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작품 展으로 보는 고암 이응노의 모든 것
장르 · 매체 뛰어넘는 실험적 예술 추구
기증작품 533점 중 400여점 직접 전시 ··· 전시 어려운 작품, 디지털 영상으로
고암 이응노. 조선의 끝자락부터 개화기와 근현대사를 살아낸 미술가. 일본과 프랑스를 거치며 작가적 역량을 넓혔고 프랑스에서 1989년 죽음을 맞기까지 장르와 소재를 뛰어넘는 실험적 예술을 추구했던 작가. 작가로서 그의 삶을 통찰할 수 있는 전시회가 이응노미술관에서 3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기증작품전은 2012년 이응노재단 출범을 기념해 5년여의 미술관 역사를 시민들에게 보고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응노미술관은 2007년 5월 시립미술관 산하기관으로 개관했다. 그로부터 2012년 이응노재단이 출범하기 전 2011년까지의 기증작품 533점 중 400여점을 직접 전시하고 공간의 제약으로 전시가 어려운 작품들은 디지털 작업을 통해 영상으로 보여준다.
문인화-현실풍경화-반추상의 세계로의 변화
이응노 선생은 서화가였던 해강 김규진 선생의 문하에서 문인화를 습득했다. 한국의 먹과 한국의 글이 그의 그림에 빈번한 소재나 재료가 되는 것은 선생의 이런 배경 때문이다. 1935년 도일 이후 선생은 일본에서 근대미술을 교육받는다. 이 시기 그의 그림은 사군자를 벗어나서 사실주의적 현실풍경화가 주를 이룬다.
일본 생활을 거쳐 1958년 프랑스 평론가 쟈크 라센느의 초청으로 프랑스로 건너가게 되면서 그의 작품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색을 갖게 된다. 도불 당시 사실적 표현에서 벗어나서 이미 반추상적 세계라고 할만한 사의적(寫意的) 세계를 그리던 선생은 파리의 전위적 성향의 폴 파케티 화랑과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완전한 추상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 것. 결과적으로 소재, 주제, 장르, 매체를 뛰어넘는 그의 그림은 추상화, 구상화, 먹화, 영모화를 넘어 조각과 판화의 형태로도 드러난다.
프랑스 고블랭 국립 타피스트리 제작소-타피스트리 제작<밤나무>
중앙 전시대 뿐 아니라 10여개의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그림들 중 인상적이었던 전시는 가장 큰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마르코폴로시리즈>이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대한 책을 집필했던 작가가 프랑스에 체류 중이었던 고암선생에게 삽화를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제작되었다는 이 작품들은 마르코폴로가 표현하고자 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수많은 이야기를 80여점의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모티프를 수십개의 화폭에 옮긴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중앙 전시대에는 파리의 동양미술관인 세르뉘쉬 미술관 내에 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하여 수많은 유럽인들에게 동양미술을 가르쳤던 그의 흔적이 전시되어 있다. 학생들에게 시연작이 되었던 작품들이 전시된 것. 단숨에 그려낸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을만큼 완성도 있게 느껴지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고블랭 국립 타피스트리 제작소가 1970년대 아시아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고암선생의 작품을 구입하여 타피스트리로 제작했다는 <밤나무>도 전시되었다.
고암미술의 대미(大尾)-군상연작
고암의 작품 세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군상연작. 60년대의 인간이 추상화 속에서 자연과 하나의 몸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70년대는 문자추상 연작 속에 인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10여년의 세월은 군상연작의 작품으로 채워지는데 이는 고암선생의 인생과 예술관의 집약되어 고암미술의 대미(大尾)를 보여준다 하겠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생의 군상연작도 감상할 수 있다.
곽영진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장소의 협소함에 비해 작품이 방대해서 아쉬움이 있다. 한 작품 한 작품 충분히 집중해서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래도 우리 미술계의 거목이셨던 고암선생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의 : 042-611-9805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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