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전후해 각 학교에서 졸업식을 거행하고 있다. 선생님 친구들과 이별을 아쉬워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향한 설렘에 들떠 학교 곳곳이 분주하다.
돌이켜보면 졸업식은 모범생 몇 명이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고, 후배의 송사와 졸업생의 답사가 있은 후 덤덤히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게 전부였다. 졸업장은 교실에서 반장이 나누어줬다. 그 안에서 슬픔과 설렘이 묘하게 교차하는 마음은 갈 곳이 없었다. 참지 못해 울음을 터트려도 그를 달래는 건 친구 몇몇뿐이었다.
하지만 달라졌다. 졸업식은 이제 몇 명만 주목 받는 행사가 아니라 축하하고, 의미를 나누는 모든 학생들의 잔치로 탈바꿈하고 있다.
* 동성중 졸업장 수여 장면. 교장뿐 아니라 담임교사 학부모 등이 졸업장을 건네고 있다.
담임교사들 노래로 졸업생들에게 무한 사랑 약속 =
대표적인 학교가 천안동성중학교(교장 유재흥)다. 동성중은 해마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졸업식파티’를 연다. 그 전통은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됐다.
지난 2일 진행한 졸업식은 의미를 되살리는 동시에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학생중심의 파티였다. 유재흥 교장은 “동성중학교는 변화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면서도 졸업식 본래의 교육적 의미를 되살릴 수 있도록 매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학생의 사물놀이 축하공연으로 시작한 졸업식은 형식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 속에서도 엄숙하고 진지했으며 또한 즐거웠다. 5개 학급 170명의 모든 학생이 졸업식의 주인공이 되도록 기획, 졸업생들은 자신의 사진이 스크린에 비치는 무대에 올라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장도 교장뿐 아니라 담임교사 학부모 등이 건네며 학교구성원이 모두 함께 참여했다.
관례적이고 지루하던 송사와 답사는 학교 방송반 ‘DBS''에서 자체 제작한 UCC로 대체했다. UCC는 재학생, 지역주민, 졸업생인 슈퍼스타 K4 유승우군, UN해비타트 국제학생디자인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졸업생 한준희양, 학부모 등의 축하 동영상 메시지로 구성, 선생님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아쉬움이 가득한 마음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교사들은 졸업하는 제자들을 위해 150만원의 스승장학금을 전달했다. 특히, 담임교사들은 학부모들과 함께 손을 잡고 무한 사랑을 약속하는 뜻에서 가수 박학기의 노래 ‘비타민’을 축가로 불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학생들 직접 졸업앨범 만들어 더 소중한 추억 =
이날 졸업생들이 받은 졸업앨범은 자신들이 직접 제작하고 편집한 소중한 기록이었다. 졸업앨범 <나침반>은 졸업생들이 한 페이지씩 차지해 자신의 연락처, 이메일주소, 부모님께 드리는 글, 부모님이 자신에 준 글, 유년기 사진, 중학교 시절 사진,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 자신의 그림이나 만화 등으로 꾸몄다. 3년 학교생활뿐 아니라 자신들이 뽑은 재학기간 중 국내외 10대뉴스, 베스트셀러, 연예인, 스포츠스타, 방송프로, 영화, 자신들이 아끼는 소품, 자신들과 인연이 깊은 지역의 이곳저곳 등도 내용에 포함해 아이들은 졸업앨범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졸업앨범을 만든 편집장 김은지 학생은 “3년 동안 사진을 찍고 직접 편집하는 작업이라 힘들었지만 직접 만든 졸업앨범에 대한 기대감과 보람으로 어려움을 잊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공간을 위해 교사들은 자리를 양보했다. 동성중 졸업앨범에서 이사장이나 학교장은 사진의 크기가 학생과 똑같다. 학생들을 배려하고 학생이 중심인 졸업식을 우선으로 했기 때문이다.
동성중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가 아이들의 졸업을 진정으로 축하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는 다양한 방식의 졸업식을 진행했다.
설화중(교장 조세연)은 지난 6일 있은 졸업식에서 타임캡슐 ‘꿈바라기’에 졸업생들이 스스로 제작한 미래의 명함, 15년 후 자신의 모습 등을 봉인했다. 타임캡슐은 15년 후인 2028년 2월 6일을 학교 방문의 날로 정해 개봉, 중학시절의 꿈을 회상하게 된다. 천안동중(교장 최재룡)은 지난 7일 졸업식에서 졸업생 288명 모두가 단상에 올라 교장, 담임교사와 악수를 나누며 격려의 말과 함께 졸업장을 받고 개개인의 비전을 담은 자료를 30년 후 개봉 예정인 ‘꿈 담기 타임캡슐’에 넣었다.
천안부성중학교(교장 조영종)는 지난 7일 졸업식에서 학생들 모두가 동영상으로 자신의 소감을 발표하고 단상에 올라 졸업장을 직접 받는 ‘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을 개최했다. 온양신정중학교(교장 오영순)는 지난 7일(목) 졸업식에서 졸업생 90여명이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줘 의미를 더했다. 의미를 나누는 졸업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졸업식은 시작보다 훨씬 아름다운 끝의 의미를 전한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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