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회 - 우리 마을은 토요일이 즐거워!

지역내일 2013-03-03

지난해 고양시 주민자치센터 운영 평가에서 주엽1동이 최우수로 뽑혔다. 39개 주민자치센터 중에서 주민참여 활성화, 자치활동 홍보활성화, 자치공동체사업 활성화 등 7개 분야를 평가한 결과다. 주엽1동은 자치공동체사업을 비롯해 주민 동아리 운영, 주민의견 반영도와 주민자치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자치공동체사업인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꿈동산 공부방’(이하 토토즐 꿈동산)이다. 


초등·중고등·어르신이 참여한 주민 공부방
토토즐 꿈동산은 2012년 고양시 지역공동체 사업(마을가꾸기)의 일환으로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시 예산을 지원 받아 개설된 지역 주민 대상 공부방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초등 10명, 중고등학생 10명과 어르신 20여명을 대상으로 주 1회 강좌와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토요일 학생반, 수요일 실버반 수업으로 1회 4시간씩 진행됐다. 장소는 주엽1동 주민센터와 스타조인 음악학원, 주엽초등학교 운동장 등이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로봇제작·축구·한문·컴퓨터(이상 초등생), 드럼·기타·댄스·꿈동산교육(이상 중고생), 종이조형심리치료·건강이벤트(실버반) 등이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이 만든 공동체 사업에 대한 관심은 예상보다 높았다. 참여율이 가장 높은 반은 실버반으로, 26명 어르신들의 출석률이 82%에 달했다. 초등반 10명은 출석률 73%로 역시 높았으나 중등부 10명은 59%로 다소 낮았다.
토토즐 꿈동산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김순애 씨는 “매주 토요일 오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울 수 있고 간식까지 챙겨 주셔서 아무 걱정 없이 아이를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높은 참여율 자랑한 실버반
세 개 반에서도 실버반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주엽1동 황희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엽1동에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자녀들하고 같이 살지 않거나 홀로 지내는 분들이 많다. 주민들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어르신들은 외롭고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난히 태풍이 잦았던 지난여름, 실버반 어르신들은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도 아픈 몸을 이끌고 교육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어르신들은 종이조형 미술심리치료 시간에 색종이, 리본, 종이컵 등을 오리고 붙이며 약해진 손의 근육을 키우고, 자화상을 그리며 정체성을 확인하고, 옛 노래를 부르며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인근 식당에서 제공했던 무료 점심도 인기였다.
강선마을 10단지 최덕선 노인회장은 종이조형 프로그램을 더 배우기 위해 주민센터 문화강좌 종이조형 자격증반에 등록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12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이 나이에도 뭔가 할 수 있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강사자격증을 따서 동네 분들께 가르쳐 드리려고 한다. 내가 얻은 기쁨을 같이 누리시도록 도와드리고 싶다.”
주엽1동 전체 노년층에서 26명의 인원은 많지 않은 숫자였지만, 토토즐 꿈동산 프로그램은 노년기에 맞는 여러 문제를 지역 공동체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지 힌트를 줄 수 있는 활동이었다.


낙엽 모양으로 냇물이 흐르던 마을
2012년 토토즐 꿈동산 프로그램은 6월부터 9월까지 12주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이지만 주엽1동에는 많은 여운을 남겼다. 고양시 마을공동체사업에서 토토즐 꿈동산 프로그램이 창의공동체상을 받았고, 주엽1동이 최우수 주민자치센터로 뽑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2명의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은 이런 성과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다. 우선 올해에는 토토즐 꿈동산 교실을 실버반만 운영할 계획이다. 높은 참여율에서 보여준 노년층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노년 세대는 가족을 위해서 일하는 것만 열심히 살았지 자신을 위해서 퇴직 후 30~40년을 어떻게 살다 갈지 고민하거나 연습해보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고 자살 사고도 생기고 사회적인 문제잖아요. 자식들은 커봐야 자기 생활이 바쁘니 부모들이 느끼는 비애감도 많아요. 앞으로 조금 더 행복하고 나누는 삶을 살면서 즐겁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황희숙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장)
지금의 문촌마을 자리에는 자그마한 동산이 있었다. 그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을을 가로질러 한강으로 흘러가는 냇물이 보였다. 그 물줄기의 모양이 낙엽을 닮았다 해서 주엽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마을. 산세 좋고 물이 깨끗하던 예전의 모습은 간데없지만 훈훈하게 모여 살며 나누던 정은 되살리고 싶다. 그것이 주엽1동 마을 사람들의 바람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인터뷰- 주민자치위원회 사람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센터와 지역 주민간의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주민 자치 조직이다. 주엽1동에는 모두 22명의 주민자치위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연령대는 50대 후반부터 60대 초중반이 많다. 이들은 어떻게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게 됐을까.

황희숙 위원장
 “고양시에서 30년을 살았다. 능곡에 살다가 주엽1동으로 이사 왔는데 신도시가 생긴 후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많이 물어봤다. 등기소가 어딘지 시청은 어디인지 일러주다 보니 주변 사람들 눈에 띄어서 마을일을 하게 됐다. 제가 느끼는 불편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테니까 주민들한테 물어보고 개선점을 찾게 된다. 주민자치활동을 보람 있게 하고 있다.”

송광수 주엽1동 사회복지분과위원 
“주민자치위원 공개 모집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 모두들 사회에서 훌륭한 일을 하던 사람들이 와서 봉사하더라. 토토즐 꿈동산에서 손주 같은 애들이랑 어르신들 보면서 재미있고 유쾌했다. 봉사보다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은 것 같아 좋았다.” 

조상일 주엽1동 문화교양분과위원 
“주엽동에 이사온 지 20년 됐다. 당시 84kg이던 몸무게 때문에 조기축구회에 가입해 활동하다 동장님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다. 사회에서 영업 기획 분야 일을 했는데 마을일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활동했다.”

최영자 사회복지분과장
 “뭔지 모르지만 봉사하라고 권유를 받고 들어왔다. 복지관에서 설거지, 이미용봉사와 배식봉사를 추진하고 있다. 신기한 게 많고 이런 세계가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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