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 _ 열린의사회 박형선 부회장
“한의사로 사는 삶, 제게는 가장 큰 행복이죠”
15년 넘게 국내외 의료 봉사활동, 인술 펼치며 한의학 우수성 알려
사춘기를 겪던 고등학생 시절 그의 삶은 결정됐는지도 모른다. “의료 장비도 변변하게 없는 전쟁 중에 의사는 어떻게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이 질문은 열린의사회 박형선(부천 박형선한의원 원장) 부회장을 한의학과에 입학하게 만들었고 한의사로서의 삶을 살게 했다.
한의사로 산다는 것이 천직이라고 믿는 그. 습관처럼 의료봉사활동을 다니고 환자들과 격 없이 대화를 나누고 진료를 받은 환자를 ‘골수팬’으로 만드는, 조금은 특별한 박 부회장의 얘기다.
습관처럼 의료봉사를 떠나는 이 사람
부천시 중동에 있는 ‘박형선한의원’. 깔끔하지만 그리 크지 않은, 평범해 보이는 이곳이 열린의사회 박형선 부회장이 운영하는 한의원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규모 있는 한방병원 병원장이었던 그가 느닷없이 자신의 이름을 건 작은 한의원으로 개원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유롭게 소신껏 진료를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난 환자들 만나고 진료하고 얘기 나누는 게 좋아. 그런데 병원 규모가 커지면 신경 쓸 게 많아지더라고. 그래서 작게 한의원을 차린 거지. 특별한 거 없어. 하하하∼.”
박 부회장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한의사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의료봉사단체인 열린의사회와 인연을 맺고 봉사활동을 해 온 지 15년이 넘었다. 의료봉사단 단장으로 몽골을 비롯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 해외를 돌며 의료봉사를 해 왔다. 주말에는 2주에 한 번씩 국내의 오지와 무의탁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열린의사회가 1997년에 만들어졌고, 내가 이듬해부터 활동을 했지. 해외봉사활동은 매년 2번씩은 나가. 국내 봉사활동은 그냥 습관처럼 해. 나이 먹고 집에 있으면 심심하잖아. 환자 만나고 진료하고, 한의학의 우수성을 외국에도 알리고∼. 좋잖아. 즐겁고.”
나는 행복한 한의사, 한의사는 나의 천직
박 부회장이 봉사활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을 다닐 때부터다.
목표로 하던 경희대학교 한의학과에 입학했지만 마음 한 구석은 늘 허전했다.
“80년대 초, 대학생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게 있었어. 독재에 맞서 싸우는 거였지 하지만 난 할 수 없었어. 무서웠거든. 2학년이 되었을 때, 가만히 있을 수 없겠더라고. 그래서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의료봉사’라는 것을 시작하게 됐지.”
매주 토요일,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다. 아픈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를 했다. 그 때부터 의료봉사는 그의 일부가 됐다.
열린의사회와 인연을 맺은 후부터는 매년 휴가를 반납하고 해외 봉사활동을 떠났고 주말에는 국내 의료봉사활동을 떠났다.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바쁘게 지내지만 박 원장은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진료의 시작은 환자와의 믿음과 신뢰
박 부회장의 진료 모습을 보면 조금 독특하다. 초진 환자에게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환자의 얘기를 들어 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떤 환자들은 “친절하지 않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진료를 받다보면 그의 가식 없는 진솔함과 남다른 인술에 매료되고 아플 때면 박 부회장만 찾는 일명 ‘골수팬(?)’이 된다.
“아픈 사람이 자기 병에 대해서 얼마나 할 말이 많겠어. 환자 얘기 끊고 내 할 말만 하면 환자는 위축되지. 병 치료의 시작은 믿음과 신뢰야. 믿음과 신뢰가 쌓이려면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그래서 처음엔 그냥 많이 들어주는 거야.”
리포터가 한의원을 찾은 날도 20년 가까이 박 부회장에게만 진료를 받았다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어르신 “박 부회장은 초기 진단을 정말 잘해. 몇 마디 하면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귀신같이 알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르신의 얘기를 했더니 박 부회장 한 참을 웃는다. “상지대 한의과대학 진단영상의학과로 매주 목요일 강의를 나가. 학생들 가르치려니 진단에 대한 공부 많이 해야 하거든. 그래서 좀 빨리 알 수 있는 거지. 그리고 25년 넘게 환자들만 봐 왔는데, 그 정도는 당연하지.”
인터뷰가 끝날 때쯤,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박 부회장은 “아픈 사람들을 위한 진짜 한방병원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이 얘기, 진심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잠깐만이라도 이 사람과 얘기를 나눠보면 알 수 있다. 그 얘기가 진심이라는 것을.
이춘우 리포터 phot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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