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중풍 때 손발 따기, 홍수에 물길 트는 격

지역내일 2013-03-24

조선시대 왕들은 의식주를 포함해서 최고의 극진한 건강관리를 받았음에도 대부분 질병으로 고생했습니다. 실제 과다한 영양 섭취에 비해 운동이 부족한 왕들은 소위 성인병에 해당되는 질병을 끊임없이 앓았습니다. 현대인의 삶은 조선시대 왕들의 생활과 놀랄 만큼 유사합니다.


  ‘왕조실록’을 보면, 태조가 항상 구갈(口渴)증에 시달리다가 포도를 먹고 병이 회복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포도는 마음의 번거로움이나 속열을 제거하고 갈증을 해소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태조는 진액이 부족하고 화열(火熱)이 많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급기야 74세가 되던 해 임종을 맞았는데, 임종 시기에 소합향원(蘇合香元)과 ‘청심원’을 들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청심원’은 일반 소화제만큼이나 사람들에게 흔히 알려져 있는 처방이다. 그러나 원래 청심원은 그렇게 가볍게 쓰면 위험한 약이기 때문에 가려서 써야 한다. 만약 정식으로 한의원에서 처방받은 청심원이라면, 중풍인 경우에 써야 한다.


 중풍을 일으키는 기전은 참으로 다양하다. 현대의학에서는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증>을 아울러서 <뇌졸중>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중풍의 범주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임상적으로는 순환장애와 뇌압의 상승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든지 스트레스가 쌓여 울화가 되든지 술을 많이 마시든지 해서 이 열(熱)이 제대로 방출되지 않아 몸속에 쌓이게 되면 급기야 위로 상승해 머릿속에서 폭발하는 것이다.


 중풍환자들의 응급치료 시 손가락, 발가락을 따서 피를 내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마치 강물이 제방을 범람할 때 어느 한 곳에서 미리 터져 주면 다른 부분이 피해를 당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그 효과는 여러 논문에서 입증됐다.


 몇 년 전에 특이한 환자 한 분이 진료실에 온 적이 있다. 이 분은 코피를 자주 흘렸는데, 종합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에게 계속 진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코피가 터졌는데 잘 멈추지 않자, 모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고 한다. 응급실에 있던 레지던트는 지혈(止血)이 잘 되지 않자 아예 레이저로 코를 지져버렸다고 한다.


 이후 그 환자는 원래 다니던 종합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에게 그 얘기를 하고 혼이 났다고 한다. 그 신경외과 과장은 그 환자가 뇌혈관이 터져 중풍이 일어날 위험에 처해 있었지만 다행히 계속 뇌의 아래에 있는 코에서 미리 코피가 터져 줘서 중풍이 일어나지 않은 거였는데, 이렇게 코를 지져놓으면 어떡하느냐고 혀를 찼다고 한다. 이 환자는 결국 그 다음에 실제 중풍으로 쓰러졌다. 이는 오히려 한의학적인 개념인데, 그 신경외과 과장은 수십 년간의 진료 끝에 체험적으로 그 연관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글 : 정경용 원장 (청주시한의사협회 홍보위원, 정경용한의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