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입시가 마무리 됐다. 우리 동네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률은 얼마나 될까. 매년 대학 진학 결과는 학부모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별로 집계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알기는 사실상 어렵다. 최근 입시결과를 바탕으로 일반고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분당지역 일반고는 다르다. 수시전형의 확대, 입학사정관제의 정착 등 변화하는 입시환경에 따른 맞춤식 교육으로 매년 눈에 띄게 진학 실적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신문’에서는 2013년 대학진학 결과의 특징을 살펴보고, 학교별 입시전략과 대비과정에 대해 학교장에게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수능경쟁력 키우는 자사고형 교육과정으로 입시핵심 정조준
“학교는 공교육이 가져야 하는 책무와 다양한 수준과 요구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내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갇힌 시각으로 학교를 바라보고 교육의 질을 논하는 것은 사다리를 타고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인재상도 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는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성찰하고 미래를 대비해야합니다. 그 모든 답은 교육과정에 있습니다.”
비평준화 시절을 지나 평준화를 거치면서 분당지역 고교들은 저마다의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학교가 바로 불곡고등학교. 13지망까지도 인원이 채워지지 않을 만큼 비선호 학교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불곡고가 작년 일반고 입시에서 1지망에서 마감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불과 2~3년만에 학교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대학 진학률이 좋아서가 아니다. 불곡고를 지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대부분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곽상훈 교장이 제시하는 비전과 전략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지역 중학교와 학부모 찾아다니며 우수학생 유치
“올해 서울대에 진학한 한 학생은 3년 전에 13지망에 불곡고를 썼던 학생이에요. 그 학생에게도 절대 오고 싶지 않은 학교였다는 뜻이죠. 그 만큼 불곡고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학교였습니다. 저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완전한 ‘변신’을 하겠다는 마인드로 학교 운영의 새판을 짰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해도 받았고 욕도 많이 먹었죠.”
곽 교장이 부임하면서 불곡고는 교사의 62%가 교체됐는가 하면, 면학 분위기를 흐리는 문제 학생 50여명을 권고 전학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변화하는 입시에 맞춘 교육과정 편성과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이다. 교과부로부터 자율형 창의경영학교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는 자율학교 지정을 이끌어내면서 학교혁신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우수한 자원이 적은 것도 불곡고의 약점 중의 하나였어요. 우수한 학생들이 안심하고 우리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 주는 일이 급선무였죠. 구미동 인근을 비롯해 수내, 서현 등 10개가 넘는 중학교를 제가 직접 찾아가 홍보했고, 수시로 중학교 학부모님들을 교장실로 초청해 간담회도 개최했답니다.”
학교가 변하면 학생도 학부모도 바뀌고, 이런 교육 3주체의 뜻이 모아졌을 때 입시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곽 교장은 믿는다. 모든 교사는 학생과 만나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라는 것이 그의 특별 주문이었다. 학생과의 상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잡무를 없앴다.
“모든 교사는 1대학 1학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입시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진로담임제’를 실시하고 있어요. 덕분에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와 대비전략을 사교육이 아닌 학교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정기고사 및 모의고사, 학기당 10회 이상 평가의 생활화
“교장의 교육철학과 비전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바로 교육과정이에요. 그래서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그 학교의 교육방향과 입시정책이 그대로 보이죠. 선생님은 그 교육과정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가장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교장과 교사가 뜻이 맞아야만 좋은 교육이 가능해집니다.”
입시결과는 이러한 좋은 교육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입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는 수업, 평가, 진학지도이며 이는 모든 일에 우선된다고 곽 교장은 교사들에게 강조한다.
“확실하게 가르치고 체계적으로 평가하면 입시경쟁력은 갖춰지게 되어있어요. 시험의 유형과 문항의 성격에 집중하기 위해 중간과 기말 등 정기고사도 객관식 평가와 서술형, 논술형 평가를 따로 치러요. 여기에 평가원과 시도교육청, 사교육 모의고사까지 학기당 10회 이상 시험을 봄으로써 평가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수시전형이 확대되면서 입시 전형만 수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입시를 치러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을 세우기 위한 셈이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어떤 인재를 선발하는가?’를 살펴보면 답이 보인다고 곽 교장은 조언한다.
