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이 주최하는 첫 모의논술 시험인 이화여대 모의논술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수준도 평가해보고, 대학에서 치러지는 실제 시험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학도 올해 치러질 논술 시험의 방향을 정한 뒤 난이도 조절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으로 활용된다. 모의 논술 시험에서 학생들의 점수 분포가 지나치게 촘촘하게 나타날 경우 실제 논술 시험에서는 난이도를 높이거나 해, 선발 시험으로서의 완벽함을 기하게 된다. 논술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이대모의 논술이 치러질 때쯤 되면 본격적인 논술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나름의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따져보면 시험까지 그리 시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홍대 등의 논술 시험이 치러지는 9월까지 남은 기간은 22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몇 주를 더 빼고 나면 학생들이 시험장에 들어갈 때까지 한 주에 한 번 수업을 한다고 가정해도 대략 20번의 수업만이 남아 있다. 이제부터 논술 공부는 그때까지 학생에게 필요한 실력이 배양되느냐를 다퉈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까지 추가하게 된다.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 형이상학적 주제 이해가 합격 여부 결정
상위권 대학은 거의 대부분 형이상학적 내용이 포함된 주제가 매년 출제된다. 쉽게 말해 학생들이 어디선가 접해본 경제학이나 사회학이 아닌 철학이 핵심을 이루는 문제가 나온다. 이런 문제는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서 “손도 못 대겠다”는 탄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논술 시험에 나오는 철학도 사실 자주 나오는 단골 소재가 있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출제되는 철학적인 주제도 실상은 철학에서도 상식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것들이다. 철학적 주제가 생소할 뿐 일단 그러한 주제를 다 익히고 나면 이들 대학의 문제를 푸는 데도 익숙해진다. 그러다 보니 논술 공부를 한 학생과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은 그 차이가 극심하다. 처음 접한 철학을 스스로의 사고로 해결할 정도의 학생이라면 평소 스스로 철학적 의문을 갖고 생활하는 게 습관이 된 인문학자로서의 자질이 충만한 학생이다. 이렇게 철학적인 주제를 출제하다보니 시험에서 합격과 불학격의 경계는 매우 쉽게 갈린다. 논제와 지문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알아듣는 학생은 그것만으로도 합격 가능권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문제를 푸는 학생과 그렇지 못하는 학생으로 점수가 양극화되는 시험이 바로 상위권 대학 논술 시험의 특징이다. 0점을 받는 학생들이 수두룩해(글을 잘 썼어도, 엉뚱한 답안을 작성했으므로) 채점하기 편하고, 문제를 풀 줄 아는 학생만 쉽게 골라낼 수 있으니 상위권 학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뭘 써야 하는지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다수의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글쓰기의 기술, 이른바 ‘글빨(여학생에게 유리한)’은 부차적인, 공평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 추상적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관건
이대와 숙대도 형이상학적인 문제가 다수 출제된다. 그런데 연대와 고대, 서강대에 비하면 그 수준이 낮다. 그래서 따로 철학에 대한 기본이 없어도 문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 입장에선 “뭘 쓰라는지는 알겠는데, 몇 줄 쓰면 더 할 말이 없다”라는 반응이 일차적으로 나온다. 바로 추상적 내용에 대해 논증하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사랑’을 전혀 모르는 외계인이 알아들을 수 있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선뜻 되지 않는다. 이런 추상적인 개념은 살아오면서 익히 알고 있지만 한 번 설명으로 전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 정의 외에도 부모의 사랑, 우정, 종교적인 사랑, 타인을 향한 인류애 등 사랑의 면면들을 차분히 설명할 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 이런 면면들을 다 보여주는 게 추상적 내용의 논리적 설명이며, 이게 다 채점 기준에 따라 점수를 받는 요소들이다. 이대와 숙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이같은 ‘별 것 아니면서도 추상적인 내용’을 논증하는 글쓰기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험에서 소설을 쓰고 말았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박문수 원장
전 중앙일보 기자
전 대치 명품논술 문과 평가원장
현 이지논술 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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