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 - 좋은학교만들기 충북청소년모임

‘자기 일은 스스로 하자’, 우리 문제도 우리가 해결

지역내일 2013-03-19 (수정 2013-03-19 오후 8:58:46)



“학교에서 또래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소외당하고 있는 친구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좋은학교만들기 충북청소년모임(대표 신용수, 이하 충북좋은학교)’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조은별(16)양은 “우리들에게 일어난 일을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인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가 없는 학교, 다양한 재능을 존중하고 꿈을 키워주는 학교, 양심과 바른 역사를 가르쳐주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청소년들이 직접 나섰다. 좋은학교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됐다. 2008년부터 서로의 고민을 나누던 이들이 지난해 말부터는 지역모임을 결성하고 오프라인 활동을 시작했다. 충북좋은학교도 지난해 12월 30일 발대식을 가졌다. 


학생들이 모두 행복한 학교 꿈꾸는 ‘좋은학교’

청소년모임을 비롯해서 대학생 멘토, 전문가 멘토, 학부모모임 등으로 구성된 좋은학교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래상담, 친구를 도와주는 ‘좋은 손 운동’, 대학생과 전문가 멘토들이 함께 하는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모두가 행복한 학생, 좋은 학교 만들기 100만 서명운동’도 전개해왔다.
충북좋은학교는 학교의 동아리와 연계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증평에 있는 한 고등학교는 좋은학교가 동아리로 등록돼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신용수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 앞으로의 활동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신 대표는 “청소년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일이 많다”며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학교는 대학생과 전문가 멘토들이 함께 하는 상담과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찾아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김희윤(서원고 1)양은 좋은학교를 통해 힘들었던 일도 이겨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찾았다. 중학생 시절 친한 친구의 전학 후 다른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경험던 희윤 양은 다른 친구를 통해 상처와 아픔을 극복해 가고 있다. 그 이후 희윤 양은 왕따나 학교폭력 등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의 상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희윤 양은 앞으로 심리치료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기자로 활동하고 싶단다. 희윤 양은 “멘토들을 통해 관련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도 앞으로 입시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좋은학교 활동, 좋은 교육 기회 될 수 있어 

좋은학교는 이처럼 학생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어른들은 염려와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일이 많다. 은별 양은 지난해 100만인 서명에 동참해 달라며 담임교사를 찾아갔지만 담임은 쉽게 응하지 않았다. 좋은학교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던 데다 학교 부회장이기도 한 은별 양이 엉뚱한 곳에 관심을 뺏기는 것은 아닌가 염려했던 것. 은별 양은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서 여러 번 찾아가 다시 설명하고 부탁을 드리니 나중에는 서명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아직 좋은학교가 학생들이나 학교, 학부모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도 헤쳐 나가야 할 장벽 중 하나다. 최예진(사대부고 1) 양은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왕따를 당해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도 아직 좋은학교를 잘 모른다”며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별 양은 “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좋은학교 설명회’를 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용수 대표는 지난해 연말 열렸던 충북청소년정책 포럼에 참가했을 때 해외 청소년들의 사례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단다. 

“해외에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청소년 정책을 연구하고 수립할 정도로 청소년 활동이 활발하답니다. 우리나라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른들이 만드는 청소년정책은 아무리 좋아도 어른들의 시각을 담을 수밖에 없다. 충북좋은학교 회원들은 좋은 학교를 만드는 일 역시 교사나 학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나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실에서 일어난 일은 학생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할 일은,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나선 학생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일일 것이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벗어나 ‘우리’ 문제를 고민하는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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