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_ 곤충박물관 ‘충우(蟲友)’ 장영철 관장

곤충에 대한 지식과 재미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지역내일 2013-04-07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박물관이자 곤충 마니아들의 국립박물관쯤 되는 곳이 있다. 바로 곤충박물관 ‘충우’다. 이곳의 지킴이 장영철 관장은 어려서부터 곤충을 좋아해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곤충분류학을 전공 ‘한국산 사슴벌레과(딱절벌레목, 풍뎅이상과)의 분류학적 재검토’로 석사 논문을 썼다. 일본풍뎅이상과연구회, 한국응용곤충학회 회원으로 있으며 2008년에는 털보왕사슴벌레를 신종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1996년 우리나라 최초로 곤충 웹사이트를 열어 지금은 회원 4만 8천 명이 넘는 국내 최대 곤충 포털 사이트 ‘충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충우 세계희귀곤충상설전시관을 오픈 한 것이 ‘충우곤충박물관’으로 확장, 올해 초 서울시 최초 사립과학관 인가를 받기까지 장 관장이 전해주는 재미난 곤충의 세계로 안내한다.


20여년 수집한 세계희귀곤충들과 국내곤충을 한자리에
곤충박물관 ‘충우’는 최근 자연사 곤충 분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의 사립전문과학관 등록을 인가 받았다. 올 들어 사립과학관 등록을 위해 전시표본을 추가하고 사슴벌레ㆍ장수풍뎅이 외 살아있는 여러 곤충을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생태관을 재정비했다. 또한 정글의 곤충생태를 그대로 옮겨놓은 열대곤충 디오라마관도 만들었다.
이 박물관은 관장인 장영철씨가 지난 20여년 수집한 세계희귀곤충들과 국내곤충을 한자리에 모아둔 것으로 지난 2005년 문을 연 세계희귀곤충상설전시관 및 매장이 모태가 된다.
‘충우(蟲友)’는 곤충과 친구들이란 뜻으로 곤충과 친숙하게 지낼 수 있게 지어진 이름이다. ‘충우’라는 이름처럼 박물관의 전시공간은 1층 곤충전문매장, 2층 제1전시관, 3층 제2전시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1층 곤충전문매장에는 살아있는 애완용 곤충, 곤충젤리, 매트 등 곤충사육에 필요한 모든 용품과 포충망을 비롯한 전문 채집도구 전 세계의 곤충표본과 표본제작도구가 있다. 제2전시관에는 버터플라이월, 세계의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갑충들, 열대우림 디오라마를 관람할 수 있다. 곤충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곤충생태관도 있다. 제2 전시관은 세계 각국의 이국적인 곤충과 우리나라의 곤충들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50cm에 이르는 거대한 대벌레와 날개를 펴면 어른 손바닥만 한 황제왕매미, 위장술의 천재인 나뭇잎벌레를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장 관장이 채집활동을 하면서 발견해 신종으로 기록한 털보왕사슴벌레와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것 몸길이 50cm의 대벌레, 아마존에서 사는 것으로 세계에서 몸 크기로 제일 큰 타이타닉하늘소 등을 볼 수 있다.
장 관장은 사립박물관을 만들면서까지 왜 그렇게 곤충에 빠져있을까? “가까운 미래에 곤충과 관련된 일은 아주 중요한 국가산업이 될 것이고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곤충 산업이 가장 중요한 국가 산업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곤충 산업 육성을 위한 법령을 마련해 미래에 식량이나 의약품 등으로 유용하게 쓰일 곤충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곤충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가 없다는 것이 장 관장의 생각이다.


5000여점의 곤충을 전시하기 까지
5000여점의 곤충을 전시하기 까지 장 관장은 우리나라의 오지, 섬 외에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곤충을 수집했다. 겨울에는 땅이 얼어 걷는 것이 힘들고 여름에는 잦은 비와 벌, 뱀등에 물릴까 걱정이다. 그래도 사슴벌레가 사는 참나무가 발견되면 차를 세워두고 언제든지 숲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박물관의 모든 곤충은 추억이 담겨 있다.
어느 한 여름 밤, 사슴벌레를 채집하기 위해 발전기를 돌려 수은등을 켜두고 곤충이 날아오기만을 기다리길 2시간, 곤충을 잡으러 나간 사이 소낙비가 내리면서 번개가 바로 앞으로 내리쳤다. 발전기도 수은등도 사슴벌레도 모두 버리고 부랴부랴 차를 타고 도망 온 추억, 표본을 하다 다리를 부러뜨려 뒤 수습 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표본을 만들면서 사진촬영을 위해 핀을 수백 개나 꽂았다 뺐다를 반복했던 기억 하나하나가 모여 박물관이 되었고 비치되어 있는 곤충을 보고 있노라면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장 관장이 걸어온 삶이 박물관이라 할 수 밖에 없다. “박물관을 보려고 진주에서 왔다, 해외에서 한국에 들어왔다 아이가 꼭 가보고 싶어 해서 찾아왔다는 말을 들을 때, ‘관장님이 졸업한 강원대에서 곤충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하는 학생들을 만날 때 박물관을 정말 잘 만들었구나 하는 뿌듯함이  생긴다”고 한다.
장 관장도 아쉬운 점은 있다. 그렇게 곤충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 인터넷이 지금만큼만 발달했어도, 어른 중 어느 누구 한 사람이라도 파브르곤충기를 읽어 보라고 권하기만 했다면 파브르보다 더 유명한 곤충학자가 되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다.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꿈은 이루었으니 곤충과 관련된 도감을 출판하고 박물관에 국내 곤충을 더 증설해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초등 4학년 딸이 곤충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 했을 때 곤충 연구가 1세대에서 끝내는 것은 힘들고 일본처럼 대를 이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딸이 아빠 뒤를 이어 준다면 적극적으로 도와 함께 하고 싶다고 한다.


150여 종의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의 모든 것을 책으로 담아내다
우리나라에서 가징 인기 있는 애완곤충 중 하나가 왕사슴벌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물론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버섯 재배용과 땔감으로 쓰기 위해 오래된 참나무 숲을 베어 버리거나 쓰러진 나무까지 모두 가져가 버려 왕사슴벌레의 생활터전이 줄어들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장 관장은 “왕사슴벌레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보호종’으로 지정하여 채집하는 행위를 막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왕사슴벌레의 생태 습성을 이해하고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올바르고 훌륭한 방법”이라 주장한다.
딱정벌레과를 좋아하는 장 관장은 국내외 150여 종의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의 모든 것을 담아낸 책을 냈다. ‘큰턱 사슴벌레 VS 큰뿔 장수풍뎅이’를 시작으로 ‘Why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배틀 장수풍뎅이 VS 사슴벌레’ ‘세계 곤충 탐험’ 등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내년쯤에는 ‘한국 사슴벌레 도감 17종’을 출판할 예정이다.
오랜 경험으로 알게 된 곤충에 대한 모든 것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강좌도 박물관 외 교보문고에서 ‘곤충강좌’를 신세계백화점에서 ‘곤충표본교실’ 열고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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