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공부 어떻게 해야 하나?

지역내일 2013-01-29

[연재순서]
1. 이과 수리논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2. 문과논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3. 논술교육 허와 실, 논술 학원 판별법


2014년도 대입 모집인원 37만9,514명 가운데 논술 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은 53.2%에 달한다. 내년에 대학에 들어갈 신입생 2명 중 1명은 논술로 대학을 가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대학별 고사와 다름없는 논술 전형의 비중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논술 시험에 대한 정보 부족과 몰이해로 자신에게 논술 전형이 유리한지, 논술 공부를 한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논술을 접해보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흔한 오해는 ‘논술은 글 잘 쓰는 것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논술은 빼어난 표현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유려한 문장과 당양한 표현이 이른바 글 자체의 품격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보장할 수는 없다. 논술은 무엇보다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지문을 통해 밝혀내는 ‘텍스트 이해력’이 더 중요한 시험이다. 아무리 빼어난 글을 써 낸다 해도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잘못 이해하거나 지문에 나오는 내용을 오판하면 그 글은 동문서답한 글이 된다. 대학에서 채점할 때 이런 글은 첫 문단만 읽힌다. 논제에서 벗어난 글은 평가조차 받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논술 전형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텍스트에서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기존의 수능에 나오는 지문보다 논술 지문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인데다가 객관식처럼 몇 가지 보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글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이같은 텍스트 이해력을 높이는 첫 걸음은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는데서 출발한다. 논술 전형이 10년 넘게 시행되면서 대학들의 입맛에 맞는 일정 범위의 논술 주제라는 것이 존재한다. 매년 이 대학 저 대학 돌아가며 반복해서 출제되는 주제도 있을 정도다. 또 아는 만큼 이해력이 높아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폭으로 사고를 한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고해도 인문학과 사회학, 경제학 등은 그 경계가 때로는 모호하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몇몇의 지식을 갖고도 다른 분야의 개념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물론 하나의 개념을 이해하더라도 보다 심층적으로 습득할 때 가능한 얘기다. 개념의 정의만 외운다거나 적당히 객관식으로 나올 때 맞힐 수 있는 정도로만 이해했을 경우 다른 분야로 이해력이 확장되기는커녕 해당 분야에 대한 논제가 조금만 비틀어져 나와도 학생은 혼란에 빠진다. 논술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얘기는 “학교에서 배운 적은 있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 한다”는 말이다. 논술 시험도 교과서에서 한번이라도 언급된 내용이 출제된다. 하지만 객관식 경쟁을 위해선 굳이 심층적인 내용까지 다룰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논술에서 다루는 주제를 익힐 때는 출발점에서 모든 개념을 심층적으로 다시 배워야 한다.
이해력과 함께 갖춰야 할 것은 융통성이다. 논술은 ‘맞다’ 또는 ‘틀리다’를 주장하는 글을 쓰지 않는다. 1번 문제에서는 장점을 쓰라고 했다가 2번 문제에서는 똑같은 내용을 비판하라고 하는 게 논술이다. 가르쳐 보면 의외로 자신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개념에 대해 비판하라고 하면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납득되지 않으면 글로 쉽게 표현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자신과 다른 상대 의견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나가 맞으면 나머지 모두가 답이 아닌 객관식 시험에서 결과가 좋았던 모범생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융통성은 가능한 수많은 논리를 접하고, 누군가 그 논리들을 치열하게 납득시켜줘야만 길러진다.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 그 너머의 세상이 있다고 믿을 때 융통성은 서서히 자란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표현력이다. 누가 읽어도 자신이 뜻하는 바를 오차 없이 전달되게 하는 정확한 글쓰기가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또 이해한 바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해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이렇게 그 학생의 언어로 완전히 재구성된 답안은 높은 이해력이 바탕이 됐다고 보고 높은 점수를 준다. 이같은 능력은 오직 훈련과 지도, 반복 연습밖에 답이 없다.

박문수 원장
전 일간지 기자
현 이지논술 문과원장
이지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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