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떠나는 문화여행⑧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곳, 한국점자도서관

지역내일 2013-04-23

강동구 암사동에 있는 한국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과 책 읽기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독서 장애인에게 책을 대출해 줄 뿐만 아니라 각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고 육병일 관장의 대를 이어 육근해 관장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점자도서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의 근원
“한국점자도서관은 독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세상과 만나고 세상을 느낄 수 있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의 근원지입니다. 여기서 책을 읽음으로써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신의 가치관과 꿈을 가질 수 있고요, 생각이나 행동이 바뀌어 인생이 변할 수 있어요.”
육관장은 한국점자도서관을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록시땅과 연계해 향수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하고 롯데카드사와 함께 시각장애인들에게 평생 읽어야할 필독서를 나눠주는 ‘평생의 책장 나누기’ 사업도 했다. 이밖에도 독서문화프로그램으로 장애아동을 위한 체험프로그램과 동?식물 생태체험, 갯벌 체험, 독서캠프, 과학캠프, 미술관 탐방, 도서 전시 탐방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주위의 시선과 이동상의 불편함 등으로 장애아와 함께 여행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서는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이런 여행 프로그램에 비장애 형제들도 참여 할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육관장은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면서 누구보다 ‘최초’나 ‘시작’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많이 붙이는 일들을 벌여왔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촉각도서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했고
묵점자 혼용도서를 처음 만들었다. DASIY 라는 디지털화된 오디오북을 최초로 도입해 시각장애인들도 21세기에 맞는 첨단 신기술과 새로운 매체를 접하게 해서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이 모든 일들은 장애인들을 향한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됐다. 어릴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어떻게 하면 장애를 가진 분들을 덜 불편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해드릴까 고민하던 소녀는 이제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활동을 하는 적극적인 어른이 되었다. 
      
북(book)소리 서비스와 노인 독서 프로그램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점자도서관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면 북소리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장애아동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책을 싣고 장애아동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서관버스이다. 일반 공공도서관과 비교해 열악한 환경을 딛고 처음 시도했던 프로그램이기도한데 책을 읽고 책과 관련된 그림도 그려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먹어보기도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경험의 폭을 넓혀주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처음에는 도서관 내에서 하던 프로그램이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면서 신청자가 늘어 학교로 찾아가게 되었다. 지금은 한국맹학교, 한빛맹학교, 구화학교, 주몽재활원 등 서울지역 특수학교를 매주 방문해 구연동화, 영어동화, 음악동화, 과학 동화, 그림책 상영 등과 같은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노인독서프로그램은 도서관에 있는 큰 글씨 책을 활용하면서 시작했다. 경로당에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드리고 빌려주기도 하면서 독서치료처럼 자연스럽게 얘기도 나누는 시간이다.  
           
배려가 아닌 관심으로  
요즘 육관장의 고민은 ‘아직까지 도서관을 경험해보지 못한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면 도서관에 오게 할 수 있을까’이다.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도서관 이용률이 시각장애인의 10~20%를 안 넘는다고 해요. 어떻게 하면 도서관을 더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 새로운 프로그램도 기획 중에 있다”라며 “장애인은 나와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조건적인 동정과 도움이 아닌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관계가 되어야겠죠. 배려가 아닌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한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의 사막에 한국점자도서관은 작은 씨앗을 뿌렸습니다. 이제는 전국에 점자도서관이 생기고 공공도서관에서도 장애인서비스를 시작한 곳이 늘고 있지요. 저희의 근본정신은 장애인들의 자립자활에 근원을 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작은 씨앗이 큰 초원을 이루었는데요, 이에 아버지도 저도 행복하고요 더 풍성한 초원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장애인들의 꿈이 활짝 펼쳐질 또 다른 세상을 꿈꿔본다.     
       
오현희 리포터 oio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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