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주고 싶은 동네빵집 - 우리밀빵 전문점 ‘빵굽는 아저씨’

“먹는 사람 건강 바라며 구운 빵 맛보세요!”

지역내일 2013-03-25 (수정 2013-03-25 오전 9:40:29)

가게에 들어서자 구수한 빵 냄새가 먼저 반긴다. 막 오븐에서 나온 뚝배기호박영양빵. 뚝배기 위로 봉긋이 솟아오른 빵의 자태가 풍만하다.
빵을 반으로 가르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속살이 드러난다.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쫄깃한 식감에, 달지 않지만 팥배기 콩배기의 달콤함이 잘 어우러져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다. 자꾸 손이 간다. ‘빵굽는 아저씨’에서 새롭게 선보인 뚝배기호박영양빵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이 깊다.



* 막 오븐에서 나온 뚝배기호박건강빵이 먹음직스럽다

아이들 먹이려고 100% 우리밀빵 10여 년간 고집 =

봉명동 순천향대학병원 앞 ‘빵굽는 아저씨’는 올해로 11년차를 맞는, 통밀천연발효 효모를 사용하는 우리밀빵 전문점이다. 요즘 쉽게 만날 수 없는 작은 동네빵집이다.
직접 구워 파는 빵의 종류가 단출하다. 도너츠류의 튀긴 빵은 찾아볼 수 없고 케이크 종류도 눈에 띄지 않는다. ‘빵굽는 아저씨’ 신진훈씨는 달고 기름진 빵을 만들지 않는다.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는 빵만 만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고, 이런 가격(실제 ‘빵굽는 아저씨’ 빵가격은 수입밀을 사용하는 다른 빵집보다 약간 비싸거나 비슷한 정도다)으로 우리밀빵을 판매한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저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수입밀에 비해 우리밀 가격이 훨씬 비싸니까요. 하지만 인건비나 가게세 등 빵의 원가 요소를 줄이면 가격을 낮출 수 있어요. 욕심만 조금 거두면 크게 어려운 일 아닙니다.”
신진훈씨에게 채산성도 작업성도 좋지 않은 우리밀빵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제가 먹으려구요. 아, 그리고 우리 애들도 빵을 많이 먹거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씨는 “빵장사를 시작하면서 술과 담배를 끊었다”며 “그러다보니 자극적이거나 인공적인 맛에 점점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10년 넘게 덤덤한 맛의 우리밀빵을 고집하는 정직한 이유다. 


*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빵을 만들고 싶다는 빵굽는 아저씨 신진훈씨

첨가제 대신 시간과 공을 들여 구운 빵 =

‘빵굽는 아저씨’는 거친 통밀가루를 사용한다. 입에 거친 현미가 몸에 좋듯, 통밀이 영양면에서 우수하지만 덩치가 큰 빵을 만들면 쉽게 꺼져 버린다. 신씨는 첨가제를 집어넣는 대신 시간과 공을 들였다.
“빵장사를 시작하고 3~4년은 빵 같지 않은 빵을 만들며 고생했어요. 지금은 30시간이상 자연숙성 하거나 천연효모를 이용해 이스트를 반 이상 줄이고 빵을 만들어요.”
그 맛을 알아보고 멀리서 정기적으로 빵을 사러 오거나, 강원도에서 빵을 주문하는 고객도 생겼다. 쌍용동 북카페 ‘산새’의 주인장은 이곳의 빵과 쿠키 맛에 매료되었다. ‘산새’에서도 ‘빵굽는 아저씨’의 쿠키와 빵을 맛볼 수 있다.
신진훈씨는 매일 아침 그날 판매할 최소량의 빵과 쿠키를 만들고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크래커를 선보였다. 두부스낵도 튀기지 않고 하나하나 패닝해 오븐에 굽는다. 남들이 10봉지를 만들 때 3봉지밖에 만들지 못할 정도로 품이 든다.
식빵을 비롯한 발효빵은 오후에 맛볼 수 있다. 작은 주방에는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아들과 딸이 꼼꼼하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빵반죽을 만지고 있다. 가족이 함께하는 주방에 도란도란 정이 흐른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빵을 굽습니다. 우리 집 빵이 다른 곳과 다르다면 그건 마음을 담기 때문일 겁니다.”
기계를 전공하고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신씨는 우연한 기회에 제과제빵을 배우게 됐고 빵에 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대로 건강한 빵을 배우기 위해 뚜쥬르 과자점에서 2년간 일했고 작은 빵집에서 3개월의 경험을 거친 후 비로소 ‘빵굽는 아저씨’를 열었다. 신씨는 그저 먹고 살 정도의 돈을 벌며 자족하는 생활이 행복하다고 했다.
담백해서 자꾸 끌리는 빵맛은 손끝에서 나오는 걸까, 아니면 깊이를 모르겠는 평상심에서 나오는 걸까 궁금해졌다. 빵을 좋아하지만 속이 좋지 않아 망설이는 이웃에게, 식구들이 너무 빵만 찾아 좋은 빵을 먹이고 싶어 하는 친구에게 살짝 알려주고 싶은 빵집 하나, 찾았다. 

대표메뉴 : 낯선 통밀발레빵 올리브크래커와 익숙한 보리빵 초코칩쿠키 등 빵과 쿠키
위치 및 문의 : 천안시 동남구 봉명동 순천향병원 근처. 579-0078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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