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적막하다. 유난한 추위 탓에 쓸쓸함마저 감돈다. 개학과 더불어 왁자지껄 들이닥칠 아이들을 기다리며 학교는 겨울잠을 잔다.
하지만 천안부성중학교는 예외다. 겨울방학도 아랑곳하지 않고 체육관에 모인 학생들이 학교의 겨울잠을 깨운다. 천안부성중학교 럭비부 학생들은 찬 공기를 가르는 입김으로 체육관이 훈훈해질 만큼 연습에 열중한다.
* 부성중학교 럭비부 선수들
중학교 와서 처음 알게 된 럭비 “힘들지만 재밌어요!” =
천안부성중학교(교장 조영종)는 럭비부를 운영한다. 2007년 7월 창단한 럭비부는 2002년 논산 강경중 럭비부 해체 이후 충남에서 명맥이 끊긴 럭비부의 생명줄을 이었다.
럭비는 경기 자체보다 아버지와 아들이 집 앞마당에서 몸을 부딪치는 영화 장면으로 더 익숙하다. 몸을 부딪치는 경기모습을 보고 위험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경기를 통해 협동 인내 희생 등 ‘럭비정신’을 깨달을 수 있어 서양에서는 ‘신사의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스포츠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한 후 처음 럭비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승재(2학년) 학생은 “중학교 입학 후 코치님과 선배님 권유로 럭비를 시작했다”며 “중간 중간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럭비의 재미를 알 거 같다. 열심히 해서 연세대나 고려대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김범수 학생은 친구의 권유로 1학년 겨울방학에 럭비를 시작했다. 김군은 “초등학교 친구들의 경우 럭비를 전혀 모르는 아이들도 있어 그럴 때는 자세하게 설명해준다”라며 “어려울 때도 있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 진로로 잡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럭비부를 운영하는데 고민이 깊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 확충에 관한 부분이다. 축구 야구 농구 배드민턴 등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스포츠활동이 활발해 선수를 뽑기 쉽다. 하지만 럭비는 초등학교 때 접할 기회가 없다. 럭비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아이들을 선수로 뽑다 보니 마땅한 선수를 확충하기 어렵다. 비인기스포츠종목이라 외면을 받기도 한다.
현재 3학년이 졸업하면 럭비부에서 활동하는 학생은 아홉 명이다. 총 열다섯 명이 필드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여섯 명의 학생을 신입생 중 뽑아야 한다. 올해의 경우 신입생은 여섯 반으로 남학생은 그중 절반 정도다. 선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비인기 스포츠종목이라 외면? 오히려 진학에 유리! =
교사들은 인식을 달리해볼 것을 이야기한다. 부성중 럭비부 지도를 맡고 있는 조영철 부장교사는 “럭비는 반칙을 할 수 없는 신사의 스포츠인 동시에 공격 수비 패스 라인이 긴밀하게 협동해야 승리를 이끌 수 있어 교육효과가 크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 부장교사는 “부성중학교 럭비부에서 활발히 활동하면 오성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본인이 열심히 하면 단국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등의 스카웃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럭비가 비인기종목이라 꺼리지만, 많은 아이들이 하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 방면으로 진로를 고민할 경우 오히려 진학가능성은 더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부성중학교 럭비부를 거쳐 오성고등학교 럭비부로 진학한 3학년 학생의 경우 많은 대학에서 가능성을 점치고 눈 여겨 보고 있다. 훈련을 담당하는 오성고등학교 이재원 코치는 “럭비는 신체조건과 어느 정도 운동신경만 있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스포츠”라며 “초등학교 방과후활동이나 스포츠클럽 등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럭비를 경험해보면 더 크게 성장할 아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성중학교 럭비부를 위해 교내외의 지원이 함께한다. 부성중학교 럭비부를 향한 지역사회의 후원도 이어져 지난해 대학체육회와 골드윈 코리아(노스페이스 한국판매회사), 그랜드 슬램(노스페이스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장학금과 체육용품을 기탁했다.
조영종 교장은 “럭비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부딪치면서 정을 나누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스포츠”라며 “2011년 부임 당시 럭비부 운영이 어려운 것을 보고 활성화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 교장은 “지역사회의 협조도 많이 요청할 생각”이라며 “부성중학교 럭비부는 천안, 더 나아가 충남의 대표팀인 만큼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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