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편백나무로 내 손으로 뱃속의 아기를 위한 침대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수납장을 짜고 싶어요.” 세상에 딱 하나뿐인 ‘온리원 가구’를 만들기 위해 목공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목공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드물고 수강료도 비싸 ‘로망’으로만 간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광진시민연대가 주축이 돼 구의동에 ‘광진딱따구리 목수학교’가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숫돌에 칼을 갈 때는 각도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 이복구 교장(64세)은 칼 가는 시범을 보여준 뒤 한 명씩 자세를 교정해 준다. 대패, 숫돌, 공작칼 같은 익숙지 않은 공구를 앞에 둔 수강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실습에 몰입한다.
3월 초 오픈한 광진 딱다구리 목수학교가 주부,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으며 입소문이 나고 있다. 다섯 평 남짓한 미니 학교라 한 반 정원은 4명, 소수정예로 수업이 진행된다.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 아이디어로 오픈
공방 안에는 편백나무, 참죽, 지꾸, 벚나무, 참나무 등 갖가지 나무 샘플들이 전시되어 있다. “느티나무로 만든 가구를 최고로 칩니다. 붉은 빛깔이 도는 참죽은 세월이 흐를수록 고상한 색깔로 바뀌지요. 여기 있는 이 소반이 참죽으로 만든 겁니다.” 이 교장이 나무 종류별 특징을 찬찬히 설명해 준다. 그가 직접 만든 참죽 소반은 상다리를 손으로 일일이 날렵하게 깎아 만든 상다리와 간결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수업에는 피톤치드가 많이 나와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편백나무를 주로 사용한다. 수강생들은 냄새 맡아보고 손으로 감촉을 느끼며 나무와 점점 친해진다.
강의를 맡은 이복구 교장은 구의동에서 30년간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 중인 베테랑 목수. 젊은 시절부터 수제 가구를 제작했고 카페, 음식점, 호텔 등 다양한 업종의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도맡아 했다. 그러던 그가 목수학교 교장까지 겸직하게 된 것은 광진도시농부학교와의 인연 때문이다.
광진시민연대가 운영하는 8주 과정의 농부학교를 다녔던 그는 수강생들과 함께 등산을 갔다 산책로에 설치된 수제 등받이 나무의자에 매료되었다. “귀농을 염두에 두고 농사 짓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다들 목공에 관심이 높았어요. 그러다 DIY가 유행하니 아예 지역주민들을 모아 강좌를 개설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 이복구 대표를 교장으로 위촉하고 커리큘럼을 짜서 초급반을 열게 됐습니다.” 광진시민연대 마주현 대표가 그간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톱질, 대패질 목공 기초부터 교육
목공수업은 12주 과정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 오후, 저녁반으로 나뉘어 2시간씩 진행된다.
이곳이 수업 방식은 독특하다. 전기톱 등 전동공구를 이용해 반제품을 조립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대다수 목공방과 달리 대패질, 톱질, 끌질 같은 목공의 기초부터 가르친다.
“실생활 속에서 집수리를 하거나 소가구를 만들려면 톱질, 대패질은 필수입니다. 사실 전동 공구를 갖추고 있는 가정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기본 공구 다루는 법을 차근차근 일러줍니다.” 평생 목수일을 한 이 교장의 설명이다.
초급반은 목공 기초 이론을 배워 도면 그리기, 공구 실습의 기본기를 닦은 후 독서대, 공구함 같은 소가구를 직접 만들어 본다. “손으로 도면 그려 필요한 목재 산출하고 나무 재단과 조립, 색칠까지 전 과정을 거쳐 완성품을 만들어 보면 목공의 감이 올 겁니다. 졸업 작품은 협탁, 책장 등 수강생이 평소 구상하고 있던 걸 만들어 보도록 하고 별도의 전시회도 열 예정입니다.” 수업 과정을 소개하는 이 교장은 신이 났다.
원목가구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
수강생들은 주부, 교사, 자영업자, 약사 등 직업도 각양각색. 다들 처음 배우는 목공이 생각보다 까다롭지만 향긋한 나무 냄새와 ‘손맛’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오랫동안 귀농을 꿈꾸었던 직장인 유정대씨는 최근 가족들을 먼저 제주도로 이사시켰다. “당분간 서울과 제주를 오가면 생활하다 곧 제주도에 정착할 겁니다. 지금 배운 기술로 필요한 생활 가구도 만들고 집수리도 모두 내 손으로 할 생각입니다.” 또 다른 수강생 김운용씨는 “원목 옷장을 만들어 딸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했어요”라며 부지런히 대패질을 연습한다.
기초반 수업을 마친 후에는 원형톱 등의 다양한 전동공구를 활용하고 짜맞춤 기술까지 교육하는 중급반, 심화반까지 순차적으로 개설할 예정이다. 방학 중에는 어린이 목공학교도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광진시민연대는 수료생들을 모아 어려운 이웃의 집수리 봉사 등 재능기부도 계획하고 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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