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학교 - 예술꽃 씨앗학교 ‘성남초등학교’

작은 학교가 일군 아이들의 행복한 시간

지역내일 2013-03-04

무대 뒤 아이들은 천진난만 그 자체였다. 몰려다니며 재잘재잘 떠드는가 하면 툭툭 치며 연신 장난질을 해댔다. 긴장감이나 큰 공연을 앞둔 떨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완전히 달라졌다. 눈빛은 깊었고 몸짓은 진지했다.
지난해 11월 16일(금) 충남학생교육문화원 소공연장에서 있었던 한 시간여의 공연을 마치고 교사 학부모 및 공연을 지켜본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있는 힘껏 박수를 쳤다.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된 후 1년…. 성남초등학교 아이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날 뮤페라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초록호두’ 공연 속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겼다. 


* 지난해 11월 16일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 있은 뮤페라 ‘초록호두’ 공연을 앞둔 아이들

작은 학교라 가능했던 예술꽃 씨앗학교 운영 =


천안시 성남면 신덕리에 위치한 성남초등학교(교장 성인제)는 지난해 2월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되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소규모 초등학교의 전교생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어릴 때부터 문화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다.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되면 전문강사 고용과 기자재 구입 등 교육 여건을 갖추는데 필요한 예산이 4년간 지원된다. 이를 통해 학교는 국악, 뮤지컬, 미술, 연극, 문화예술통합교육 등 자율적으로 문화예술교육 분야를 선택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예술꽃 씨앗학교는 전국 26개 학교에서 운영되었다. 열린 교육을 실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아산 거산초등학교의 경우 이 시기 예술꽃 씨앗학교로 운영되었다. 그리고 26개 학교의 운영이 2011년 끝나며 2기를 지정, 지난해부터 성남초등학교를 비롯한 10곳이 새롭게 운영되고 있다. 당시 전국 70여개 학교가 신청, 10개 학교를 뽑는 심사에서 성남초등학교는 충남에서 유일하게 선정되었다. 
성남초등학교는 예술꽃 씨앗학교로 지정되기 이전에도 체험 중심 교육을 실천해왔다. 그 과정에 재원 마련이 고민이었다. 시골학교다 보니 아이들이 줄어드는 현상도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예술꽃 씨앗학교로 운영된 후 고민은 대부분 사라졌다. 한권섭 교사는 “정규교과과정은 물론 방과후수업에서도 문화체험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며 “모든 아이들이 4시 반 하교를 하는데 방과후교실과 씨앗학교수업을 하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경우 담임교사가 직접 기초교육도움 등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교사는 “정규교과 방과후수업 체험활동(연계수업) 등으로 성악 연극 무대미술 발레 뮤페라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목공 등을 진행하고 있어 아이들은 하루에 문화활동을 두 프로그램씩 한다”며 “문화수업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진학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예술꽃 씨앗학교 방과후 첼로수업

뮤페라를 특화해 모든 과정을 연계한 수업 =


특히 성남초등학교는 중점과제를 ‘뮤페라’로 잡고 모든 수업과정을 연계하는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예술꽃 씨앗학교 10곳 중 유일하다. 문화예술을 전반적으로 다 하다 보면 자칫 나열하는 수업이 될 수도 있어서 고민한 결과다. 한권섭 교사는 “국어시간에는 뮤페라 대본을 짜고 미술시간에는 공연에 쓸 무대를, 그리고 목공시간에는 무대를 만드는 식으로 뮤페라로 모이는 프로그램을 짰다. 문화예술수업과 교육과정이 학기 말 뮤페라 공연에서 하나로 집약되니 교과운영에 통일된 모습이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김영주 교감은 “예술꽃 씨앗학교는 문화예술을 접할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지만 선생님 노력여하에 따라 그 성과는 천차만별”이라며 “업무가 늘어 많이 힘들 텐데도 아이들을 위한 일에 모두 함께 힘쓰는 교사들이 학교와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는 아이들이 먼저 눈치 챈다. 문화예술 수업은 물론, 외부에 공연도 많이 나가며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조음음운장애로 늘 혼자 지내던 한 학생은 연기를 하겠다고 먼저 손을 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훌륭한 공연을 했음은 물론이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던 한 학생은 학교에서의 문화수업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행복하다’는 말을 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예술꽃 씨앗학교로 운영될 4년 중 이제 1년을 보낸 성남초등학교는 올해 더욱 바빠진다. 학교 안에 작은 공연장도 마련하고 봄에는 학교 문을 열어 이웃주민들과 함께 별을 관측하는 행사도 운영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체험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문화감수성을 자극할 것이다.
학교는 그렇게 자신들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간다.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다함께 어우러지는 행복한 시간이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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