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눈물의 의미 ‘신명주부학교’

아주 특별한 졸업식, 끝의 시작

지역내일 2013-02-12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배움의 때가 아닐까 싶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평생학습이라는 말이 점점 보편화되는 요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남동생이나 오빠에게 밀려 양보하느라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모인 곳이 있다. 바로 서울시 송파구 마천동에 위치한 신명주부학교다. 해마다 졸업식 때가 되면 철없는 어린 학생들의 알몸뒤풀이, 밀가루 뿌리기, 계란던지기 등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가운데 진정한 배움과 졸업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찾아 신명주부학교의 졸업식장에 가보았다.


배움을 통해 자신감 얻어
신명주부학교의 졸업식이 열리는 마천 청소년 수련관 5층 강당에는 입구부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졸업생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 이명희(가명? 69)씨를 만났다. 이씨는 5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배움의 때를 놓쳐 못 배운 한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았다고 한다. “어릴 때는 고향집 담벼락에 기대서 중학교 가는 친구가 입은 새하얀 칼라 달린 교복이 너무 부러워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그런데 신명 주부 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하나하나 모르던 것을 배우는 즐거움이 너무 커요. 비록 나이가 많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또 잊어버려 배우는 내용을 모두 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알게 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죠.” 열심히 공부한 결과 이씨는 당당히 중학교 검정교시에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고. 비단 이씨뿐만 아니라 신명주부학교에 다니는 많은 학생들이 대입검정고시에도 도전해 좋은 결과를 낳고 대학까지 입학해 장학금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은 배움을 통해 배움의 세계만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문까지 엽니다.
배움을 통해서 세상의 지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배우죠.”
국어 과목을 담당하는 교무부장 안현영 교사의 말이다. 학교에 오기 전에는 못 배웠다는 자격지심에 다른 사람의 말에 무조건 부정하던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자신감이 생겨 다른 사람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할 줄 알게 되더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배움의 장(場) 
신명주부학교는 1973년 신명 새마을 청소년 학교로 개교한 이래 1990년 부설 주부학교가 만들어지면서 제2의 신명 학교가 되었다. 공식 명칭은 신명실업고등학교 부설 주부학교이지만
다문화 가정의 한글교육까지 책임지고 초등교육 과정에서 남자들도 입학하는 요즘은 국적불분, 나이불문, 성별 불문, 장르불문으로 배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린 학교이다.
안 교사는 졸업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80대 노인이라도 열정이 있으면 젊음이고 청춘이지만 20대라도 열정이 사라지면 노인입니다. 부디 우리 학생들이 먼 당진에서 춘천에서 배움의 길을 가기 위해 이곳까지 달려오던 열정을 늘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늘 깨어 있어야겠지요. 영화나 연극도 보시고 여행도 다니시고 부지런히 책도 보고 누군가와의 만남도 이어가시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을 늘 열어두고 세상의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감동하는데 주저하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졸업생들을 보내는 아쉬움을 전한다. 


기쁨과 성취의 눈물
졸업식 식순이 진행되며 각종 상장과 표창장 수여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정혜순(67)씨는 초등 과정과 중고등 과정으로 나뉘는 교육 과정 중 중고등 과정 2년 동안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던 성실한 학생이다. 오늘은 2년 개근상장인 학교장상을 수상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에 나왔어요. 심지어 위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학교에 빠지지 않았어요. 그만큼 배움의 기쁨과 즐거움이 컸습니다.”
졸업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눈에 한가득 글썽이던 그는 아쉬움과 감사함이 교차한다고. “이렇게 무사히 졸업하기까지는 모두 선생님 덕분이라 감사하는 마음이 커요.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아홉 명 선생님 모두 한결같이 어려운 낱말은 하나도 안 써 가며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애쓰시고  결석한 학생이 있으면 일일이 전화해서 챙겨주셨어요. 그 열정에 못 미쳤다는 아쉬움과 중고등 과정 다음인 전문반을 못 가는 아쉬움이 있지만 저는 평생 공부할거예요. 학교를 통해서 세상에 나갈 용기와 자신감을 얻어 새 봄을 맞이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못 배운 한과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날을 배움으로 승화시켜 ‘나’자신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성취로 이룬 값진 기쁨의 눈물이었다.     


오현희 oio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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