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무지카(La Musica)’ 찾은 프랑스와 티나 교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한국 학생들을 만나다

지역내일 2013-03-26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국제적인 솔리스트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며 현재 프랑스 에콜 노르말 음악원(Ecole Normale de Musique de Paris) 교수로 재직 중인 프랑스와 티나 (Fran?oise THINAT 피아노)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티나 교수는 바쁜 일정 중에서도 어린 학생들을 위한 레슨과 학부모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를 갖는 등 열정적인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티나 교수는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매년 오를레앙에서 뮤직페스티발과 국제피아노 콩쿠르를 주관하고 있기도 하다.
 티나 교수를 초청한 음악 아카데미 ‘라 무지카(La Musica)’ 김지향 대표는 “음악적 재능과 음악가로서의 꿈을 가진 학생들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에게 피아노를 직접 배울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시간”이라며 “학부모들 역시 잘 접할 수 없었던 현대 피아노음악에 대해 생각하게 된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론과 연주 함께 하는 레슨, 학생들 진지하게 임해
학생들과의 레슨은 진지하면서도 즐거웠다.
 오는 4월 프랑스 오를레앙 국제콩쿠르를 준비 중인 우연서(10·송전초)양이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연주했다. “좀 더 재미있게” “리듬을 느끼며” “타악기를 표현하듯이” “악상에 충실하며” 등 이해하기 쉬운 말로 레슨을 이어가는 티나 교수. 수시로 실제 연주를 통해 연서양의 이해를 도왔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학생이 곡에서 느끼는 감정을 수시로 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 “친구에게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이 부분에서 어떤 느낌을 받느냐”등 테크닉적인 면을 넘어 진정한 음악을 연주하라는 가르침이 이어졌다.
 메시앙의 ‘불의 섬 I(Ile de feu I)’으로 레슨을 진행한 유지의(18·선화예고)군. 연주가 있기 전 티나 교수가 질문을 던진다. “메시앙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이어 그의 명레슨이 진행된다.
 “작곡가에 대해 알지 못하면 연주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메시앙의 곡을 치기 전에 먼저 도서관에 가 메시앙이 누군지 찾아보라. 그러면 그 사람의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과 그만의 독특한 리듬이 생겨난 원천을 알게 될 것이다.”



 이어 메시앙과 같은 현대음악가인 쇤베르크의 12음계, 인상주의 음악의 길을 연 드뷔시의 독창적인 음계까지 그 음악적 특징과 각각의 차이를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간간히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하며 시대가 다른 음악가들 사이의 명확한 차이점을 이해하게 도와주기도 했다. 
 “작곡가가 악보에 써놓은 모든 것에 충실하라”는 말도 이어졌다. 다양한 음악을 귀로 듣고 음악의 특성을 이해한 학생의 연주는 금세 새로운 느낌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현대음악은 냉정하게 표현해야 한다” “유명한 피아니스트처럼 연주하는 것보다 작곡가의 의도대로 연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대음악은 과장된 자기표현보다 음색이 중요하다”등 학생들이 꼭 기억해야 할 소중한 가르침이 가득한 레슨이었다.
 이어 학부모들과의 간담회가 이어졌다. 간담회를 통해 그는 “음악은 수학과 더불어 뇌 지능을 발달시키는 학습이다. 따라서 조기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피아노 학습에 있어서 피아노의 기본기도 중요하지만 재미와 흥미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현대음악이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현대 음악은 듣기에는 고전 음악과 무척 동떨어진 소리를 가졌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 출발은 당연히 조성음악이다. 현대음악은 춤곡에서 시작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을 만큼 몸동작과 밀접하기 때문에 뛰어난 테크닉을 가지기 이전에도 충분히 피아노로 적절한 몸동작에 맞는 음악을 느낄 수 있다. 알프레드 코르코(Alfred Cortot)의 ‘Little Clavier’와 쿠르탁(Kurtag)의 교재로 현대음악의 충분히 재미와 흥미를 유발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레슨 후 진행된 티나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작곡가의 음악사적 의미와 다양한 이론수업이 병행되는 레슨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그런 이론적인 수업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레슨은 음악학적인 면과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적인 면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현대음악을 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턱대고 현대음악을 시작하기 보다는 베토벤이나 바하같은 음악학적 기본(조성)이 되는 작곡가의 곡을 공부한 뒤 현대음악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쇼스타코비치나 쇤베르크, 메시앙 등은 매우 생소한 음악가입니다. 학생들이 현대음악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대음악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슈만같은 대가도 어려운 대곡과 더불어 ‘어린이 정경’같은 소품들을 작곡했죠. 마찬가지로 현대 음악가들도 접근하기 쉬운 많은 작품들이 있어요. 바르톡의 ‘어린이를 위한 작품’ 같은 거죠. 노트르담 사원의 조각이 거대하지만 자세히 보며 아주 작은 조각들로 만들어져 있듯이 음악 작품 역시 작은 소품들이 많답니다.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도 추천합니다. 윤이상과 진은숙은 정말 대단한 작곡가입니다. 그들이 한국 현대음악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꼭 들어보라’는 말과 함께 좋은 작품들을 많이 소개해주셨는데요,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은 어떤 도움이 되는지요?
 연주자가 청중의 입장에서 ‘듣는 기쁨’을 느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름다운 곡을 듣고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그 다음 자신이 연주할 곡에 대해 구성과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죠.
 
-작곡가에 대한 연구도 강조하셨습니다. 그런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곡가의 정보를 바르게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바하는 바하답게, 메시앙은 메시앙답게 연주해야 하죠. 그렇게 연주하기 위해서는 작곡가와 관련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피아노를 ‘잘’ 치면서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어릴 때부터 음악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교육시켜야 합니다. 음악에의 흥미는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점차적으로 진행되어 얻어지는 것입니다. 한국학생들은 무작정 어려운 곡에 도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곡인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를 연주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보란 듯이, 또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말이죠. 그런 욕심보다는 스스로 음악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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