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0일부터 노조파괴 중단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여온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 지회 홍종인 지회장이 건강악화로 지난 20일 천안의료원으로 후송됐다.
홍종인 지회장은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앞 굴다리에 매달려 151일 동안 농성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한 번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던 그는 심하게 근육이 마르고 혈전증 및 심장질환의 위험이 있는 등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 단국대병원 산업의학전문의 정우철 박사가 19일 굴다리농성 현장에서 홍종인 지회장을 검진하고 있다. 정 박사는 “홍 지회장이 심부정맥혈전증 증세가 나타나고 심근경색과 뇌경색의 위험이 있다”며 “근육이 소실돼 노인 다리와 같은 상태여서 정밀검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 김순석 부지회장은 “혈압이 150까지 오르고 오른쪽 다리와 왼쪽 팔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며 “홍 지회장의 건강을 염려하며 눈물을 훔쳤던 노조원들은 농성중단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홍 지회장을 안전하게 지상으로 내리는 작업을 하기 위해 소방차가 출동했으나 사다리가 고장 나는 바람에 공중에서 40여분을 지체됐다. 김순석 부지회장은 “충남도 구급대에서 보냈다는 소방차가 생명이 위급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40분이나 지체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항의했다. 소방차의 예기치 못한 사고는 홍 지회장을 걱정한 노조원들의 크나큰 분통을 샀다.
홍종인 지회장은 “굴다리에서 내려오기 전날 오전 유시영 사장과 전화통화에서 유 사장이 내가 내려오면 ‘현안에 대해 노조와 교섭을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말을 했다”며 “내려갈 테니 약속을 지키라고 전했다. 회사가 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으면 다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올라갔는데 건강 때문에 농성을 중단하는 아쉬움이 크다. “조합원들이 있어서 버텼다”며 누구보다 아팠을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홍 지회장이 입원한 천안의료원 허종일 원장은 “전신쇠약이 심하다. 절대적으로 운동이 부족했고 영양결핍도 우려되며 차들이 지나가는 굴다리에 매달려 오랫동안 진동과 소음, 추위에 노출돼서 신경쇠약 증세가 크게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유성지회는 2011년 노사가 합의한 야간노동폐지 시행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회사는 노조가 파업을 결의함과 동시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용역업체의 무자비한 폭력진압과 사용자 노조설립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등과 사측과 노무컨설팅 업체 ''창조''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이 드러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홍 지회장의 목숨을 건 농성과 해를 거듭한 노조원들의 투쟁에도 사측은 문제해결의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유성기업 사태로 그동안 27명의 노동자가 해고됐고 17명이 구속됐다. 반면 검찰은 유시영 사장 등 유성기업 경영진에 대해서는 전혀 처벌하지 않았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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