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다음 날, 문봉동 우리인재원 내 야구장을 찾았다. 밤 9시. 깜깜한 밤에 야구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인야구클럽 ‘야구사관학교’ 동호회원들이다. 아무리 야구가 좋다지만, 밤 9시에 모여서 하는 운동은 피곤하지 않을까? 야구사관학교 박정재 감독은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야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피곤한 게 아니라 생활의 활력소”라고 힘주어 말했다. 휘영청 떠있는 보름달 아래 야구를 하는 이 사람들, 야구의 맛에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
야구로 직장 스트레스 확 풀어
“일주일 내내 일만 하면서 쌓인 직장 스트레스를 운동하고 사람들 만나면서 다 풀 수 있어요. 가족들도 그런 점에서 이해해줘요.”
이재한 씨는 가입한 야구팀만 해도 네 개다. 사회인야구를 시작한지는 5년째, 야구사관학교에서는 코치를 겸하고 있다.
“운동이란 건 처음 접하면 누군가를 목표로 정해서 따라가려는 의지가 생겨요. 선수급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는 가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까, 그게 야구의 재미죠.”
실업팀이 아니기 때문에 여유부리면서 게임할 수 있다. 그라운드에 서 있는 누구 하나 인상 쓴 사람이 없다. 글러브 하나, 배트 하나에 마냥 웃음이 나오는 사람들이다.
야구 비싼 스포츠 아냐
야구사관학교 팀은 훌륭한 선수들을 모아서 만든 팀이 아니다. 오히려 실력이 부족한 사람, 처음 야구를 접하는 초보들이 대부분이다. 가입 조건은 단 하나, 야구를 사랑할 것. 그거면 됐다.
열정도 대단하다. 보통 사회인야구단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데, 야구사관학교 회원들은 월, 수, 금, 토요일에 모인다. 자주 얼굴 본 만큼 실력은 늘었다. 지난해 4부 중하였던 팀 실력이 올해는 3부 중급 정도로 껑충 뛰었다. 올 시즌 목표는 3부에서 2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어렵다. 프로 선수도 4할을 채 못 치고, 아무리 잘 던지는 선수라도 방어율 0점대는 힘들다.
“어려운 스포츠예요. 그래서 한 번 빠지면 못 빠져 나가요. 누구나 다 안 나오니까요. 모든 팀이 완벽하다면 그 경기는 무승부라고 어떤 축구팀 감독이 말했어요. 2할 5푼을 치더라도 끼리끼리 모이는 즐거움이 또 있죠.” (박정재 감독)
그래서 야구는 기다림이다. 너무 잘 하려고 욕심을 내면 부상을 입기 십상이다. 특히 장비 욕심은 금물이다. 누군가는 ‘야구 하려면 100만원은 있어야 시작한다’고 하지만 그건 너무 획일화된 답변일 뿐이다. 70만 원 짜리 글러브를 사도 제대로 쥐지 못한다면 차라리 저렴한 초보용을 구입하는 게 낫다는 게 박정재 감독의 조언이다. 처음 입문할 때는 글러브에 스파이크 한 켤레면 충분하다.
여자 선수 함께 뛰는 야구클럽
공을 던지고 받는 사이 예정에 없던 정이 쌓이기도 한다. 김경곤 씨 이야기다. 수영 선수로 생활하기도 했던 그는 적당한 운동을 찾다가 야구장을 찾았다. 부산 출신인 그는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단체 팀인 야구의 특성 덕분에 서울 생활을 자연스럽게 하면서 대인 관계도 넓히게 됐다. 야구로 얻은 의외의 소득이다.
야구사관학교에는 남다른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여자 선수들이다. 중학교에서 소프트볼 강사로 일하고 있는 유경희 씨는 “여자 야구가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여자가 야구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는지 물었다.
“주말에만 하다 보니 기술적인 면은 미흡하죠. 체력이나 기초운동을 하고나서 하면 좋겠어요. 기초적인 기본기 훈련, 스트레칭,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 관리를 잘 하는 게 좋아요.”
야구에 입문하기는 생각보다 비싸거나 어렵지 않다.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동 전후 충분한 스트레칭, 평상시 기초 체력 훈련, 그리고 야구를 즐기려는 넉넉한 자세다. 게임을 하면서도 웃음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질 만큼 재미를 만끽하는 야구사관학교 회원들이 가르쳐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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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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