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잘못된 과거행태 요구는 절대 수용 못해"

교육위원회와 잦은 갈등 "차라리 내 임기에 못해준다고 선언하라" 강경

지역내일 2013-01-22 (수정 2013-01-22 오전 10:13:23)

김승환 교육감은 취임 이후 아이들 중심의 교육정책을 추진한 결과 전북교육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특히 농산어촌 학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려 학습의 질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새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에선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대로라면 충돌할 우려가 없고, 오히려 학생 중심의 교육이 자리잡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와의 갈등과 관련해선 아쉬움을 표하면서 "잘못된 과거행태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 지난해 교육청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내 일은 내 권한과 책임하에서 한다'' ''전라북도 교육계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어디에 내 놔도 자신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전북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확립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학생들도 학교 다니는 게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아이들 얼굴에서 나타난다. 즐거움이 묻어난다. 현장방문에서 초등학생들이 나를 보자마자 ''방학숙제 없애줘서 고맙다''고 인사한다. 숙제 없다고 아이들이 그냥 노는 것 아니다. 자기 일을 한다. 학부모도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같다. 명절·스승의 날 즈음에 마음을 짓누르는 심리적 압박감 있었다.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대신 학부모들의 관심과 열정이 교육에 필요한 방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 활동이 돋보인다. 혁신학교는 물론이고. 학부모회가 자기 역할을 찾아나간다. 경기도와 서울교육청에서 전북 학부모들의 이런 활동을 알기 위해 다녀간다. 감탄하고 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 아이들 행복을 위해 학부모들 스스로 움직인다. 경기도나 서울시에서도 못하고 있는 일이다.




■ 긍정적 변화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을텐데.
내가 대학에서 헌법을 강의했다. 헌법학은 인권법학이다. 당연히 전북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나 교사의 권리에 관한 조례 등에선 선두주자로 나서야 했다. 그런데 선두는 고사하고 가장 보수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안타깝다. 중요한 사업들이 연이어 벽에 부딪혔다. 교직원수련원을 짓고 싶었다. 연찬이나 수련을 위해 타 지역 나간다. 예산유출이다. 이걸 흡수하고 연수효율성 높이려고 전북내에서 시도했다. 부안군에서 군유지 내주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교육위원회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중도이탈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공립형 대안학교를 추진했는데 이것 또한 교육위원회 벽에 막혔다. 




■ 교육위원회와 잦은 충돌이 나타난다. 교육청과 교육위원회 사이의 생각차이라고 하기엔 너무 잦은 것 아닌가.
수련원 문제 나오니까. 교육위에서 일부 위원이 ''2014년 말에 하자''고 하더라. 2014년은 교육감 임기가 끝나는 해다. 바꿔말하면 현 교육감 임기내에는 못하겠다는 말이다. 차라리 공식적으로 현 교육감 임기내에 못한다고 솔직하게 선언해 줬으면 좋겠다.




■ 간극을 좁히기 위한 시도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세간에선 교육감이 너무 뻣뻣해서 일이 안 풀린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각도의 폭을 좁히는 것은 아니다. 숙인다는 것은 과거 행태로 돌아가달라는 요구로 들린다. 그건 죽어도 못하겠다.




■ 교육감의 이데올로기는 좌나 우, 보수나 진보가 아닌 아이들이다라고 강조해 왔다. 이런 신념이 올해 교육정책에 어떻게 반영될까. 
나 개인의 삶을 돌아볼 때 ''보수로 살아왔다''고 보긴 힘들다. 그런데 교육감 자리에 와서는 머릿속에서 이데올로기가 사라진다. 정책을 고민하면서 일차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성장과 학습과 인격형성에 어떤 도움이 될까. 또 교원정책을 펼때 교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업전문성에서는 어떨까. 수용성은 어떤가. 일반직 인사를 실시할 때 업무의욕에 영향을 미칠까 등을 초점을 두는데 이데올로기가 들어갈 틈이 없다. 최우선순위는 아이들이다. 아이들 때문에 교사 교직원 교육감이 존재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자기들의 이익을 모두 후퇴시키자는 것이다. 
올해는 농산어촌 학교교육을 살리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 농산어촌 학교를 살리지 못하면 전북 교육은 불안해지고 지역의 미래는 없다. 농산어촌 교육전담팀을 두고 복식학급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겠다. 학생수와 무관하게 학년에 맞는 수업이 진행되도록 추진할 것이다. 학습의 질도 높여갈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 가운데 영어전문성이 높은 교사들 많이 있다. 해외 심화연수까지 받은 교사들이 역량을 펼칠 기회가 없다. 저소득층이나 농산어촌 아이들 교육을 이 분들이 돕는 방안을 찾을 것이다. 




■ 그만큼 교사들의 부담은 커지는 것 아니냐.
교사들이 갖는 부담의 핵심은 수업준비부담이다. 예전 재래식 수업방법을 쓰면 교원은 편하다. 5년전 꺼 하면 되니까. 그런데 아이들 학습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흥미 느끼는 수업을 하려니 힘들어 진다. 그런데 해야 한다. 요즘은 수학도 스토리텔링 기법이 동원된다. 모든 교과에 스토리 있는 수업이 진행되어야 지식이 휘발유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올해는 교원업무 경감모델학교를 지정한다. 공립 3곳 사립 1곳에서 운영해 보고 성과를 따져볼 것이다. 또 30학급 이상 87개 학교에 교육실무사를 배치해서 교사들을 도울 것이다. 
일반직도 철저하게 업무능력을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교육청에 와서 보니 교원직과 일반직간 괴리가 너무 크더라.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분리돼 있다. 교원직은 학생들 교육에 직접 관여 한다면 일반직은 교육과 무관한 직역이 아니고 이차·보충하는 역할이다. 일반직도 교육을 알아야 한다. 올 정기인사에서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다. 여기서 불협화음이 나면 학교의 에너지가 낭비되는 꼴이다. 호흡이 안맞는다면 서로 이별시켰다.




■ 교과부와 잦은 마찰이 있었다. 새정부에서도 되풀이 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라면 충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 정부 교육정책과 상반된다. 당선인 정책은 시장논리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교육논리로 가자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이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접근한다. 학급당 학생수를 조정하고 교원수를 늘린다고 한다. 현 정부는 교원수를 줄이는데 급급했다. 지나친 경쟁, 입시위주 경쟁교육을 지양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흐름에서 구체적 계획이 선다면 교과부와 충돌할 우려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교과부 관료들의 습성이다. ''교육은 우리가 한다''는 중앙집권식 사고방식을 깨야 하는데 당선인이 이걸 깰 수 있을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 재선에 도전할 것인지 궁금해 하는 시민들이 많다. 2014년에 출마하는가.
일전에 누가 비슷한 질문을 하길래 ''논어''의 구절 ''다문궐의(多聞闕疑, 많이 들어보고 미심쩍으면 제쳐둬라)''라는 말로 대답한 적이 있다. 진지하게 들어보려고 한다. 과연 이어가는 것이 필요한지, 당위적인 뭔가가 있는지 보고, 싫어도 해야 한다면 다시 도전하고, 그게 아니면 이것으로 접는다. 그렇다고 재선을 대비해 뭔가를 한다는 것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죽는다. 명분과 명예를 중히 여길 것이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무너지고 쓰러지는 그런 일은 안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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