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수업, 확~ 달라졌어요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각급 학교에서 진행된 5대(수업ㆍ교실ㆍ학교ㆍ행정ㆍ제도) 혁신과제 실천 우수사례를 선정했다. 올해 초 지역교육지원청과 초ㆍ중ㆍ고교의 우수사례 147편을 엮어 ‘누구나 할 수 있는 혁신이야기’란 책자를 펴낸 것. 이에 성남분당용인수지내일신문은 책자에 소개된 우수사례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의 고민과 노력, 혁신성과 등을 소개한다.
배움, 나눔, 꿈을 키우는 신명나는 학교
용인시 양지면 제일리.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농촌마을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에 아이들의 아기자기한 꿈이 영그는
학교가 있다. 지난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지금은 교실이 모자랄 정도로 학생들이 늘고 있는 제일초등학교(학교장 홍정표)이다.
이 학교에 이렇게 학생들이 넘쳐나는 것은 모두 ‘빛솔학부모서포터즈’라 불리는 학부모지원단이 작은 시골학교를 조금 더 재미나게,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외부 유입학생 80퍼센트, 학부모는 서포터즈로 참여
“용인 양지면이 산세도 좋고 도심과 멀지 않아 전원주택지로 각광을 받았고, 하나둘 주택이 늘면서 지금은 외부에서 유입된 학생이 상당히 많아졌지요.” 전교생 240명 중 80퍼센트가 그렇게 유입된 학생이라는 홍정표 교장의 설명이다.
원주민(?) 학생보다 유입학생이 많다 보니 학교의 분위기도 자연스레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초 보건 교사도, 사서도, 배움터 지킴이도 없던 이곳은 교육적 자원이 초라한 작은 시골학교에 불과했다. 하지만 변화의 물꼬는 빠르게 터져 나왔다.
“이곳으로 이사 온 학부모들은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십니다. 그런데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무료하게 보내시느니, 저마다의 강점을 살려 아이들과 학교에 도움이 된다면 참 좋은 일이다 싶었죠.” 제일초교 혁신부장 백현숙 교사의 설명처럼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부모들은 그렇게 하나둘 아이들의 멋진 서포터즈가 되어 주었다.
학부모들의 재능기부로 미술, 즐생, 창체 수업이 활기를 띠었고, 부모들의 다양한 직업탐방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진로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꿈 오름 캠프’는 학부모 서포터즈가 모여 열매를 맺었던 큰 성과였다.
여름과 겨울방학에 계절학교를 진행했고 16개 프로그램 중 절반 이상의 수업에 학부모들이 강사로 참여했던 것. 영어연극, 플라밍고 댄스, 미술, 비즈공예, 천연염색, 도예 등등. 어머니들의 재능기부에다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면서 학교는 웬만한 문화센터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문화예술의 장이 될 수 있었다.
학부모 재능기부의 성공적 사례 만들어
“캠프 마지막 날에는 전시도 하고 그동안 배운 걸 발표도 하면서 축제를 진행했죠. 아이들은 친구 엄마가 아니라 선생님으로 학부모를 만나니 신기하고 또 재미났던 겁니다. 부모들도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를 위해 더욱 알차게 재능을 쏟아 부어주셨고요.”
이런 과정들이 모이다 보니 앞에 나서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부모들조차 하나둘 출사표를 던지며 아이들의 새로운 서포터즈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성공적인 사례들이 모이다 보니 어머님, 아버님들이 학교 출입을 자주 하시게 됐어요. 그래서 부모 모임도 더 많아지게 됐고요.” 학부모와 함께 하는 ‘교육과정협의회’도 그렇게 만들어지게 되었다.
운동회를 하던, 과학캠프를 하던 함께 의논하고 크고 작은 행사 진행과 부스운영도 학부모가 맡게 되니 어느덧 인력자원이 풍부한 학교가 됐고, 학부모가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된 학교로 탈바꿈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학교가 솔직하게 다가서야 합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을 가감 없이 말씀드리고, 필요할 땐 정중히 도움을 요청 드렸죠. 그리고 권한의 일부를 학부모에게 드리니 나중엔 경쟁적으로 참여하시더라고요.” 학부모들과 함께 고생한 혁신부장 백현숙 교사의 말이다.
교육주체가 함께 만드는 학교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재미난 일들을 만들고, 매일매일 즐거운 상상들을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는 학교. 마치 영화 속에서 그려봄직한 일들이 이곳에선 어렵지 않은 일상이 되고 있었다.
“어머님들이 생각보다 자녀를 많이 낳으셨어요. 한집에 3~4명인 집도 많고요. 그러다보니 담임선생님도 서너 분인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된 점도 있고요. 하하하.”
이쯤 되니 학교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런저런 문의도 많았을 터.
하지만 “혁신학교라고 무조건 좋을 거라는 맹신은 정답이 아니”라고 말하는 홍 교장은 계속해서 “재정적인 지원만 있다고 학교가 좋아질 순 없습니다. 교육의 주체가 학교를 같이 만들어 간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지속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제일초등학교는 학생들 또한 전교생이 모이는 ‘다모임 회의’를 통해 작은 의사결정 하나까지 스스로 정하며 민주적 절차를 익혀가고 있다.
“학교에서 키우던 개가 강아지를 여럿 낳았는데 어떻게 할까하고 회의를 소집했는데 아이들이 주도해서 자격, 규칙을 정하고 포스터도 만들며 성공적으로 분양시키더라고요.” 이때 아이들의 능력(?)에 감탄했다는 홍 교장.
이밖에 축제 때 사회자는 누구를 뽑을 것인가, 보기 싫은 정화조를 어떻게 꾸밀 것인지,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아이들의 회의 안건은 매일매일 다양하게 올라온다.
이렇게 자율적인 참여와 규율을 스스로 만들고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를 배우며 아이들은 날마다 조금씩 마음의 키를 키워간다. 그리고 학부모 서포터즈와 함께 행복한 시골학교에서 그들의 꿈은 영글어 가고 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mini interview
제일초등학교 홍정표 교장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에 저절로 미소가 생겨납니다”
“점심 먹고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까르르 웃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 아이들은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학교에선 보기드믄 광경이지요. 아이들이 점심시간만 되면 너도나도 컵에 물을 담아오고, 손을 다쳐서 밴드 하나만 붙여도 “왜 그랬냐, 얼마나 아프냐, 괜찮냐”며 스스럼없이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아이다운 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곤 합니다.
요즘은 너도나도 혁신학교를 부르짖으니 ‘혁신 피로’라는 말이 생길 정도입니다. 교사들의 능력이 소진되지 않으면서도 학교가 재미나게 변하려면 아이디어를 나눠야 합니다. 우리학교 아이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교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주말학교장을 지역주민 중에서 뽑고, 방과 후 학교장도 위촉해 학교시설도 돌보고 프로그램도 운영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혁신학교는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변화와 창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탕에는 교육을 바라보는 일관된 관점이 있어야 하고, 정체성도 있어야 합니다. 이것저것 좋다는 것 모아서 짜깁기 하는 것이 혁신은 아니죠. 구성원들이 모여서 왜 혁신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합의하고 함께 노력하는 것, 그 속에서 혁신은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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