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향하는 엄마들 - 내덕초등학교 ‘사임당’

“‘내 아이, 남의 아이’ 가리지 않아요! 모두 우리 아이죠!~”

매달 체험학습 교사로 재능기부 3년째 … 대한민국 교육기부 대상, 학부모 교육 참여 우수사례로 선정

지역내일 2013-03-31 (수정 2013-03-31 오후 2:10:37)




“선생님, 부여 박물관에는 뭐가 유명해요? 눈여겨 볼만한 게 뭐가 있나요?” 지난 2월 23일 토요일 오전 9시 나윤서 양(6학년)은 토요일인데도 학교에 나왔다. ‘엄마와 함께하는 세상 밖 구경’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날 내덕초등학교에는 윤서 외에도 40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등교했다. 윤서는 오늘 나들이에서 무엇을 구경할지 설레는 마음에 자꾸 ‘엄마 선생님’을 불렀다. 윤서가 선생님이라 부르는 사람은 같은 학교 친구 김한얼 군의 엄마, 엄효숙 씨다. 엄씨를 포함해 4명의 엄마 선생님들은 부여로 가는 동안 불편한 아이는 없는지, 혹시 사고는 나지 않을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엄마와 함께하는 세상 밖 구경’ 인기 짱!
엄효숙(44), 정주영(37), 방영미(43), 구수경(38)씨 등 일명 ‘사임당’ 회원들은 매달 한번씩 내덕초 아이들 수십명과 함께 나들이를 간다. 자전거 박물관을 비롯해 삼성교통박물관(용인), 단양에 소재한 청풍명월 문화재 단지, 신문박물관, 서울 청계천, 수원 화성 등 초등학생들이 가볼만한 웬만한 체험학습 장소는 거의 다 섭렵했다.
사임당의 ‘엄마와 함께하는 세상 밖 구경’은 2011년 6월부터 시작, 벌써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4명의 학부모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박물관이나 지역 페스티벌, 역사 유적지 등 교과와 연계한 체험학습 코스를 개발해 가정 형편상 부모와 함께 체험학습을 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다양한 주말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주영 씨는 “아이들과 박물관에 많이 다니다 보니 박물관을 보는 안목까지 생겼다”며 웃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석장리 유적 발굴자이자 충북대 명예교수인 이융조 교수와 인연을 맺고 아이들과 꾸준한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교수의 초대로 내덕초 40여명의 아이들은 연구실을 방문해 고고학 강의를 직접 듣기도 했다. 엄효숙 씨는 “교수님을 만난 이후 장래희망을 고고학자로 바꾼 아이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시작 초기에는 10여명에 불과했던 참여 학생들이 지금은 서로 참여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제비뽑기를 하는 난처한 일도 발생한다고 한다. 매달 체험학습에 참여하고 있는 이한나(3학년) 양은 “책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로 가서 볼 수 있어서 재밌고 친구들과 함께 다녀서 즐겁다”고 말했다.


학부모 교육 참여 우수사례로 선정
사임당을 이끌고 있는 엄효숙 씨는 “사임당이라는 명칭이 신사임당을 떠올려 다소 거창하고 민망하긴 해도 자신들의 활동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말”이라고 소개했다.
“사임당 활동을 하기 전에는 각자 내 아이만 데리고 다녔죠. 그런데 다니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되는 엄마들이 있더라구요. 각자 따로 다니는 것 보다는 같이 다니는 게 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매달 체험학습 나들이를 시작하게 됐어요.”
엄효숙 회장이 사임당 활동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에 정식으로 차량을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지난해 내덕초가 전국 창의·인성 모델학교 평가에서 우수 학교로 선정되는데 큰 공헌을 했다. ‘학부모의 교육기부가 전문성을 살린 학습지도로까지 확대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대한민국 교육기부 대상과 학부모 교육 참여 우수사례로 선정된 것.




“내 아이 졸업해도 다른 아이 위해 계속 활동”
사임당 회원들은 매주 모여 안전하고 유익한 체험학습을 위해 회의를 연다. 교과서를 참고해 체험학습 장소를 발굴하고 사전답사를 하며 필요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주로 찾는 곳은 보은, 영동, 안성, 금산 등 왕복 2시간 거리의 체험학습 장소다. 하지만 1년에 두 번 정도는 왕복 4시간 정도 걸리는 다소 먼 곳도 방문하고 있다.
3년째 계속하다 보니 사임당 회원 아이들 중에는 졸업생도 생겼다. 방영미씨는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며 “내 아이는 참여하지 못해도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 계속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적극적이면서도 진취적인 모습을 보며 교육을 중시하는 신사임당의 철학이 떠올랐다.



2013년 ''엄마와 함께하는 세상 밖 구경'' 프로그램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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