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멘토로 활동하겠다고 야심차게 등록만 하고 막상 멘토-멘티를 맺은 뒤에는 시험공부나 학원 핑계되고 자주 빠지는 고등학생이 꽤 많아요. 민준이는 멘토링 봉사단원 가운데서 눈에 띄게 성실한 친구입니다. 초등 6학년생 멘티가 가끔씩 버릇없이 굴어도 잘 받아넘기고 토닥여주며 모범적인 멘토 역할을 했습니다.”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이수은씨가 지난 1년간 김민준군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친형 같은 멘토’되며 본인도 성장
김군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동현이에게 친형 같은 멘토였다. “외동아들이라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엄마 손에 이끌려온 동현이를 지난해 만났죠. 1년 간 ‘사나이’끼리 서로 별별 이야기를 다 나눴어요. 정이 많이 들었죠.”
멘토와 멘티로 만난 둘은 매주 일요일마다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에서 만났다. 국영수 공부법, 국제중이나 자사고 진학 등 초등 6학년생 동현이는 온갖 질문을 쏟아냈고 그때마다 김군은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어려운 수학 문제 때문에 끙끙될 때도 차근차근 풀이법을 알려주었다. 사춘기의 예민한 속내까지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학교 폭력, 왕따 걱정을 많이 했어요. 소위 ‘노는 아이들’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법, 마음 터놓을 절친 사귀기 등 아주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었죠. 그 때마다 내 경험담을 솔직히 들려주었지요.” 김 군의 설명이다.
학교에서 재능기부반 동아리 소속인 김군은 지도 교사의 권유로 에듀봉사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간의 활동 경험은 그에게도 ‘자기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 “일단 시작했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 진정성을 담아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도 나의 끈기, 성실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성실한 리더십이 가져다 준 행운
초중고 시절 내내 학급 임원을 도맡아 한 덕분에 김군은 리더십을 일찍부터 갈고 닦을 수 있었다. 남 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다보니 설득력 있는 언변, 실행력까지 갖출 수 있었다.
“선생님이나 웃어른을 만나면 두 손 모아 깍듯하게 인사하고 공손한 어투로 대답하며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했으면 끝마무리를 깔끔하게 하는 기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했어요.” 이런 의젓함 때문에 그는 교사들의 신임을 두텁게 받았다.
전교 임원을 강력히 권한 것도 중1 담임교사였다.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중3 때는 전교회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경쟁 후보와 달리 톡톡 튀는 유세전도 없이 묵묵히 피켓 들고 ‘김민준식’ 선거 운동을 펼친 결과였다.
“다름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임원을 계속 맡으며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 톤 유지, 청중과 눈 마주치기 같은 말하기 훈련이 자연스럽게 되더군요.” 통솔력을 갖추고 잔심부름도 묵묵히 도맡아하는 그는 교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고 다양한 활동 기회를 권유받았다. 중3 때 오케스트라단 활동도 그 가운데 하나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 잠깐 배우다 말았는데 사춘기 접어든 내게 악기를 배워보라고 엄마가 권하셔서 2년쯤 클라리넷을 배웠죠. 음악 선생님의 강력한 권유로 오케스트라단에 들어갔는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리베르 탱고’ 곡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 ‘캐리비언의 해적’ OST 같은 친숙한 곡을 연주했죠. 게다가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이끌어주는 선생님 덕분에 각종 연주대회 출전 기회도 얻었어요. 무대에 서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단원들의 연주 실력이 다듬어지면서 근사한 화음으로 만들어지는 걸 보며 느낀 점이 많았죠.” 학교 축제 때는 해금과 협연을 했고 음악 선생님 주선으로 연주봉사도 다녔다.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음악을 통해 친구들끼리 돈독한 정을 쌓으며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보냈다.
‘나는 대기만성형 인재다’ 늘 주문 외워
빡빡한 고교 생활을 보내는 그에게 야구와 자전거는 삶의 엔도르핀이다. 특히 요즘에는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고1 담임선생님이 자전거 마니아셨어요. 선생님 따라 강동구 일대에 새로 뚫린 자전거도로를 질주했어요. 달리는 중간 중간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조언도 들어가면서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도 틈나는 대로 달렸죠. 그동안 강화도, 인천, 행주산성까지 여러 곳을 돌았어요. 페달 돌리며 만나는 산, 강과 바다는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이처럼 음악, 운동을 즐길 줄 알고 어릴 때부터 리더십 자질을 길러온 김군은 긍정의 힘으로 똘똘 뭉쳐있다. 장래 진로는 정치인, CEO를 놓고 저울질하는 중이다.
“고3인 지금, ‘나태해지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늘 주문을 외고 있어요. 사실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봉사도 꾸준히 했지만 고등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잖아요. 자사고인 배재고에서 내신 성적 올리기가 녹록치는 않아요. 그래도 ‘나는 대기만성형 인재다’ 스스로 에게 늘 주문을 걸죠. 입시 종착점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 질주할 생각입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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