수능과 내신 하나로 묶고, 수업도 문제도 수능형으로
“입학사정관제가 부각되면서 스펙이 강조되는 분위기지만 결국 입시의 핵심은 수능과 내신 그리고 논술이에요. 아무리 많은 활동과 스펙을 쌓았어도 결국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성적입니다. 그러니까 입시에 대비해서 학교가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국·영·수·사·과의 기반을 확실하게 다져주고 여기에 논술을 접목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불곡고의 입시전략입니다.”
수능에 집중하다 보면 내신이 약해지고, 내신에 집중하다 보면 수능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일 수험생의 현실이다. 곽 교장은 학교 내신과 수능을 결합한 교육과정을 편성해 수능과 내신을 동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습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수업도 수능형으로 진행하고, 학교시험도 수능형으로 출제하고 있다.
“수능에 필요한 과목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을 그대로 교육과정에 담았어요. 즉 국·영·수와 논술 그리고 계열별로 사탐과 과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따라서 우리 학생들은 학교 내신공부가 곧 수능공부입니다. 여기에 창체활동으로 독서와 논술을 배치해 독서이력 및 논술쓰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불곡고 교육과정의 주요과목 시수는 자사고보다 많습니다. 물론 편법이나 불법이 아닌 교육과정내에서 합법적으로 구조화해 놓은 것입니다.”
최고의 논술팀 영입, 논·구술 대학별 실전까지 학교안에서
2013년 불곡고는 2명의 의대생과 서울대 2명을 비롯 15명의 SKY합격생을 배출했다. 졸업생의 30%이상 ‘인서울’ 및 수도권 주요대학에 진학해 지속적으로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 불곡고는 현재보다 앞으로의 진학결과가 더 기대된다고 곽 교장은 강조한다. 현재 2학년과 3학년은 그가 가장 공들인 학생들이고, 현재 1학년은 입시중심 교육과정이 완성된 이후에 입학한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올해 진학률은 만족스럽지 못해요. 학교 운영체제가 변한다고 바로 괄목한 만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적어도 3~4년은 지나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죠. 부임첫해는 면학분위기를 만드는데, 2년차에는 입시대비 프로그램을 정비하는데, 3년차에는 수능 맞춤형 교육과정을 완성했죠. 때문에 불곡고는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불곡고는 1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100분씩 텝스강좌를 운영하고 있는가 하면,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고수준의 논·구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7명의 팀티칭수업-논술심화(외부강사)-대학별 논술실전(외부논술팀) 3단계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3~5등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상담을 해 적성고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교내 적성고사 강좌를 열어 맞춤관리함으로써 진학률을 높이고 있다.
“3학년은 6월 모의고사 이후 1대 1 개별상담을 거쳐 대학과 학과 등을 정하는 입시를 컨설팅을 하고 이후 개별 맞춤 대비에 들어갑니다.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면 사교육 선생님도 모십니다. 이처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입시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이를 잘 운영하는 것이 불곡고 입시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2013년 불곡고등학교 주요대학 입시결과
대학명 | 합격자수 | 대학명 | 합격자수 | 대학명 | 합격자수 |
서울대 | 2 | 건국대 | 5 | 가천대 | 11 |
의대 | 2 | 동국대 | 2 | 아주대 | 8 |
카이스트 | 1 | 홍익대 | 7 | 단국대 | 15 |
연세대 | 4 | 국민대 | 2 | 경인교대 | 2 |
고려대 | 9 | 숙명여대 | 4 | 강남대 | 17 |
성균관대 | 9 | 성신여대 | 2 | 수원대 | 6 |
서강대 | 2 | 서울여대 | 1 | 상명대 | 1 |
한양대 | 9 | 세종대 | 2 | 경기대 | 7 |
이화여대 | 6 | 서울시립대 | 1 | 가톨릭대 | 3 |
경희대 | 6 | 숭실대 | 3 | 명지대 | 5 |
한국외대 | 12 | 한성대 | 1 | 을지대 | 4 |
중앙대 | 4 | 동덕여대 | 2 | 상명대 | 1 |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