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흉내 낸 범인 CCTV에 덜미

전주 백화점 협박범, 대포폰 쓰며 혼선 유도 … 경찰 그물망 수사에 무릎

지역내일 2013-02-18
지난 7일 설 연휴 직전 쇼핑객으로 붐빈 전주롯데백화점을 상대로 협박극을 벌였던 범인이 6일만에 붙잡혔다. (내일신문 2월 13일 20면)
경찰에 따르면 붙잡힌 백 모(45)씨는 범행 3주전부터 대포폰을 구입하는 등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썼지만 경찰의 그물망 추적을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찰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백씨는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4년형을 선고 받고 지난해 6월 출소한다. 전과 19범으로 4번의 실형을 산 그는 출소 후 골프연습장 등에서 일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백씨는 지난 1월 22일 대포폰 유통책을 통해 조선족 명의의 선불폰을 구입한다. 백씨는 당시 매형 명의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지만 또다른 대포폰을 사용해 유통책과 접촉하는 등 모두 3대의 휴대전화를 이용한다.
경찰은 백씨가 백화점측에  ''5만원권 10kg을 준비하라''고 요구한 것이 조선족 명의의 대포폰을 의식한 의도적 표현으로 보고 있다. 수사를 지휘한 전주완산경찰서 오재경 형사과장은 "돈을 요구하면서 금액이 아닌 무게 단위를 사용하는 것은 조선족 화법"이라며 "중국인 흉내를 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또 백화점 협박에 앞서 2월 4일 새벽 3시쯤 전주시 평화동 상가에서 소형 승용차를 훔쳐 7일 낮 전주효자추모공원에서 폭파 시킨다. 사전에 지역방송기자에게 폭파시연을 알리고 백화점측과의 협상에 나서줄 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백화점 협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백씨는 또 범행 당일 SUV 차량을 타고 백화점 주변을 이동 하면서 돈을 받을 장소를 변경한다.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이었다.
백씨의 이런 행각은 그러나 경찰의 수사망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경찰은 범행 장소와 인접 시간대에 사용된 70만 건의 통화기록을 확보해 백씨가 사용한 번호와 대조했다. 특히 소형 차량을 훔친 4일 새벽 상가 CCTV의 흐릿한 영상에서 백씨가 이용한 SUV 차종을 확인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백씨가 범행 당일 돈 받을 장소로 지목 했던 곳을 역추적해 7일 오후 4시 54분 전주시외버스 터미널 부근을 통과하는 SUV 차량 번호를 확보한다. 부근을 지나던 시외버스의 블랙박스에서 범행에 사용됐던 차량이 찍힌 것이다. 12일 차량번호를 확보한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차량수색을 병행 했고, 12일 저녁 11시 55분쯤 전주시 중화산동 주택가에서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발견한 뒤 백씨를 검거 했다.
전주완산경찰서 백용기 서장은 "상당히 지능적인 수법을 썼고, 연휴 기간이라 통화기록 확보 등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설 연휴를 반납한 직원들의 꼼꼼한 수사가 조기해결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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