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14회 국제로봇올림피아드 2012’ 로봇밀어내기부문 금상 신미림초등학교 김영주 박현호군

로봇이 있어 행복한 아이들 …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다

지역내일 2013-02-04

 


세계 최대 규모의 로봇제전 ''제14회 국제로봇올림피아드 2012''가 지난해 12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지구촌에서 내로라하는 로봇 영재들이 모여 갖가지 프로그램으로 기량을 펼친 이번 대회에서 당당하게 로봇밀어내기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신미림초등학교 김영주(6학년) 박현호(3학년)군. 지난 7월 수도권 예선을 거치고 8월 한국대회 본선을 거쳐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된 후 마지막 국제대회에서 금상을 받기까지 가슴 떨리고 감격스러웠던 많은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김영주 박현호군은 로봇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 로봇이 있기에 행복하고 로봇과 함께 꿈을 키워가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로봇 밀어내기 한판승
로봇이 좋아 로봇만 가지고 놀던 김영주군과 박현호군은 학교를 입학하기도 전에 레고를 시작했다.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서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 R&G 로봇센터 이영호 원장을 알게 됐다. 이 원장과 함께 로봇에 대한 원리를 공부하고 다양한 로봇의 세계를 접하게 되면서 로봇 공학자라는 꿈도 키우게 됐다. 영주군은 “힘들지만 프로그램을 짜고 나면 로봇이 움직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고민 고민하다 해결될 때 느끼는 성취감이 로봇을 하는 이유”라 설명한다. 현호군은 “내가 생각한 모양대로 로봇을 만들고 움직이게 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상상한 대로 만드는 기쁨이 있다”고 말한다.
로봇 밀어내기는 2명이 한 팀을 이루어 상대방의 로봇을 경기장 밖으로 완전히 밀어내면 승리하는 경기로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진표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로봇 대회를 참가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같은 학년이 한 팀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영주군과 현호군은 3학년이라는 갭을 이기고 한 팀을 이루었다. 나이 차이가 나는 만큼 경력에서도 차이가 났지만 이들은 어떻게 한 팀이 되었을까? 우선은 같은 학교라는 지리적인 이점과 성격이 잘 맞는다는 장점이 한 팀을 이루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주군은 6학년이라 매년 7~8개 정도 대회에 참가한 경험도 있고 수상 경력도 많다. 현호군은 이제 3학년으로 대회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는 건 영주형과 팀을 이룬 행운”이라 생각하는 현호군, 그렇다고 현호군의 실력이 결코 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결정적인 경기가 있었다. 한국 본선 때 어이없는 실수로 형의 로봇이 떨어졌어져 패닉 상태가 되었을 때 현호군 혼자 2명의 로봇을 견제하며 끝가지 버티고 살아남아 경기를 구경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기까지 했다. 결국 이 경기를 발판으로 국제대회까지 진출했다.
국제대회 금상까지의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했다. 특히 올해는 국제대회가 한국에서 치러진 만큼 예선전의 경쟁률은 더욱 치열했다. 예선전부터 본선, 결승까지 수십 번의 경기를 치르고 또 싸워야했다. 이들은 ‘제트작전’이란 이름하에 대회에 참가하기 전 전략을 짰다. 작전명 2-1. 먼저 중앙을 선점하여 상대방을 밀어내고 이긴다. 작전명 2-2. 1:1로 맞붙어 서로 밀어내고 이긴다. 작전명 2-3. 형이 힘센 로봇을 견제하면서 하나를 먼저 밀어내면 뒤처리는 동생이 맡아서 한다. 하지만 대회 때마다 모든 상황이 작전대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여러 경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노련한 형이 이끄는 대로 동생은 잘 따랐다. 아마 동생이 자기의 생각대로 밀고 나갔다면 충돌이 일어났을 테지만 리더를 하는 형도 따라가는 동생도 마찰 없이 서로를 믿고 의지한 결과가 금상으로 나타났듯 이들은 어느새 형제보다 더한 우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최고의 상인 금상을 받기 까지 탄탄대로를 달린 건 결코 아니다. 수도권 예선은 은상, 한국대회 본선은 동상이었는데 국제대회에서는 금상을 받았다. 매 대회 때마다 수많은 고비를 넘겼지만 특히 한국 본선 때는 너무 억울해서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한지 열변을 토하는 현호군. 본선 준결승전, 상대팀과 동시에 로봇에 떨어져 사실 누가 이겼는지 판정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심판은 이들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결승전에 나간다는 기쁨도 잠시, 상대팀 지도교사가 계속 판정이 잘못됐다고 재경기를 요구했던 것. 물론 재경기를 할 수도 있지만 상대팀 선수들은 이미 경기장 밖을 나갈 수 없는 규칙을 어기고 로봇을 들고 30분 이상 경기장 밖에서 있었다. 아이들은 지도교사와 함께 경기 규칙을 어기면서 로봇에 어떤 장치를 했는지 모르는 상대와 재경기를 했고 결국 경기에서 졌다.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본선진출권을 따는 것만이 이들의 억울함이 해결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결국 동상으로 국가대표 자격은 획득했고 아이러니하게도 한국대회 본선 결승전에 나갔다면 붙게 되었을 팀과 마지막 국제대회 결승전에서 만났다.


로봇과 함께 꿈꾸는 세상
국가대표가 된 이후 이들은 하루 8시간씩 강행군을 하면서 경기에 임했다. 사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만큼 연습을 한다는 건 무리였지만 R&G 로봇센터 이영호 지도교사의 헌신과 아이들의 로봇에 대한 열정이 합쳐져 이루어낸 결과다. 이들은 대회 3일전 미리 광주에 내려가 합숙을 할 만큼 경기 준비에 철저했다. 
최종 결선, 이번 경기만 끝내면 대회 최고상인 금상을 받게 된다. 마지막 경기, 너무 떨리고 주저앉고 싶을 만큼 긴장감 속에서도 영주군은 “여기서 지면 아깝기도 하고 되도록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현호군은 “너무 떨려서 손에 땀이 나고 긴장되고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 단지 이기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그때를 기억한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결국 아이들의 간절함이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로봇을 밀어내고 너무나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던 영주와 현호는 서로를 얼싸안고 형제보다 더한 무엇인가를 느꼈다고 한다.
‘국제로봇올림피아드’는 국경과 언어, 문화적 장벽을 넘어 세계 각국 로봇 꿈나무들의 교류와 화합을 통해 지속적인 로봇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개최하고 있다. 올해 대회는 미국, 호주, 캐나다, 중국, 필리핀 등 청소년 460여명과 인솔교사, 학부모, 로봇전문가 등 24개국 736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김영주군과 박현호군은 로봇 밀어내기 금상 외 로봇 서바이벌에서 기술상을 수상했고 김영주군은 로봇 개더링(개인전)에서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대회에서 금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는 아이들은 “앞으로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로봇에 대한 실력도 쌓아 세계적인 로봇 공항자가 되겠다는 꿈을 꼭 이루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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