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분당 정자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밀’

지역내일 2013-04-15 (수정 2013-04-15 오후 3:10:48)


봄이 오는 길목, 호밀 밭에서 만난 우아한 식사




 


분당구 정자동, 이제 막 연초록 물감이 들기 시작한 불곡산 자락의 한적한 주택가. 따스한 봄볕이 드는 테라스 주변으로 노랗고 빨간 앉은뱅이 꽃들이 재롱떨듯 올망졸망 모여 있는 곳. 불곡산을 한눈에 담아낸 멋진 풍광과 자연을 닮은 우아한 음식, 감미로운 음악이 어우러져 시나브로 쌓아온 일상의 피로가 이내 사라지는 곳이다. 건축설계사였던 권호근씨가 행복한 일을 찾아 준비한 끝에 지난 3월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 ‘밀’이다.


호젓한 주택가, 자연과 하나로 이어진 공간설계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이곳의 분위기는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다. 천천히, 하지만 꼼꼼히 준비하고 계획한 권호근 대표의 꿈 설계도에서 시작됐다.
“저는 본래 욕심이 없고 느린 사람인데 건축설계사 일을 하면서 ‘일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봤어요. 이렇게 살다가는 행복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늦기 전에 좋아하는 요리를 배우고 꿈으로만 구상했던 마음 속 식당을 현실로 불러오게 된 이유죠.”
얼핏 풍기는 이미지만으론 아직도 귀밑에 연필을 꽂고 복잡한 설계도를 그릴 것 같은 권 대표, 지금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라는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고 있다.
“1년 동안 요리학원엘 다녔어요. 식당 장소도 여러모로 물색 했고요. 자연과 공간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장소를 찾다보니 이 동네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소개를 해준 부동산에서조차 호젓한(?) 이곳을 선택한 권 대표를 우려의 시선으로 걱정하던 지난해. 인테리어와 디자인, 주방 공간의 동선, 레시피 하나까지 권 대표가 설계한 그대로 모습이 갖춰지자 우려는 이내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다들 이렇게 멋진 공간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동네와 너무 잘 어울리는 장소가 됐다고 좋아해주시더라고요.(웃음)”








느린 요리철학, 행복한 레시피

문을 연 지 이제 갓 한 달여. 동네 주민부터 시작된 방문은 하루하루 빠르게 확산돼 어느덧 제법 먼 곳의 손님들까지 발길이 이어졌다.
“그게 참 이상해요. 여기를 알리려고 별다르게 애쓴 것도 없는데 어떻게들 아시고 찾아와 주시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한번 다녀간 손님은 다른 지인을 동반해 또다시 방문하게 된다는 주술 같은 힘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정갈하고 우아한 식사,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소박하고 친절한 주인장의 마음씨가 강력한 자석이 되어 손님들을 끌어당긴 것.
여기에 음식에 대한 권 대표의 순박한 원칙도 작용했다. 되도록 자연의 음식을 내놓고 싶어 인공조미료나 몸에 안 좋은 식재료는 제외했고 가짓수를 단순화시켜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했다.
짜고 자극적인 피클 대신 동치미를 담가 내놨고, 애피타이저용 빵을 굽거나 샐러드에 얹을 치즈를 직접 만드는 일이 즐거운 일과가 된 건, 애초에 구상한 식당의 모습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는 만족 때문이었다. 첨가물이 들어간 베이컨 대신 삼겹살을 쓰는 등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대체하고 있다는 권 대표의 느린 요리철학. 
테이블 세팅을 셀프로 돌린 것도 인건비를 줄여 음식과 재료에 정성을 쏟겠단 생각이 반영된 이유였다.
“손님들도 그 정도 움직임은 감수해 주시더라고요. 대신 음식이 좋다는 이유가 컸죠.”
요리는 정성이고 마음이 깃들어야 좋은 에너지가 전달될 거란 믿음, 그래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는 권 대표.
그가 꿈꾸던 식당을 열어 행복에 가까워졌듯 이곳에 온 손님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변하는 이유, 음식을 먹고 나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Tip
●주요메뉴
바질페스토알리오올리오 1만1000원,
봉골레파스타 1만2000원, 루꼴라피자 1만5000원, 밀샐러드 1만2000원(메뉴마다 애피타이저 빵과 무한 리필 커피 제공)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오후 3시~5시까지 브레이크타임)
●위치 분당구 정자동 232-7
      (정자동 하이마트 뒤 200m )
●문의 031-7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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