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에 산다 - 서원어머니무용단
“한국무용 좋은 것, 직접 해봐야 알죠”
서원대 평생교육원서 만나 동아리 등록 … 무용에 대한 열정으로 나이도 잊어
“하나 둘 셋, 손으로 그려주고, 천천히 넘어간다. 피고, 하나 둘, 왼손 찍고!”
강민호 교수(44)의 우렁찬 구령에 맞춰 10여 명의 단원들이 아름다운 춤사위를 선보였다. 서원어머니무용단은 서원대 평생교육원에서 한국무용을 배우는 이들이 만든 동아리다. 무용단은 서원대 평생교육원이 쉬는 방학기간에도 특강 형식으로 무용을 계속 공부하고 있다.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
“서원대에서 만나 동아리 활동을 한 지는 4~5년 정도 됐어요.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 잘난 척 하는 사람도 없고, 양보도 잘하고. 분위기가 아주 좋아요.”
서원어머니무용단에서 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차임영(68)씨는 “무용단 분위기가 가족적이라 편안하고 좋다”고 설명했다.
박경애(55) 단원도 “같은 마음으로 하니까 단합이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명자(69) 단원은 “총무가 잘해서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총무 차임영 씨를 칭찬했다. 단원들이 서로 칭찬하고 아끼는 모습에서 무용단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지도교수보다 조금씩 먼저 나와 일주일 동안 순서는 잊지 않았는지, 춤사위가 틀리지는 않는지 연습한다.
차임영 총무는 “선생님에게 무용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립무용단에서 배우다 서원대 평생교육원까지 따라왔다. 지도를 아주 잘한다”고 말했다. 임명자 씨는 “칭찬하면 고래도 춤춘다고 한다. 선생님이 칭찬하면서 자신감을 주니까 나도 정말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용에 빠지니 다른 것 안 보여
무엇보다 이들은 한국무용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민화 민요 재즈댄스 등 다른 활동도 해봤지만 무용만큼 이들을 사로잡았던 것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차임영 총무는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단전호흡을 하면서 손끝 발끝 머리끝까지 집중하는 것이라 잠깐 추고 나도 땀이 나고 힘들다”며 “무용을 하면 자세도 바르게 되고 건강에도 좋아 주변에도 권하지만 무용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오래 하진 못하더라”고 설명했다.
박경애 씨는 “한국무용의 매력은 해보지 않으면 말로는 설명이 어렵다”며 “무용할 때에는 여기에만 집중하게 되니까 다른 모든 근심 걱정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원어머니무용단원들이 기쁨을 느끼는 또 다른 순간은 무대 위에 섰을 때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동안 연습하면서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는 공연은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임명자 씨는 “무대에 서는 설렘이 있다. 칠십 평생 처음 나를 드러내 보이는데, 성취감이 있다”고 말했다.
무용단이 조금씩 기량을 갖춰가면서 실력을 뽐낼 자리도 만들어지고 있다. 청주문화원에 등록된 동아리라 공연 의뢰가 오는 경우도 있고, 노인병원 등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봉사활동도 한다. 지난 가을에는 서원대 평생교육원이 주최한 예술제에 참여해 많은 이들에게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프로, 아마추어의 순수한 열정을 배우다
강민호 교수는 서원어머니무용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단원 중 연세가 많은 분은 80세인데 저보다 더 강한 열정으로 무용을 배우세요. 이분들의 열정을 보면 취미활동을 넘어섰어요. 전 프로무용가지만 이들에게서 순수한 에너지와 열정을 배우고 갑니다.”
무용단이 꾸려진 것은 5년 전이지만 이들 중 길게는 15년 이상 사제간의 만남을 이어오는 이들도 있다. 강 교수가 청주시립무용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20대에 만난 어머니들도 있는 것. 단원들에게 더 제대로 된 무용을 지도하기 위해 강 교수 역시 연구하면서 준비한다.
“일부에서는 어머니들을 지도하는 걸 조금 낮게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 다르게 생각해요. 오히려 이들에게서 얻어가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강민호 교수는 “어머니들과 오래 함께 하면서 쌓인 정(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며 “순서 틀려도 좋고, 춤은 조금 못 춰도 좋으니 어머니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해서 앞으로도 오래오래 무용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원어머니무용단이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아직 예정된 것은 없지만 이들의 공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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