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역사체험
민주화의 진원지 부산을 담은 ‘민주공원’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주부 김아영(41·좌동)씨는 아이들 춘계방학을 맞아 좀 뜻 깊은 현장체험을 하고 싶었다. 먼 곳도 좋지만 가까운 우리 지역의 생생한 역사현장은 없을까? 고심 끝에 김씨는 부산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민주공원을 찾기로 했다.
민주공원은 민주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한 부산시민의 숭고한 민주정신을 기리고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1999년 10월 16일 개관된 열린 문화공간이다.
민주공원 내 설치된 ‘민주의 횃불’
4대 민주항쟁 기념·계승하는 민주공원
김씨는 민주공원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찾기는 처음이라 위치부터 시설까지 간단한 검색을 하다 조금 놀랐다고 한다.
“우리나라 민주화에 부산시민의 역할이 이렇게 컸는지 잘 몰랐어요. 중학교 2학년 때였죠. 교실에서 수업 중 메케한 최루탄 냄새가 났어요. 선생님은 아무말씀 없이 수업을 하셨지만 우리들은 그날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어요. 그날이 아마 1987년 대통령직선제 쟁취를 위한 6월 민주항쟁이었나 봐요.”
그때는 뭐가 뭔지 잘 몰랐던 김씨도 이제 세상이 뭔지 조금씩 배워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생생한 기억을 전달하며 광안대교를 달렸다. 그리고 부두길 끝 고가도로에 올라 바로 민주공원으로 이어지는 산복도로를 탔다. 생각보다 찾아가기 쉬웠다.
해운대에서 나고 자란 김씨 아이들은 부산의 오랜 역사를 저절로 체득하지 못했다. 조금은 낡았지만 전통과 추억이 묻은 산복도로를 달리며 아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항구도시 부산을 새롭게 바라보았다.
민주공원은 4대 항쟁인 1960년 4·19혁명, 1979년 부마항쟁,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월민주항쟁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기억이 벌써 역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새삼 감회를 느끼며 민주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상징적인 다양한 시설과 전시
산비탈에 웅장하게 선 건물과 우거진 숲이 김씨와 아이들의 눈길을 잡았다. 입구를 지나자 4·19혁명희생자 영령봉안소와 위령탑이 나타났다. 4·19 희생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부산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세워진 위령탑이라고 한다.
공원 가장자리로 일주도로와 산책로가 있어 차로 돌아 나올 수 있었지만 민주공원을 제대로 보기 위해 천천히 걷기로 했다. 김씨는 아이들 손을 잡고 공원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 추모조형물 앞을 지나 기념관 앞마당에 섰다. 계단식으로 세워진 독특한 공원이었다. 기념관 꼭대기 구조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횃불 모양을 연상시키는 이 구조물의 이름은 모양 그대로 ‘민주의 횃불’이라고 한다. 원통형의 열린 공간에서 올려다 보이는 공간 연출도 특이하지만 멀리서 바라보이는 모습도 특별했다.
김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기념관으로 들어갔다. 1층 로비에 전시된 민주항쟁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10개월간 그렸다는 이 그림은 일제강점기 항일투쟁부터 4·19혁명, 부마항쟁, 5·18,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한국근대사에서 민주화의 분수령이 되었던 현장을 기록화로 남긴 것이라고 한다. 김씨의 아이들도 아주 흥미롭게 보았다.
상설전시실에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지금은 상설전시만 있는데 행사에 맞는 기획전시도 있다고 한다. 기념관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었다.
그 외에도 극장, 민주주의자료보존실, 식당, 옥상휴게공간 그리고 기념관 뒤 작은 수목원이 있다.
제13회 어린이 책잔치 현장에서 학생과 부모들이 어울려 책을 읽고 있다.
부산근대역사가 담긴 복합문화공간
연간 30만명이 다녀간다는 민주공원에는 다양한 행사가 있다. 그 중에서 9월에 있는 어린이 책잔치는 전국 3대 책잔치 중 하나이다. 다양한 책 전시는 물론 각종 공연과 체험부스, 그림전시 등이 배치된다고 한다.
회원들을 위해서는 토요일 회원프로그램, 어린이날 가족 한마당, 연중 2회 초청공연, 회원기행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김씨는 “민주공원은 부산에 흔치 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 같다”고 말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민주공원을 알고 찾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공원이 부산의 근대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주변 지역과 연계된 골목길역사탐방, 원도심체험학습 등 민주공원을 중심으로 인근지역의 다양한 교육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환경이 잘 활용된다면 교육현장으로 손색이 없다.
부산 민주화의 성지와도 같은 민주공원은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의미가 충분하다. 이번에 김씨는 민주공원을 돌아보며 부산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들과 우리고장에 대한 대화를 가질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아직 부산민주공원을 모른다면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꼭 한번 가보자.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전국청소년 논술토론 한마당에 참가한 학생들
미니 인터뷰
부산민주화의 성지, 민주공원
민주공원 관장 박영관
사람들은 우리 부산을 민주화의 성지라고 합니다. 4·19에서 부마항쟁, 6월 항쟁 등 우리현대사에서 민주화의 바람이 불 때마다, 부산은 큰 기여를 했고 희생도 감내했습니다. 그러한 부산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장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만들어진 곳이 민주공원입니다. 민주공원에서 지금까지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민주공원의 행사와 사업은 시민여러분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갈 때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민주공원은 예산삭감으로 어려움에 처했지만 시민여러분들의 관심과 애정이 모여 부산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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