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정(32·천안시 직산읍)씨는 얼마 전 집안 대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정리정돈을 하고 나니 버려야 할 물건이 산더미. 그중 옷가지가 상당하다. 유행이 지나고 새 옷에 밀려 옷장 깊숙이 모셔놓은 옷들이었다. 대청소 후 옷을 버리려고 보니 아직 제법 쓸 만 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워낙 많은 양이 나오니 버리러 가는 것만도 큰일이었다. 하지만 양씨는 곧 고민을 해결했다. 연락하면 헌옷을 수거해가고, 무게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는 업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겁게 들고 나가 버리지 않아도 되고, 조금이나마 현금도 생기니 횡재한 것 같더라고요.”
양씨는 “특히 아이들은 쑥쑥 자라기 때문에 좋은 옷을 버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변 또래들끼리 물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물려줄 아이가 없으면 그냥 버리는 것보다 판매하면 이득”이라고 말했다.
아산시에서 헌옷클럽을 운영하는 장기환(32) 대표에게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헌옷을 사고판다는 것이 새롭다. 어떤 일인가말
그대로 버려지는 헌 옷을 사는 것이다. 캄보디아에 잠시 거주한 적이 있다. 그때 우연히 시장에서 우리나라 옷을 판매하는 것을 봤다. 새 제품이 아니었는데도 우리나라 의류는 제품이 좋다고 굉장히 인기였다. 그 광경을 보며 신기하다고만 생각하고 이후 귀국, 여러 사업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때의 일이 생각났다. 작아서 혹은 유행이 지나서 그냥 버려지는 게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그것을 수거해서 잘 처리하면 누군가에게 굉장히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 말하자면 자원의 재활용인 것이다.
-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옷을 모아놓으면 어디든 방문해 옷을 수거하는데, 옷을 무게 단위로 거래한다. 재질이나 상표 등 상관없다. 양말 속옷 모자 등에서 속옷 티셔츠 점퍼 등 옷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수거한다. 아이들 무릎이 나간 옷도 가능하다.
가끔 이불 종류도 수거할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있는데 솜이불은 제외다. 고객이 요청할 경우 수거는 하지만 별도 비용은 지급하지 않는다.
- 어느 정도 양이 모이면 방문이 가능한가
크기에 상관없이 한 보따리면 어디든 간다. 너무 양이 적어서 오히려 미안해하시는 경우가 있다. 다른 업체에서 양이 적다거나 거리가 멀다고 안 오는 경우가 있었다더라.
하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쓰레기를 버리러 집 앞에 잠깐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기 때문에 그 마음을 안다. 먼 길 마다않고 달려가면 ‘필요 없는 옷도 정리하고 돈도 벌어서 좋다’며 입소문을 많이 내주신다. 적은 보따리를 모아놓으신 분들도 소중한 고객이다.
- 수거한 옷으로 지난달 큰 행사를 했다고 들었는데…
자원 재활용에 관심이 많다. 수거한 옷을 분류하다 보면 텍도 떼지 않은 새 제품이 있다. 알뜰한 주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브랜드의 의류도 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공장에서 바자회를 계획하고, 지난달 처음 시행했다.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아무 홍보도 하지 않고 카페에만 공지했는데 이틀간 100명 정도가 다녀갔다.
앞으로 매달 바자회를 하고, 아나바타 장터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도 갖고 있다. 의류를 특화한 아나바다 장터를 정기적으로 열면 알뜰 주부들의 가정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풍족한 시대다 보니 비싸고 좋은 물건도 쉽게 버려진다. 내가 하는 일은 그 과정에 다시 한 번 생명을 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버려지는 옷에서 다시 한 번 의미를 찾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직업이지만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재활용, 환경보호의 의미를 크게 여긴다. 동시에 이 일을 통해 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수거한 옷들을 잘 분류해서 어려운 아이들이나 미혼모들에게 옷을 공급했다. 지난해 수해 때는 서울 침수 지역에 옷을 2톤 정도 보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을 꾸준히 할 생각이다. 나로 인해 버려질지 모를 좋은 품질의 옷이 유용하게 쓰인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
문의 : 헌옷클럽. 010-2433-0261. http://cafe.naver.com/wlghpapa(네이버에서 헌옷클럽으로 검색)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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