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잠실여고 김정은

‘꿈 이룬 나’ 상상하며 발명에 푹 빠지다

지역내일 2013-01-08

단발머리의 야무진 인상의 김정은양. 그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가방 안에는 각종 발명 보고서, 그동안 받은 온갖 상장들, 특허 출원서류 등 과학과 발명에 매료돼 치열하게 산 ‘김정은의 18년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온갖 발명대회, 캠프 참가하며 내공 길러
그는 고교 시절 내내 청소년 미래상상 기술경진대회, 대한민국 학생 창의력 챔피언 대회 등 국내 각종 발명대회에 출전해 크고 작은 상을 받았고 서울시과학전시관에서 운영하는 영재 발명반, 각종 발명캠프, 교내 과학 탐구 발명 동아리 등 온갖 군데 찾아다니며 발명 심화 교육을 받으며 ‘배움의 갈증’을 풀었다.
 “학교 게시판에서 모든 발명 대회, 캠프 정보를 얻었어요. 안내문 허투루 보지 않고 꼼꼼히 메모하며 하나씩 준비했지요.” 김양은 말한다. ‘한번 놓친 기회는 다시 잡기 힘들다’가 그의 좌우명. 일단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집요하게 파고든다. 
 “고교 입학한 뒤 무작정 과학 선생님을 찾아가 발명대회에 나가고 싶다며 SOS를 청했어요. 이런 인연으로 이종민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지요.” 생물 과목 담당인 이종민 교사는 사실 발명에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어린 제자의 눈에 비친 발명을 향한 열정을 꿰뚫어 보고는 코치를 자청하고 나섰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하며 온갖 인맥을 총동원해 대회 정보를 모았다. 김양은 선생님 도움으로 서강대, 서울대 연구실을 투어하며 최신 기자재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는 행운도 얻었다. “대학은 장비가 잘 갖춰져 있어 정교한 실험을 해볼 수 있어 좋았어요. 연구 조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학 생활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김양은 싱긋 웃으며 덧붙인다.
숱한 발명대회에 나가 큰 상도 받았지만 사실 떨어진 대회가 더 많았다. “낙천적으로 생각했어요. 상 못 받아 실망하기 보다는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해 다른 대회에 재도전했어요.” 이런 담금질과 뚝심 덕분에 끈기와 문제해결력이 차곡차곡 길러졌다.


온도센서 부착한 이어폰 개발해 특허 출원
김양이 발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레고 블럭에 열광했던 그는 손재주가 남달랐다. 그의 솜씨를 눈여겨 본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교육청 발명교실에 다니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우산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휴대폰용 1회용 배터리가 있으면 편리하지 않을까? 생활 속의 불편을 눈 여겨 보면서 아이디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샘솟았어요.” 중학교 다니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발명교실에 다녔다.
특히 고1 때 서울시과학전시관 영재교육원에서 운영하는 발명반 활동은 신나는 경험이었다. “이 분야의 내로라하는 스타 강사들이 번갈아가며 호기심 많은 우리들 지도해 주셨어요. 다들 스펀지처럼 새로운 지식을 흡수했고 여럿이 한 팀이 되어 갖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었어요.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이곳에서 배웠어요. 리더십, 팀워크, 창의성 같은 발명의 주요 덕목들을 또래들과 어울리며 익혔어요.”  


친구와 함께 청소년 미래상상 기술 경진대회에 6개월간 매달리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소중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어폰에다 귀의 체온을 감지하는 온도 센서를 부착해 자동으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전자기기를 개발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재미난 발상이었지만 막상 시제품을 만들려고 하니 막막했어요.”
대회 주최 측의 주선으로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와 연구 조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10여 차례 만나 함께 토론하며 설계도를 만들어 금형을 뜨고 완성품을 선보였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인터뷰 형식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독창성 점수를 높게 받았어요.” 여러 달 동안 공들여 준비한 덕분에 대회에서 동상을 탔고 특허출원까지 했다.
 “뿌듯했죠. 무엇보다 소통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PT를 하면서 아무리 뛰어난 발명품이라도 소비자에게 장점을 어필하지 못하며 사장돼 버린다는 걸 깨달았어요.”


국과수 연구원이 장래 희망
극성스러울 만큼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양의 장래 목표는 뚜렷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부 연구원. “운 좋게 경찰수사연수원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혈흔 등 범죄 현장의 작은 단서 하나로 과학수사기법을 총동원해 미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연구원들의 모습을 본 순간 바로 이거다 싶었죠.” 야무지게 답한다.
다이내믹한 고교 시절을 보낸 그는 앞으로 1년간 대입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화학과에 진학하고 싶어요. 당분간 공부에 올인할 생각입니다. 발명대회 준비 때문에 그동안 내신, 수능 준비에 좀 소홀했거든요. 끈기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 죽을힘을 다해 달려봐야죠.”라고 말하는 김양에게서는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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