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인 정희진(가명·초6)양은 엄마와 단둘이 산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는 저녁마다 돈을 벌러 나간다. 바쁜 엄마는 정양과 대화는커녕 볼 틈도 없다.
매일 밤 혼자 시간을 보내던 정양은 엄마의 담배에 손을 댔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시작했는데 어른들 흉내 내면서 계속 피웠어요. 혼자 있는 밤은 무섭고 쓸쓸해 더 피우게 됐어요. 담배가 안 좋다고 생각하지만 저도 모르게 손이 가요.” 정양은 훌쩍훌쩍 울었다.
정양처럼 호기심 때문에 흡연을 시작했다가 끊기 힘든 상태의 청소년이 충남에만 100명 중 12명이 넘는다. 가정과 사회가 돌보지 못하는 청소년들일수록 무방비로 담배에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흡연을 시작하고 있었다.
* 손으로 X자를 해보이며 금연을 권유하는 아산중학교 학생들과 교사들.
아산중학교는 소변검사 양성 반응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금연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금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수십 년간 흡연했던 교사들도 상당수 금연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사진 제공 아산중학교>
담배연기에 취한 청소년 =
아산시 보건소가 제공한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충남청소년 흡연율은 12.4%, 남자청소년 흡연율은 18.1%로 나타났다. 여학생 흡연율도 남학생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첫 흡연경험 평균 나이도 12.8세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7.1%는 매일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돼 청소년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은 청소년비행과 상관성이 높고 성인에 비해 건강에 미치는 피해도 심각하다. 특히 2012년 제8차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서 우울감이 큰 청소년일수록 흡연 음주 등 건강행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예일대 정신과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흡연량이 많고 어린 나이에 흡연할수록 대뇌피질 두께가 더 얇아져 언어능력 사고력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금연전도사로 통하는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는 “청소년은 성인보다 폐의 용적 자체가 작고 미성숙한 상태라서 독성물질의 피해가 크다”며 “자제력이 떨어지는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하면 성인이 돼도 끊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예방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 온양천도초등학교는 지난 9월 흡연예방 체험의 날 ‘스마트 SP리더 데이’를 운영했다. ‘SP리더’는 Smoking Prevention(흡연예방)의 약자다. 흡연자 폐 모형, 타르 모형 등 시각자료를 이용한 흡연의 문제점 설명과 학생들이 좋아하는 만화와 게임을 활용한 흡연 권유 대처 방법, 간접흡연 시 ‘싫어요!’라고 말 할 수 있는 방법 등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제공 온양천도초등학교>
“소변검사 때문에 금연했어요” =
이수철(가명·고1)군은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던 담배를 학교의 금연 프로그램에 의해 끊었다. “친구들 앞에서 매월 소변검사결과를 발표하면 부끄럽고 창피했어요. 흡연을 시작하면서 일명 문제아로 지낸 시절을 생각하면 엄마에게 너무 죄송해요.” 이군은 “어두웠던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천안시와 아산시 금연선도학교로 지정된 초·중·고교는 대부분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금연을 전제로 다양한 금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고교에서 소변검사를 통해 흡연학생을 가려내며 보건소와 연계해 집중적으로 금연을 유도하고 있다.
아산중학교 정헌채 학생부장은 “보건소의 도움을 받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금연하는 사제동행 금연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3년 전에 비해 흡연학생이 훨씬 줄었다”며 “요즘은 소변검사에서 양성을 나타내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천안시와 아산시 보건소는 흡연하는 청소년들에게 금연껌 향스틱 손지압기 비타민C 등 금연보조제를 제공하고, 금연침을 시술하거나 한의원에서 무료시술을 받게 하는 등 최대 6개월까지 상담을 진행해 금연을 유도하고 있다.
아산시보건소 이미자 금연담당자는 “보건소의 금연교실을 수강한 학생들은 72%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설문에 응했다”며 “하지만 흡연자가 있는 학교나 가정으로 돌아가면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가족 치료가 필요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가 금연하는 구조, 청소년 금연에 절대적 =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가정 내 간접흡연노출률이 39.6%로 아직도 상당한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천안시 서북구 보건소 문명순 건강관리팀장은 “어릴수록 예방효과가 크다. 금연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이 가정 내 흡연을 줄이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유치원 교사들에게 직접 금연교육 연수를 실시해 아이들이 빠짐없이 금연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 중에 있다”고 전했다.
천안시는 1월 안에 학교 주변 50m 이내를 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고시한다. 6월까지 계도하고 7월부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아이들이 자주 가는 PC방도 6월부터 전국적으로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며 열차 내 흡연도 1월부터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한다.
스마트폰 앱 ‘금연 매니저 SMOQUIT’과 ‘금연 다이어리’ 등을 이용하면 금연의지를 북돋고 금연결심을 지키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유석 교수는 “면적 150㎡ 이상의 중·대형 식당만 흡연과 비흡연구역을 나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공간이 좁은 곳일수록 간접흡연의 폐해가 크므로 학생들이 즐겨 찾는 분식집 및 소규모 식당에서 금연이 더 시급하다”며 “미국 10여개 주와 아일랜드 이탈리아 우루과이 등에선 식당은 물론 술집과 바에서도 금연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은 거리에서 흡연해도 벌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부모와 교사들이 금연해야 아이들에게 금연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금연교육을 받았어도 담배를 쉽게 구하고 부모 담뱃갑에서 한두 개비 빼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흡연을 되풀이할 수 있다”며 “성인흡연율이 떨어져야 청소년흡연율도 떨어진다. 아예 흡연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교육을 더욱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시 청소년 금연침 무료 시술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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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서북구 보건소 제공>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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