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3.6세였다. 100여년 만에 한국은 평균수명이 82세로 껑충 뛰어올랐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55세~65세 사이 정년을 맞이한다. 여가 선용과 자기개발의 욕구를 가지고 있어도 은퇴 후 주 수입원이 사라져 빈곤노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늘어난 평균수명은 20년 넘게 남은 인생을 새로운 과제로 넘겨줬다.
호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박현식 교수는 “앞으로 인류는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고령화 사회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 5040만 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무려 516만 명이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1.7%에 이른다.
박현식 교수는 “우리사회는 아직도 고령화 사회를 심도 있게 고민하거나 통찰력 있는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며 “지금부터 5년 안에 해법을 찾지 않으면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은데…” =
지난 1~2월 전국 지자체는 일제히 ‘2013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를 모집했다. 아산시도 아산시노인종합복지관 대한노인회아산시지회 아산시니어클럽 충남노인보호전문기관의 4개 민간기관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천안시는 천안노인종합복지관 아우내은빛복지관 천안시노인회 등이 위탁 운영한다.
아산시청 경로장애인과 이미경 담당자는 “아산시 전체 615개 일자리를 모집했고 700명 가까운 인원이 응모했다”며 “지난해보다 8개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밝혔다.
아산시는 노인일자리사업으로 공익형·교육형·복지형·시장형·인력파견형 5개 유형과 전철이용질서계도사업 외 16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CCTV관제사업을 새로 추가했다. 공익형을 제외하면 일명 ‘노노케어’로 불리는 행복나눔도우미사업과 실버카페 하얀빨래방 청정콩나물 할머니국수집 등이 60세 이상 참여 가능하다.
하지만 노노케어에 참여하는 조신자(70)씨는 “희망자에게 골고루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에 하던 일을 계속하기 쉽지 않다”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생계형으로 일하는 노인 많아 =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는 전체 노인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공익형 사업의 경우 기초노령연금 수령자여야 하고 자기 명의 재산이 없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다. 이런 조건을 갖춰도 연간 7~9개월 정도만 일할 수 있으며 월 2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게 전부다.
아산시니어클럽 배병수 사회복지사는 “아산시 공익형 사업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들 중 생활형편이 어려워 생계형으로 일하고 있는 비율이 90% 이상”이라며 “이들의 수입은 공익형 사업 급여 20만원과 기초수급지원금을 합쳐도 월 50~6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박현식 교수는 “생계가 막막한 노인들은 삶의 질이 떨어져 질병에도 자주 노출된다”며 “빈곤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정서적 우울감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자녀교육과 집 장만에 몰두했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부모 부양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후 자녀세대들은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의식이 희박하다”며 “은퇴를 앞두고 있는 세대들의 위기의식은 깊다”고 진단했다.
민·관·기업이 함께 고민할 때 =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 빈곤문제를 완화하고, 적극적인 사회활동 지원을 통해 자살 및 치매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노인종합복지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익형은 물론 시장형 사업도 규모의 영세성과 경쟁력 부족 등으로 자립이 어려워 정부의 지속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대책이 시급한 상태다.
박현식 교수는 “경로당지원금과 노령연금을 빼고 나면 늘어가는 노인인구를 위한 노인복지예산은 아동복지예산보다 적다”며 “지자체가 노인 일자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민간기업과 병행하는 지역적 노인일자리 프로젝트로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박 교수는 “노인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노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지역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노인에 대한 가치를 사회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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