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오리, 어디 갔다 이제 왔니"

전북 군산 금강호에 30만 마리 날아와 … 11월 군산 철새축제엔 수천마리 불과

지역내일 2013-03-12
지난해 11월 금강호를 지나쳤던(?) 가창오리가 3달 만에 돌아왔다. 지난 1월부터 수 천 마리씩 보이더니 2월 들어선 32만 마리가 금강호에 자리를 잡았다. ''겨울진객''의 뒤늦은 귀향에 전북 군산시 관계자들은 쓴 입맛을 다셨다. 군산철새조망대 한성우 학예연구사는 "겨울철 국내로 날아든 가창오리 대부분이 금강호에 몰려든 것 같다"면서 "축제시기를 맞췄으면 좋았을 것을…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지난 2004년부터 가창오리가 금강호에 날아드는 시기에 맞춰 철새축제를 열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번식한 가창오리가 10월부터 한반도로 향하고 11월이면 금강호를 거쳐 전남 영암호 등에서 겨울을 나고 북상하는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30만 마리가 넘는 가창오리가 펼치는 군무는 금강호 석양과 더불어 겨울철 서해안 여행의 독특한 볼거리로 관광객들을 끌어 들였고, 유명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도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1일부터 5일간 열린 9회 철새축제에선 가창오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철새의 한반도 유입시기가 늦어진 데다 때이른 폭설과 추위로 먹이인 벼 낟알이 눈속에 파묻히고, 휴식처인 금강호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철새들은 금강호를 지나쳐 바로 전남 영암호·금호 등지로 이동해 겨울을 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우 연구사는 "지구환경의 변화가 철새들의 이동경로와 시기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가창오리 이동 시기가 변하면서 군산시의 철새축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당장 지난해 ''주인''없는 축제를 치른 후 올해 축제예산이 한푼도 세워지지 않았다. 군산시의회가 축제 성격에 대한 재검토 등을 요구하면서 관련 예산을 삭감 했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은 ''축제 폐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군산시도 생태체험에 중심을 두는 것으로 축제방향을 전환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동 시기가 매년 달라질 수 있는데 철새만 바라보기엔 위험성이 너무 크다"면서 "기존 축제의 주제와 운영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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