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보면 ‘아이는 이렇게 해야 한다’ ‘아이를 이렇게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들을 적잖게 보게 됩니다. 그런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해결책 중 하나는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자’이죠. 그런데 그 말을 실천하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친척이 다섯 살 된 딸을 데리고 집에 왔어요. 당신에게는 여섯 살 난 아들이 있어요. 아이들은 방에서 자기들끼리 놀게 하고 어른들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여자아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남자아이가 자기 장난감을 만지는 여자 아이에게 ‘이거 내거야. 만지지마.’라고 소리치면서 밀쳐버렸고, 놀란 여자아이가 그만 울어 버린 것이죠. 남자아이의 부모인 당신을 어떻게 할까요?
이럴 경우 보통 부모는 자기 아이를 혼내거나 친척 딸에게 다른 장난감을 주면서 그 상황을 무마하려고 애쓰죠. 그런데 책에서는 아이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가 네 물건을 함부로 만져 속상하지?’라며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준 후 ‘하지만 친구도 네가 밀쳐서 많이 놀랐겠구나. 다른 것을 가지고 노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해주라고 해요.
그런데 그럴 수 있는 부모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요. 책에서 소개한 비결이 엉뚱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말들을 적재적소에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부모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일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죠. 그것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한 숙련을 요하는 기술이며, 결코 저절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이에게 권위적이고 아이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냉담한 부모라면 갑작스런 감정 읽기가 오히려 아이의 반발을 살 수 있죠. ‘엄마가 갑자기 무슨 속셈으로 그러는 거지?’하고 말이죠. 그래서 부모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아이가 확 변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마법처럼 대화를 사용하려 생각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로 아이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전에 부모 자신이 아이에 맞게 바뀌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부모 자신이 태도 가치관을 바꾸고 그런 다음에 아이와의 관계를 친밀하고 신뢰가 가득한 관계로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아이가 변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플 때만이 아니라 아이의 성격과 가치관을 어릴 적부터 익히기 위해서도 저와 같은 소아과 전문의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스위트소아청소년과의원
최재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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