히려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온다”며 “한마디로 어린이 책을 읽다가 뜻밖에 나를 발견한 행운을 얻었다”라고 말한다.
회원들은 자신들에게 재미와 삶의 변화를 가져다 준 책들을 많은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읽어주게 된단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독서 환경을 마련해주세요   
어린이책시민연대 양천지회의 활동은 책읽기모임에 한정되지 않는다. 양천, 목마 등 지역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을 찾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목동파리공원에서 열린 양천생협 장터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사를 했다.
이진영 회원은 “처음에는 책을 읽어 준다고 하니 아이들이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원하는 책을 들고 줄을 섰다”며 “이처럼 아이들 누구나 평등하고 즐겁게 책을 읽는 것이 어린이책시민연대가 지향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독서인증제는 강요와 평가의 도구가 된 책읽기로 적극반대의사를 나타낸다.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예정인 ''어린이 독서왕’도 같은 맥락에서 폐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선정된 책을 읽게 하고 퀴즈를 풀게 하는 것은 독서를 시험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독서는 즐겁고 자유로운 것이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린이책시민연대 양천지회 회원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독서마저도 학습이 돼 상처 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이들의 모임 자체만으로도 위로와 희망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험하는 즐겁고 따뜻한 어린이책읽기가 지역사회에 좀 더 든든하게 뿌리내리기를 응원한다.   

유광은 리포터 lamina2@naver.com    


어린이책시민연대 양천지회가 추천하는  좋은 어린이 책 3가지


박연철의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잘못을 저지르면 망태할아버지가 와서 잡아간다고 엄마에게 협박을 당한 아이들은 망태할아버지에 대해 공포심을 갖고 있는 데 정작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 사람은 엄마라는 이야기.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어 아이들이 통쾌감을 느낀다. 내용도 좋지만 그림도 국제 어린이도서전에서 상을 받을 만큼 수준이 높다.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다른 친구들은 무엇을 할까?’하는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생각이 그림책으로 펼쳐진다. 나로부터 시작해 주위의 친구들, 나아가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다른 나라 아이들의 모습도 담아, 세상의 아이들이 서로 연대성을 가진 이웃임을 발견하게 되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작가 포리스터 카터의 자전적 소설이다. 인디언 혈통을 이어받은 작가가 인디언 세계를 순수한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작품이다. 어린 손자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가르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오늘날 부모들의 자녀교육을 되돌아보게 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