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끔은 잘 차려진 밥상에서 편안히 식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처럼 입맛 없는 봄철이면 더욱 그렇다. 이럴 때 임금님의 12첩 수라상도 부럽지 않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테크노파크 지하 1층 ‘상록한정식’이다.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음식과 극진한 대접은 입맛을 되살려 주고, 기분 전환에도 제격이다. 봄날에 찾아오는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심심하게 간이 된 갖가지 반찬에 마음까지 즐겁다
‘상록한정식’의 실내는 각 방마다 창호지를 붙인 미닫이문으로 돼있어 전통 가옥의 느낌이다. 조용히 들려오는 해금 소리는 이곳의 점잖은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이치훈 사장의 안내를 받아 정갈하게 준비된 룸으로 들어갔다.
상차림의 가격대는 1만3000원의 ‘양반정식’에서 가장 비싼 상차림으로 3만8000원의 ‘수라상’ 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이 가격대는 일반 한정식과 비교했을 때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대다. 이날은 3만3000원하는 ‘안산상차림’을 주문했다.
맨 처음 나오는 것은 부드러운 녹두죽. 살짝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는 녹두죽의 진한 맛이 첫 숟가락부터 입안을 즐겁게 한다. 그 다음으로 나온 더덕생채. 잣을 갈아 만든 상큼한 드레싱과 조화로운 맛을 낸다. 그 뒤를 이어 도미회무침, 구절판, 광어회, 해물지리 등 20여 가지의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올라온다.
음식의 맛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수수하다. 간이 강한 음식에 길들여진 현대인이라면 처음 한 두 숟가락은 싱거울 수 있다. 하지만 자꾸 손이 가는 것은 왜일까? 저염이고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맛이 바로 40여 년 동안 지켜온 이치훈 사장의 ‘식당철학’ 이었다.
“식당이 내 천직, 나는 식당쟁이다”라고 말하는 이치훈 사장
이 사장의 나이 올해로 61세. 식당에서 나고 자라 2대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 인생만 40년째다. 이 사장에게 듣는 음식문화의 변천사는 재미있는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그의 이야기는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강남뱅뱅사거리의 ‘버드나무집’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그가 지배인으로 일하던 시절 삼겹살 1인분의 가격은 800원, 홀에서 일하는 여직원 월급은 1만원 이었다. 지금은 평균 직원 월급이 170배가 오를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시작한 식당업은 안산으로 옮겨 와 시청 앞 ‘우가촌’, ‘단원한정식’, ‘옹고집’을 거쳐 ‘상록한정식’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이 사장은 “평생 식당을 하며 세월을 보냈다. 나는 식당쟁이다. 이 일에 자부심이 있고, 천직이 되게 해준 손님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의 이런 마음은 직접 써서 걸어 둔 ‘손님’이란 시에도 녹아 있다.
‘손님은 나의 은인이십니다. 예쁜 우리 설희 꽃신도 사주셨고, 홀로 계신 어머니 손에 용돈도 쥐어주셨고 장래를 위한 적금까지 부어주시며 저의 모든 생활을 도와주시는 손님은 은인이십니다.’
시에 담겨진 손님에 대한 고마움은 냉동음식이나 반 조리된 음식을 다시 조리하여 올리지 않는 건강한 상차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질 좋은 음식을 가족이나 귀한 손님과 함께
정성 가득한 밥상은 가족이나 손님을 불러 대접하기에 손색이 없다. 식사 공간이 모두 독립된 공간이라서 더욱 좋다. 10개의 독립형 룸은 방해받지 않고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홀 한 켠에는 연회장도 마련돼 있다. 연회장에는 빔 프로젝트와 음향시설이 완비돼 각종 세미나와 돌, 회갑연, 사은회 등으로 애용되는 장소다.
이 사장은 “사실 허기를 달래려 식사를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먹는 것 자체가 문화가 된 시대다. 40평생을 식당을 해왔지만 먹는 것도 문화가 된 만큼 이제는 질 높은 먹거리 문화에 작은 힘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식당을 하게 된 것이 나한테는 복이다. 식당을 해서 자식들을 키웠고 지금까지 일도 하고 있다. 이제는 받은 만큼 나누고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모처럼 받아본 떡 하니 그럴듯한 밥상. 같이 먹고 싶은 얼굴들이 많이 떠오르게 하는 맛깔스럽고 고급스러운 밥상이다.
문의 031-500-4455
한윤희 리포터 hjyu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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