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습관과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읽으세요.

철학고전을 읽는 방법 1

지역내일 2013-03-24

대체로 글을 읽는 데는 반드시 한 가지 책을 익히 읽어서 그 의리와 뜻을 모두 깨달아 통달하고 의심이 없게 된 후에라야 비로소 다른 책을 읽어야지, 여러 가지 책을 탐내서 이것저것을 얻으려고 분주하게 섭렵해서는 안 된다. - 이이 『격몽요결』「독서장」


“우리들 가운데서 고전에 관한 책은 자주 읽으면서도 고전자체를 읽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요한 것은 고전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고전 자체를 접하는 일이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이해하면서 읽는다면 귀중한 독서가 된다.” - 1976년 10월 6일 매일경제 연세대 철학과 교수 김형석



철학 고전은 매우 어렵습니다. 머리를 싸매고 읽어도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부분들에 턱턱 발목이 잡히곤 합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책들을 빨리 읽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책을 빨리빨리 읽어 치워야할 ‘과제물’로 여기는 분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우선시하는 분들입니다. 또 ‘질보다 양’이라는 오랜 싸구려 사고방식에 길들여진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은  느긋하게 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없겠지만, 그러고 싶어도 무의식적으로 책장을 빨리빨리 넘깁니다. 하지만 소나기를 피하듯이 겅중겅중 읽어, 겉만 슬쩍 적신 채 깊이 스며들지 못한 독서는 머리와 마음에서 금방 말라버린다는 걸 유념해야 합니다.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철학고전을 빨리 읽게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입니다. 겉치레를 중시하고 과시욕이 많은 분들일수록 그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철학 고전은 우리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 쓰인 책이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하고 잘못된 욕심을 버리게 만드는 데에 목적이 있는 책들입니다. 따라서 남들 앞에서 급하게 외워둔 ‘명구’ 몇 구절을 들먹이며 으스대는 것은 ‘내가 책을 헛 읽었소.’ 라고 자백하는 꼴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랄하게 꼬집었지만 철학 고전을 빠른 속도로 읽겠다는 분들의 발상을 전혀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책의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없다는 우리 두뇌의 한계를 고려하면, 책장을 후루룩 넘기다가 괜찮은 구절을 발견하면 그 부분만 읽는 빠른 독서도 나름의 방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 고전이라는 게 인류의 조상들이 치밀하게 고민하고 계획했던 것들의 기록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꼼꼼히 읽어도 그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더 나아가 그 맛을 즐기기 어렵다는 또 다른 전제를 참작한다면, 숙고 음미하며, 관련 서적을 찾아가면서 천천히 읽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훨씬 풍부한 철학 고전 읽기가 될 것입니다.
요즘 이지성이라는 작가의 책에 고무되어 철학고전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따라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철학고전을 읽히려는 부모들도 많다고 합니다. 좋은 의도와 시도인데 부모님이 알아두어야 할 점은 아이들은 부모의 독서방법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제대로 철학고전을 읽게 하려면 부모님들이 본보기가 되는 독서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산대사의 오언절구를 소개하며 이번 기고문을 마치겠습니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을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어지럽게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글 : 설승전 원장 ( 현 청암학원, 충북대학교 철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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