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플레이 대디>

“나 잘 때 살짝 데리고 가요”

자식에게 짐되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기도-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

지역내일 2013-03-24
일시 : 평일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장소 : 카톨릭문화회관
주최 : 아신아트컴퍼니
문의 : 1599-9210


월남전에 참전하고 있던 선임하사는 고아 출신 김일병에게 물었다. 소원이 뭐냐고. 김일병은 대답했다. “제 소원은 말입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동물원에 같이 가는 겁니다. 학교 다닐 때 애들이 아빠하고 동물원 갔다 왔다는 게 너무 부러웠지 말입니다.” 헬기 여덟대로 고엽제가 비처럼 뿌려졌던 월남전에서 살아남은 선임하사, 우리의 ‘대디’는 월남전 참전 두달 반만에 지뢰를 밟고 죽었던 김일병의 소원을 잊지 않았다.
대전 카톨릭문화회관에서 한달째 공연되고 있는 플레이대디는 아버지와 아들을, 며느리를 조명한다. 월남전 참전 후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아버지, 꿈을 찾아 인생을 소모하는 아들, 그 속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며느리의 이야기다. 그러나 또 다른 이야기도 보인다. 함께 두려웠고 그래서 함께 격려했던 전우, 그 전우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자로서의 삶.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플래이대디팀은 유쾌하게 풀어냈다. 가볍지만 경박하지 않고 진솔하지만 질퍽거리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명제, 그리고 전우애 더 나아가 인간애를 아우르며 삶에서 부딪힐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버지가 자기의 이름보다 ‘김일병’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불러댔다고 절규하는 아들 대한이의 모습에서, 전쟁의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자는 며느리 송이에게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집에 들어왔던 도둑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족이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또한 김일병의 죽음에 상관으로서 죄책감을 느끼는 선임하사에게서, 김일병의 소원을 기억하고 이뤄줬던 아버지에게서 사람으로서의 삶은 어떠해야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두해 째 공연을 올리고 있다는 아버지역의 심원철 씨, ‘웰컴투동막골’과 ‘조폭마누라’를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빛난다.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관객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외에도 김일병역의 이상혁, 도둑역의 진태이, 며느리역의 서일, 아들역의 김경락, 여자가수역의 한가영씨가 조화를 이뤄 어느 부분 하나 어설프지 않은, 구멍 없는 좋은 극을 보여준다. 플래이대디는 이달 31일까지 공연된다.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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