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주중학교 학부모가 주 위원인 소각로증설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는 동화기업 아산공장과 지난 8일 오후 2시 아산시 인주면 주민센터에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반대위와 동화기업은 1년 6개월여 간 소각로 분쟁이라는 진통을 겪고 양측의 의사가 반영된 협약식을 통해 손을 맞잡았다.
반대위는 동화기업이 제안한 인주중학교 발전 지원 프로그램과 이전 계획을 수용했고 동화기업은 반대위가 협약서 주요 내용을 작성하게 하는 요구를 수용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반대위와 동화기업은 기나긴 분쟁과 소모전이 아닌 지역과 기업이 상생하는 발전적 모델로 나갈 것임을 공표했다.
* 반대 대책위와 동화기업의 협약식. 인주중 반대대책위 김재길 위원장과 동화기업 김홍진 사장이 주민들의 숙원과 기업의 지원 내용을 담은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교를 이전하고 적극 지원하겠다” =
반대위가 동화기업과 체결한 협약의 주 내용은 지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인주중학교 발전 지원 프로그램 운영, 인주중학교 이전 적극 추진, 인주면 주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관리 검증 시스템 운영 등이다.
동화기업은 행정 기관이 인주중학교 이전을 최종 결정하면 동화기업이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을 협약서에 담았다. 일반 학교 지원과는 차별화된 다양한 체험 학습과 소수 학생 선발 장학 프로그램을 먼저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사후 환경 영향 평가 기준에 준해 공장 및 주변의 8개 장소에서 7개 분야 50개 항목에 대해 주기적으로 환경 측정을 실시한다. 오염 물질 배출 농도를 표시하는 전광판도 공장 앞에 설치해 학교 및 주민들이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한다.
반대위 김재길 위원장은 “동화기업이 제안한 설비 운영 방안 및 학교 이전안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가 이루어졌다”며 “이를 통해 주민들의 건강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지역과 상생하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동화기업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며 인주면을 비롯, 아산시와 충청남도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이번 협약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이들을 위한 전진과 양보 =
김재길 위원장은 “동화기업이 먼저 이전을 제안했다”며 “위원들과 수차례 논의를 통해 협약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환경적 측면은 환경운동연합의 자문을 구해 작성했으며 아이들의 건강권은 단대병원에 자문을 구해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약서 내용도 반대위 의견이 많이 반영돼 오염 물질 배출 농도를 표시하는 전광판 업체 선정권도 반대위가 확보했다”며 “학교 이전 전까지 창문을 열고 수업하기 어려우면 공장가동을 중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전 부지를 결정하지 않았고 이전하기까지 시일이 걸리겠지만 아이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를 이전한 후에도 동화기업과 함께 환경문제를 계속 관리할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화기업 김지영 홍보팀장은 “학교 이전과 관련해 반대위가 구체적 계획을 필요로 했으나 공장운영계획 확정이 늦어져 합의가 쉽지 않았고 시간이 걸렸다”며 “협상을 통해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연 것 같다”고 말했다.
* 인주이동시장실. 지난해 인주면에서 열린 이동시장실에서 복기왕 시장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발언하는 모습.
시의 지속적 관심이 도움판 역할 =
아산시는 반대위와 동화기업 간 원만한 협의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 아산시 홍보실 이모완 팀장은 “복기왕 시장이 관심을 갖고 중재 의지를 보여 문제해결을 위한 도움판 역할을 했다”며 “협약식이 있기까지 사태 해결을 위해 아산시가 주민들과 숱한 간담회와 면담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담당부서에 업무일지가 있을 정도로 행정력을 집중했다”고 전했다.
동화기업 김지영 홍보팀장은 “아산시와 충남도가 유기적인 공조 체제를 유지하며 동화기업과 지역 주민들 간 원만한 합의 도출에 큰 몫을 담당했다”며 “아산시가 지속적인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양쪽을 경청하고 지지부진한 면이 속히 진행되도록 최대한 지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길 위원장도 “시장님이 관심을 갖고 중재 의지를 보여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복기왕 시장은 “주민들 노력에 적극적으로 응원했을 뿐이다. 특히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지속했고 동화기업이 위법한 부분에 대해 인정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시가 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어 답답한 부분이 있었지만 결론이 잘 나서 정말 다행”이라며 “대화를 잘 끌어 협약식까지 마친 반대위와 동화기업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모든 관계기관, 긴밀한 공조 체계 유지해야 =
본 협약에 앞서 지난 1월 금강유역환경청이 동화기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최종 완료했다. 향후 동화기업이 충남도청에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승인신청서를 제출하면 충남도는 관계 법률에 저촉이 없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승인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동화기업 김 홍보팀장은 “관계법령을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실수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전체를 통합해서 담당하는 기관부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대위와 동화기업은 학교 이전 부지 및 과정은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고 많은 부분 상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청의 역할을 기대했다.
복 시장은 “현재 80% 진척율을 보이는 소각장 증설과정은 동화기업이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추인을 받으면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동화기업이 주민들과 상생하는 협약을 체결한 만큼 협약 이행여부에 대해 신뢰를 갖고 지켜볼 것”이라며 차후에도 관심을 놓지 않을 것을 내비쳤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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