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축하이벤트 봉사단 -내리사랑

할머니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생일파티~

지역내일 2012-12-31 (수정 2012-12-31 오후 4:27:00)

점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지고 있는 것 같다. 영통종합사회복지관의 어르신 봉사단 ‘내리사랑’의 할머니들을 만나자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활기와 열정이 전해진다. 낯설고 생소했던 분야였지만 더 나은 공연을 위한 교육과 연습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어르신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기쁨이요, 행복이란다. 오늘도 공연을 위해 멋쟁이 할머니들 출동!  

청아한 핸드벨, 재밌는 패널시어터, 신기한 마술까지 못 하는 게 없는 전문 봉사단
생일잔치가 한창인 영통어린이집. 알록달록 마련된 생일상 앞에 핸드벨을 들고 할머니들이 모였다. 생일축하노래와 크리스마스 캐롤이 멋들어지게 연주된다. 아이들은 신이 나 연신 따라 부른다. 김정주(68)·김기숙(69) 할머니의 패널시어터가 계속된다. 판 위에 등장인물들을 하나둘 붙여가며 동화가 이어지자, 아이들은 착한 토끼나 말썽쟁이 늑대가 되어가며 집중한다. 율동과 노래가 함께하니 흥미만점.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양월모(69) 할머니의 마술쇼가 펼쳐진다. 어, 손수건이 어디로 사라졌지? 주머니 속에서 또 뭐가 나올까? 신기한 마술이 보여 질 때마다 아이들의 환호성과 탄성은 높아만 간다. 호기심에 찬 한 개구쟁이는 기어이 나와 확인을 하는 열성도 즐거움을 더한다. 끝으로 생일을 맞은 아이들에게 할머니들이 풍선아트로 직접 만든 풍선을 선물하면서 공연은 막이 내린다.
오늘의 멋진 공연 주인공들은 2009년 결성된 영통종합사회복지관의 어르신 봉사단 ‘내리사랑’. 60세 이상의 할머니 20명이 보육시설 생일 축하이벤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할머니봉사단이라고 만만하게 봐서는 절대 안 된다. 핸드벨, 손유희, 구연동화, 마술쇼, 풍선아트 분야와 2012년에는 수원시여성발전기금 지원으로 패널시어터와 인형극을 추가했다. 전문교육에 정기모임을 통한 부단한 연습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명실공이 전문 봉사단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아이들과 교류하며 사랑에 푹 빠진 할머니들
할머니들이 ‘내라사랑’에 함께 하게 된 이유는 가지가지. 그러나 그 깊은 마음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김명자(71) 할머니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봉사도 하고 싶었는데 딱 맞았다. 너무 재미있고 보람차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아이들 다 키우고 남는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었다는 김정주(68) 할머니. 집에 있으면 몸이 아프기도 한데 여기만 오면 힘이 절로 나니 아이들이 보약과 다름없단다. 그 힘은 동화구연 지도자 자격증까지 따게 만들었다. 패널시어터 공연에서 보인 발군의 실력, 그냥 이룩된 것은 아니었다. 연희복(61) 할머니는 오카리나를 배워서 연주할 수 있는 인연으로 함께 한지 1년이 돼 간다. 공연을 위한 오카리나 연습이 친손주들과도 함께 노래 부르게 만든다고 흐뭇해 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이기에 힘든 점도 많았다. 김태순(70) 할머니는 2009년부터 함께 한 창단멤버.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설프고 힘들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한다. “특히 핸드벨 연주는 처음 해보는 거라 더 어려웠다. 3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하다 보니 단합도 잘 되고 웬만한 어려움은 함께 헤치고 갈 힘이 생겼다.” 음치라고 자처하는 김기숙(69)할머니는 율동과 노래가 왜 그리 힘들던지 애를 먹었단다. 마술쇼를 멋지게 펼쳐보였던 양월모(69) 할머니. 처음에 서먹해 하는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지게 만드는 마술이지만, 남모를 고충(?)을 털어 놓았다. 마술은 손기술인데 나이 탓에 손이 재빠르지 못해 눈치 빠른 녀석들에게 들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이 모든 것을 부단한 연습과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들이다.


소중한 할머니의 사랑을 전해주자 할머니와의 정이 새록새록~
내리사랑 할머니들의 시간은 남들보다 바삐 흘러간다. 매주 월요일 오후1~3시는 연습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매달 2번 정도는 보육시설 이벤트공연 무대에 서고, 1번은 노인성 질환을 앓는 어르신들에게 풍선아트 봉사를 한다. 20명의 회원 중 시간이 허락되는 할머니들이 공연에 참가하고 있어 따로 장기를 정하지 않고 모든 이벤트 분야를 함께 연습하다보니 더 바쁘다.
이벤트를 신청하는 유치원, 어린이집, 유아원 등 어디라도 방문하는데 영통동, 원천동, 호매실동, 광교 등 할머니들의 등장은 가릴 곳이 없다. 어딜 가나 환영받는 할머니들의 인기비결은 뭘까? 아이들이 좋아하고 호기심 가질 만한 것을 할머니들이 해 주니까 좋아하는 것 같단다. “풍선아트로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주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젊은 엄마들이 감탄하는 모습에 어깨가 절로 으쓱하기도 했다”고 김애분(61) 할머니는 행복한 경험을 들려줬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할머니와 교류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사랑과 정을 듬뿍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할머니들은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많은 긴장을 했지만 지금은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까지 지니게 됐다. 남다른 열의로 가득 차 있기에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기만 하다. 김기숙(69)할머니도 공연을 다니면서 구연동화자격증까지 땄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더해지고 있단다. 그림자극, 팝업북, 인형극 등 에 도전장을 내밀어 보고 싶어 했다. 시골에 내려갈 계획인 김정주(68) 할머니는 시골 어린이집에서 동화구연을 하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더 배우고 연습해서 멋진 공연을 하겠다는 할머니들. 한겨울 따뜻한 온돌방처럼 오래도록 지속되는 그들의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면 미리 전화(031-201-8317)로 신청해 보시라. 월2회 선착순으로 접수 받으니 할머니들의 멋진 공연을 보려면 서둘러야 할 듯하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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