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업적만큼이나 많은 질병을 가지고 있었다. 세종은 이미 20대 후반부터 소갈증(消渴症)을 앓았는데 현대적 의미로 ‘당뇨병’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세종은 육식을 좋아해서 고기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 태종은, 자신이 죽은 뒤에 비록 상중이라 하더라도 세종에게는 고기를 먹게 하라고 할 정도였다니, 정말 육식을 즐겼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육식을 좋아하면서 가만히 앉아 책 읽기만을 좋아했으니 몸이 무거워지고 비만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종은 30세 전후에 앓게 된 소갈증으로 평생을 고생하는데 ‘왕조실록’을 보면 세종은 43세 때 이미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 한 동이 이상이어서 그 증세가 매우 심함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소갈병은 소(消)와 갈(渴)을 주증으로 하는 병증이다. 소(消)란 마치 눈송이가 불에 닿자마자 녹아 없어지듯이 몸속 내부에 형성된 열(熱-대사항진)에 의해 체액이 마르고, 음식물도 먹자마자 곧 소화되어 먹어도 먹어도 자꾸 먹고자 하는 다식(多食) 증상을 보이며, 그렇게 먹어도 오히려 몸이 야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병증을 만성 소모성 질환이라고 한다. 갈(渴)이란 목이 몹시 말라 물을 마셔도 자꾸 마시려 하는 다음(多飮) 증상이 있다는 뜻이다. 그토록 갈증이 나는 이유는 장부에 형성된 열(熱)에 체액이 고갈된 까닭도 있고, 소변을 너무 많이 보는 다뇨(多尿) 증상으로 체액 결핍 상태가 되어 이를 보충하고자 물을 자꾸 마시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소갈병은 다음, 다식, 다뇨의 삼다(三多)를 주 증상으로 하며, 이 세 가지가 당뇨병의 대표적 증상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소갈병을 상·중·하 3가지로 나눠 치료했는데, 세 가지 모두 진액이 마르고 속열이 생기며 기혈이 허(虛)해 더 이상 진액을 만들지 못하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한방치료의 한약은 단순히 혈당을 떨어뜨리는 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혈음양 상태를 개선시켜 더 근본적인 치료를 한다. 즉, 몸 스스로가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게 만들어 주기에, 양방 당뇨약과는 개념이 다르다.
특히 면역력이나 재생능력이 떨어져 생기는 여러 합병증에 대해 양약으로는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한약은 기력 자체를 돋워주는 기전을 사용하기에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혈당치가 높게 나온다면, 일단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하라. 그리고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가 소갈증을 개선시킬 방법을 찾으면 된다.
글 : 정경용 원장 (청주시한의사협회 홍보위원, 정경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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