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가 밭에서 금방 따온 채소에 된장만 넣고 쓱쓱 버무려 주던 반찬은 왜 그토록 달기만 했을까? 우리 토양이 길러냈던 재료와 어머니 손맛의 거룩한 조합은 송풍가든 차영화 대표에게는 평생 떠나지 않는 맛이 됐다. 그 맛이 고스란히 배어든 음식들이 이제 우리에게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계속되는 음식과의 인연에 관심을 더해가다
“레드와인은 육류와 잘 맞아요. 포도의 보라색은 ‘안토시아닌’으로 지방을 분해하기 때문에 육류와 곁들여지면 환상의 궁합이 되는 거죠.” 현대적 감각으로 리모델링한 가게 안의 와인저장고를 의아해 하자 이어진 차 대표의 영양학 강의다. 육류와 가벼운 레드와인 한잔, 건강을 부른단다. 음식 재료 하나하나의 영양과 역할을 듣다 보니 잘 먹은 음식하나가 충분한 보약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런 영양학 강의는 가정교사 경력에서 뿜어 나오는 전문성. 어머니의 토속적 밥상이 건강 음식에 대한 첫걸음이었다면, 전공과 교사생활은 학문과의 접목을 이뤄냈다. 아무렇게나 차려진 듯해도 한국인의 밥상에 숨어있던 영양학적인 진면목은 놀라움이었다. 음식에 대한 관심도 점점 깊이를 더해갔다.
그러다 80년대에 남편을 따라 스페인에 5년 동안 거주하게 된다. 요리와 음식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됐다. 미식가들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 스페인에서의 날들은 새로운 요리에 눈뜨기에 충분했다. 특히 관심이 많이 간 것은 샐러드. 갖은 샐러드와 드레싱을 먹고 보고 직접 만들어 보곤 했다. 한국음식과는 사뭇 다른 그네들의 요리법을 알고 싶어 귀찮을 정도로 묻고, 주방까지 따라 들여가 보기도 수차례 했단다. 한국에 돌아온 후엔 지인들에게 스페인에서 익힌 요리를 선보이면 그 맛에 다들 감탄사를 연발했다. 연이은 음식과의 인연들이 오늘의 그를 서서히 만들어 내고 있었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송풍가든에 건강음식을 뿌리내리다
송풍가든은 장안구 송죽동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자리에서 어언 19년째 수원양념갈비의 명성을 잇고 있다. 차 대표는 수원과의 첫 대면은 ‘아픔’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갑작스레 남편의 일이 잘못돼 생활수준이 하루아침에 변하자, 서울을 떠나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그래도 아이들은 서울로 학교를 다녀야하니 수원이 눈에 들어왔죠.”
하지만 운명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 놓는다고 했던가? 어린 시절부터 내공을 쌓은 남다른 입맛에 전공으로 갈고 닦은 영양학적 지식, 스페인에서의 요리에 대한 관심이 모든 것이 결합해 ‘송풍가든’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처음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자본이 없는 터라 집을 짓는 것부터 ‘빚’의 무게를 감내해야만 했다. 내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손님상에 놓을 수가 없다는 확고한 철학은 화학조미료 없는 음식을 강조했다. 그러자 얼마 못가 망할 것이라며 조리사들이 떠나갔다. 1997년 IMF로 전국이 위기감에 휩싸였던 즈음, 차 대표는 역으로 믿어주는 직원들과 음식철학을 굳건히 밀고 나갔다. 된장, 간장, 천일염 등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양념만으로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입맛에 맞지 않아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손님에게 일일이 영양과 우수성을 설명하며 버텼다. 점차 소문이 나고 사회분위기도 웰빙을 중시하면서 그의 음식철학은 옳았음을 인정받게 된다.
“우리집 손님상에는 토양과 작물의 영양 상태를 정확히 분석해 필요한 양분만을 공급해 균형영양 상태에서 기르는 PC(Plant Clinic)농법으로 키운 작물이거나 고향인 산청이나 남해 등지에서 깐깐하게 엄선된 재료만 오릅니다. 그 재료들에 우리 고유의 양념으로 요리를 완성시키니 맛과 영양은 확실하죠.” 화학조미료가 많이 든 외식이 각종 성인병을 불러일으키는 주범이라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는 요즘, 믿음이 팍 생긴다. “음식은 건강을 주고, 건강은 행복의 보루예요. 손님들이 만족할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눈빛이 반짝반짝 해 질 수밖에 없답니다.”
지역을 위한 봉사와 정직한 경영, 수원여성의 표본이 되다
차영화 대표는 늘 바쁘다. 송풍가든 경영 외에도 하는 일들이 많다. 수원양념갈비축제협의회 회장을 7년간 역임하다 지금은 고문으로 있다.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갈비축제를 회원들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공동으로 진행하도록 바꾸었죠. 모두 즐겁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축제에 동참하고 있어요.” 수원양념갈비 축제는 전국의 관심을 받고 있는 수원의 대표축제. 차 대표가 흐뭇해 할만도 하다.
바른 먹거리를 위한 환경운동에도 참여한다. 1999년부터 한국농수산대학 특장과 교수를 은사로 모시고 PC농법 공부를 시작했다. 귀농귀촌대상자들에게 PC농법을 강의하며 농산물이 우리 건강의 기본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식품관련기업, 호텔 등을 대상으로 시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식품과 건강에 대한 강의도 열심이다. 몇 년 전에는 모기업의 김치에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맛을 내는 방법을 조언했다. 강의를 계기로 유명 호텔 조리장과 교류하면서 서로의 요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매달 1회 독거노인들에게 갈비탕을 대접하고, 1년에 2번씩은 노인잔치를 열며 지역봉사를 하고 있다. 주민센터를 통해 독거노인 후원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며 역량이 되는 한 조금씩 실천을 늘릴 것이라는 차 대표다.
이런 여러 활동들로 2012년 수원시 여성상을 수상자로 선정됐다. “원칙으로 정해 놓은 길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만 한다고 자기와의 싸움을 계속했죠. 나이 70이 다 돼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너무 기뻤답니다”며 감회에 잠겼다.
역경과 싸워가며 살아온 선배로서 차 대표는 조언을 건넨다. “어떤 분야를 하더라도 먼저 자신의 관심과 소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그 후에 장인정신으로 무장하고, 고통을 인내할 각오가 돼 있어야 성공에 다가설 수 있어요. 또 하나, 나를 속이지 않는 정직함이 떳떳한 승리자를 만듦을 명심하세요.”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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