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인] 백경숙 백경야생화갤러리 대표

야생화 통해 인생 후반전 멋지게 열다

‘꽃 공부’ 후 야생화강사, 원예치료사로도 활동

지역내일 2013-02-05

‘서울 속 시골’ 마을인 강동구 서원마을에 자리 잡은 ‘백경야생화갤러리’. 벽과 천정을 유리로 꾸며 갤러리와 온실을 겸하고 있다. 미스김 라일락, 등대꽃, 덜꿩나무 등 정갈하게 이름표를 단 400개의 화분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기품을 뽐내고 있다. 세심한 보살핌과 사랑을 담뿍 받고 있는 흔적을 화분 하나하나에서 엿볼 수 있었다.
 주인장 백경숙 대표(60세)가 넉넉한 웃음으로 맞아준다. 야생화 문외한을 위해 그간 애지중지 키운 자식 같은 야생화, 나무 분재 화분들을 공들여 소개한다. “비비추, 패랭이꽃, 석창포는 흔한 식물이지만 보면 볼수록 예뻐요. 특히 석창포는 알싸한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오기 때문에 머리를 맑게 해주죠. 수험생이 있는 집에서 키우면 좋아요” 식물의 특장점을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 준다.


 교사에서 야생화전문가로 변신
 그가 야생화와 인연을 맺은 지 14년 째. 그전까지는 꽃 대신 아이들을 돌보았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1976년부터 신경여자실업고에서 상업을 가르쳤다. 24년간 교사로, 두 아이 엄마이자 아내로 종종 걸음 치며 살다보니 몸에 탈이 났다. 방전된 몸에 충전이 필요한 시점이 되자 과감히 학교를 사직했다.
 건강을 추스른 후 ‘생산적인 취미’를 찾던 중 때마침 야생화가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어린이대공원 시민분재교실에 등록, 꽃과 나무를 새록새록 알아가는 재미에 눈 뜨게 되었다. “분재, 야생화, 꽃꽂이 여러 분야 전문 강사를 두루 만났어요. 수강생 중에도 오랫동안 식물을 가꿔온 재야의 고수가 여럿 있어 그네들 쫓아다니며 이론과 실습을 두루 익혔죠.”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외골수로 10년 넘게 흙하고 벗하며 지낸 세월 덕분에 전시회를 열고, 교육생을 가르치며 갤러리까지 운영하는 야생화 전문가로 성장했다.
-교사에서 원예가로 주위의 부러움 살만한 인생이모작이네요.
“운 좋게 40대 후반에 인생의 재발견을 한 셈이죠. 우리 나라에서 ‘분재 1세대’인 김은희 선생 쫓아다니며 많이 배웠어요. 국내외 현장답사도 숱하게 다녔지요. 무엇보다 온갖 야생화를 내 손으로 키우며 특징, 재배 할 때 유의 사항을 꼼꼼이 기록하며 오감으로 익힌 시간들이 큰 자산이죠.”
-비용 투자를 많이 했나요?
 “원래 알뜰하고 손재주는 좀 타고난 편이죠. 꽃시장 나가서도 마음 속에 정한 ‘3만원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켰어요. 정성껏 가꿔서 지인들과 서로 교환하면서 야생화 가짓수를 늘려나갔지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렇게 많아졌네요. 그래도 이 가운데 들이나 산에서 캐온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 그건 내 신조입니다.”


야생화 분재 키워 갤러리 오픈
-4년 전 갤러리를 열게 된 계기는?
 “국내 유명 수목원, 식물원부터 유럽의 왕실 정원들, 캐나다 부차드 가든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곳들을 많이 둘러봤어요. 자꾸 욕심이 생겨 이것 저것 작업하고 싶은데 아파트라 한계가 있었죠. 식구들을 설득해 강동구 서원마을에 터를 사서 집을 지으며 1층에 갤러리를 열었죠. 일부러 집 담장을 없앴어요. 길 가던 사람도 통창 너머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그러다 관심이 생겨 꽃구경 하러 안에 들어올 수도 있죠. 갤러리는 늘 오픈되어 있고 차도 대접합니다. 다만 야생화 작품은 오랫동안 키워 자식처럼 정이 들어 따로 판매하지는 않아요.”


야생화강사, 원예치료사로 활동 
-활동분야가 다양하네요.
“물싸리, 오공구루마, 무늬구절초, 둥글레, 꽝꽝나무... 수백 종의 야생화 분재를 키운 노하우를 많이들 궁금해 하더군요. 교사 경력을 살려 강의를 개설해 보라는 권유를 줄곧 받았어요. 그래서 인근의 비닐하우스를 빌려 야생화교실을 열었어요. 식물 특징부터 어울리는 화분 고르는 법, 가지치기 요령 등 이론과 실습을 함께 가르쳐요. 강동구청 제안으로 지난해부터는 주민 대상 강좌도 열지요. 올해는 2월말부터 시작해요. 비비추, 블루베리 등 6종의 분재 화분을 만들 겁니다. 선사문화축제 기간 중에는 분재 전시회도 여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일들이 계속 생기네요. 즐겁죠.”
-원예치료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수강생 중에 유방암 수술 후 바깥 출입을 잘 못하는 분이 계세요. 그래도 거실에 앉아 화분과 눈 맞추며 속내를 털어놓으면 마음이 평온해 진데요. 이처럼 식물은 힐링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2009년 건대 평생교육원에서 이 분야를 공부했죠. 요즘엔 노인요양원에서 치매노인들과 원예치료 가운데 하나인 식물 가꾸기 수업을 하고 있어요.”
-‘색다른 서원마을’을 꿈꾸고 계시다면서요.
“개인적으로 64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원마을에 애착이 많아요. 특히 서울시로부터 휴먼타운으로 지정된 후 외지에서 견학을 많이 와요. 우리 동네를 일본 오미야 분재촌처럼 꽃이 있는 전원 마을로 가꿔보자고 반상회 때 아이이어를 냈죠. 강동구청에도 제안했고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마을사람들끼리 뜻을 모아 첫발을 떼보고 싶습니다.”
 60대 청춘 박 대표는 야생화처럼 수수한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에 품은 포부를 털어놓았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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