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CA 시간을 주름잡던 취미 동아리 대신 본인의 진로와 관련된 학술동아리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 비중이 늘면서 교내외 활동 경력의 중요성이 부각된데 따른 변화. 학술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한 스펙 쌓기 뿐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는 학문의 즐거움을 터득하게 된다. 강서고등학교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토론 주제를 정해 사회 현안 및 시사 문제를 토론하는 동아리가 있다고 하는데. ‘강서 아고라’ 팀을 만나 토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힘을 키우고 있는 고교생들의 동아리 활동에 대
해 들어보았다.
학생 스스로 운영하고 만들어 나가는 토론동아리
남학생들로 구성된 강서고등학교는 목동 인근 지역에서 시험 준비 깐깐한 학교로 이름이 높다. 그만큼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학교라고 하는데. 하지만 학생들은 학업에 전념하면서 꿈을 위한 다양한 비교과 활동들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강서고등학교 대표 동아리로 손꼽히는 ‘강서 아고라’ 회원들은 자신들이 정한 다양한 주제에 관한 토론을 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저는 안락사를 찬성합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 권리에는 행복할 권리도 포함됩니다. 고통을 피할 권리도요. 그러므로 병이나 사고로 고통을 겪는 분들은 로또 당첨 확률보다 낮은 기적을 바라며 생명 연장이란 이름으로 고통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생명을 거부할 권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락사 찬성과 반대에 관한 이날 토론 주제를 가지고 강서고 1학년 정의찬 군은 안락사 찬성 쪽 의견을 주장하였다.
리포터가 ‘강서 아고라’를 방문한 날은 강서고등학교 새 학년 동아리 두 번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격주 금요일 2교시의 시간을 이용하여 활동하는 동아리 시간에 강서아고라 회원 32명은 3개 조로 나뉘어 안락사에 관한 주제로 새학기 첫 토론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실질적인 동아리 활동 첫 모임이었지만 미리 정해놓은 토론 주제에 맞춰 자신이 속한 쪽 의견과 반론을 준비하여 토론에 임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토론에 대한 열정과 선후배의 끈끈한 동료애
작년에 강서아고라에서 활동하였던 3학년 박준홍군과 김재형군은 올해 고3 수험생이 되었지만 이번 학기에도 강서아고라 동아리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보통 3학년들은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중홍 군과 재형 군은 토론에 대한 관심과 동아리에 대한 애정을 올해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는 것. 준홍 군은 동아리 활동을 총괄을 맡고 재형 군은 운영을 도와 후배들을 이끌 예정이라고 한다. 후배와 동아리를 향한 선배의 관심이 토론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뜨겁다.
3학년 박준홍 군은 “학업에 바쁜 와중에 동아리 활동 시간이 토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토론을 하면서 법, 사회, 철학, 윤리, 경제 등 여러가지 주제를 접하면서 견문이 넓어진 것 같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자신감이 붙은 것 같네요. 동아리 운영을 통해 리더쉽과 책임감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라고 이야기한다. 2학년 김윤재 군은 “토론 대회 출전 경험과 주제 선정 및 운영에 있어 선배님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3학년이라 바쁘실 텐데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있어요.” 라고 말한다.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따르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강서아고라에서는 토론 지식과 함께 관계에 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강서아고라 담당을 맡은 고수택 교사는 “3학년 박준홍 학생과는 3년 동안 인연을 맺어오고 있지요. 3학년들이 동아리에 애정을 갖고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으니 든든합니다. 학생 모두가 열정을 갖고 동아리 활동에 임하는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라고 말한다. 강서아고라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운영 계획을 세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적극적 자세와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마음가짐
강서아고라 동아리 명칭은 과거 아테네의 토론이 이루어지던 장소인 아고라에서 유래한 것이다. 적극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택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학생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에서 민주적 동아리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서아고라는 회원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발표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민주주의 사회를 조금 더 가까이 체험 할 수 있는 동아리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방송인을 꿈꾼다는 2학년 박재서 군은 동아리를 소개한다.
2학년 이성진 군은 “적극적인 자세와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이 저희 동아리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론이란 우선 토론자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으며, 아무리 말을 잘해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면 그건 싸움에 불과하기 때문에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중학교 때부터 토론에 관심이 많았다는 성진 군은 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구술 능력, 경청하는 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전한다.
강서아고라 학생들은 교내외 토론대회에도 관심이 많다. 작년 동아리 학생들은 겨레얼 살리기 토론대회 장려상, 교내 토론대회 입상 및 강서 신목 연합 토론대회 개최 등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동아리 활동의 내실화를 다지고 토론 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을 하며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에 참여, 좋은 성과를 얻을 계획이라고 한다. 토론 동아리에는 문과 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강서아고라 2학년 회원 16명 중 9명은 이과 학생들이다. 문이과 학문을 융합시킨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학생들의 관심사를 미리 파악한 후 그에 연관된 토론주제 선정
올해 강서아고라에서는 14명의 신입생을 선발하였다. 토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입의사를 문자로 받은 뒤 1대1 면접을 통하여 토론의 흥미나 기초적인 배경지식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을 심사하였다고. 이날 동아리 시간에서 안락사 반대 의견을 발표한 1학년 염시형 군은 “중학교 때부터 토론에 관심이 있었고 토론동아리 활동을 통해 구술 능력 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동아리를 선택했다”고 이야기한다. 미리 4장이 넘는 분량의 토론 자료를 준비해온 1학년 정의찬 군 등 14 명의 신입생들 모두 토론에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가 훌륭하다.
토론주제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관심사를 미리 파악한 후 그에 연관된 토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강서아고라에는 문과 학생과 이과 학생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토론 주제는 처음에는 문과 성향이 강한 사회 정치 쪽 내용 중 가벼운 주제를 선택하여 먼저 토론한 후 그 다음 시간에 조금 더 깊이 있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할 계획이고, 이과 역시 같은 방법으로 생명 윤리 등에 관한 토론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생활이 바쁜 학생들을 위해 동아리 운영 위원들이 생명윤리, 법 등의 다양한 주제를 미리 조사하여 기초적인 토론을 위한 준비를 하고 여기에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도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형식면에서는 주로 ‘세다 토론’을 많이 이용하여 조금 딱딱할 수 있는 형식을 반론과 교차 조사를 합침으로써 쉽고 부담 없이 토론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직접 논점을 생각해 보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후에 더 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의 논리적인 의견을 통해 강서아고라의 발전을 엿볼 수 있었다.
도움말 고수택 강서아고라 담당교사
석주혜 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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