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원의 서울연가

그림으로 추억하는 서울 풍경

지역내일 2013-02-26

“한국화인데도 노랑, 빨강 등 색상이 화려한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50대 늦깎이 미술학도입니다. 그림 공부 비법 좀 알려주세요.”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 50대 블루칩 화가로 꼽히는 사석원 작가와 만남의 자리가 열린 잠실 롯데갤러리. 옹기종기 모여 앉은 미술애호가 20여명은 마음 속 궁금증을 화가에게 쏟아냈고 작가는 50년 그림 인생을 재치 있는 입담을 섞어 풀어냈다. 


 50년 서울토박이가 본 서울의 속살
 강렬한 검은 선, 화사한 색, 해학적인 묘사가 인상적인 사석원은 인기 화가다. 1960년 신당동 중앙시장 부근에서 태어난 뒤 홍제동, 면목동, 망우리에서 자랐고 장충동, 아현동, 동교동, 논현동, 방배동 등 서울의 강남북을 아우르며 서울 토박이로 살았다.
 50평생 서울 구석구석 이사 다니며 쌓은 추억을 꺼내 그림과 글로 남겼고 ‘사석원의 서울 연가’란 타이틀로 전시회를 마련했다. 왁자지껄 삶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노량진 수산시장’ ‘종로’ ‘대학로’, 개성 넘치는 ‘광화문 가수’ 청량리 유곽 아가씨들의 모습까지 다채롭다. 전시 작품은 수묵 드로잉, 판화, 유화작품 등 50여점. 남산, 을지로, 종로, 청량리, 가로수실 등 서울 곳곳을 다니며 작가가 느낀 인상과 추억을 화폭에 담았다.
 7살에 처음 말문이 텄던 그는 ‘꺼벙이’로 불렸다. 일찌감치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지만 그림만은 꽉 붙잡았다. 첫 스승은 빈센트 반 고흐. 양장점하는 어머니가 재단을 하면 그 옆에서 늘 그림을 그렸다. 달력에서 만난 고흐의 풍경화에 푹 빠져 베끼고 또 베껴 그렸다. 두 번째 스승은 ‘생물도감’으로 책 속의 다양한 동물들이 좋아서 무작정 따라 그렸다. 그가 꼽는 인생 최고의 책이다.


‘독특한 동양화’ 블루칩 화가로 뜨다
 서울대 떨어진 뒤 재수 끝에 들어간 동국대에서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미당 서정주 선생 쫓아다니며 글의 매력을 발견했고 한국화의 토대가 되는 불교사상까지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음주’에도 원 없이 빠져 살았다.  
 “실력에 비해 운이 좋았어요.” 50대 화가는 멋쩍게 말한다. 아슬아슬한 인생 갈림길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미술특기자 1호로 군 면제, 프랑스 유학 중에 만난 아프리카 미술의 강렬함, 가나화랑과의 인연 등 묘한 행운이 화가 인생을 도와주었다고 털어놓는다.
 “한국화를 공부하다 보니 색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아크릴, 유화 같은 서양화 물감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만의 색을 만들었습니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색다른 융합’이 국내 미술 시장에서 그의 입지를 다져주었다.
 “그림 그리는 매 순간마다 최고의 걸작을 그린다고 ‘자뻑’해요. 그러다 며칠 지나면 그림 곳곳에서 발견되는 허점들 때문에 가슴을 치고요. 이런 ‘자뻑’과 ‘반성’의 시간들이 나를 키웠습니다.” 작가는 유쾌하게 덧붙인다. 


전시 : 3월5일까지
장소 : 롯데갤러리 (롯데백화점 잠실점 9층) (02)41106911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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