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사동에 개관한 안산평생학습관 1층에 가면 커피를 마시기 전부터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흐뭇한 카페가 있다. 그곳은 바로 값싸고,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주는 청년 바리스타들의 카페 ‘나는 카페’이다. 이곳 바리스타들은 발달 장애 1~3급을 가진 장애 청년들이다.
그들은 커피 만드는 웃음 바이러스
소문난 커피를 마시려고 나는 카페를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먼저 평생학습관을 찾아야 한다. 학습관 1층에 들어서도 카페의 입간판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의 인내심을 가지고 찾으면 조그맣게 달린 ‘나는 카페’라는 글씨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49평의 널찍하고 아늑한 실내 분위기에 입이 딱 벌어진다. 그 다음은 상냥하고 밝게 인사를 해오는 순진한 얼굴들로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카페에서 만난 청년 바리스타들, 김미정(27), 강미진(27), 이동환(26), 김정직(24). 이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바로 마시기도 전에 웃음을 짓게 하는 이곳의 웃음바이러스들이다.
김미정 씨에게 재미있냐며 질문을 던져봤다. “너무 재밌어요. 모르는 것도 많이 배우는 거 같고, 이곳에 와서 친구들하고 있는 것도 재밌어요” 한다. 미정 씨가 제일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라떼’ 종류다. “라떼를 만들 때는 되도록 우유거품을 적게 내서 만들어야 맛있어요”라고 말하는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그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수줍어하는 표정은 감추지 못한다.
함께 일하는 동갑내기 강미진 씨는 다운증후군이다. 그녀 역시 무슨 말을 건네도 너무 수줍어한다. 미진 씨의 집은 광명이다. 멀어서 출퇴근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광명에서 지하철타고, 버스타고 오면 힘들지 않아요. 여기 오는 게 더 좋아요”란다. 미진 씨가 제일 잘 만드는 차는 ‘녹차’와 ‘아메리카노’이다.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데 계속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이동환 씨. 카페의 분위기 메이커다. 활발하고 적극적이다. 동환 씨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예전에 2개월간 커피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배우는 속도가 더 빨라져서 기분이 좋아요. 일하는 것도 처음에는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부끄럽지도 않고 겁도 안 나서 마음이 편해요. 저는 카푸치노와 더치커피를 잘 만들 수 있어요.”
동환 씨가 알려주는 더치커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찬물이나 우유에 타서 먹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막내 바리스타 김정식 씨. 그는 자폐를 가진 청년이다.
다름도, 차이도 없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이들이 말이 통하지 않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청년들은 비장애인들과 소통이 가능하며 약간의 배려만 있으면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카페 매니저 황미진 씨는 “저는 이들의 일에 그리 많이 관여하지 않아요. 주방과 서빙의 전반적인 것을 아이들에게 맡깁니다. 조금 실수 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조차도 그냥 참고 지켜봅니다. 이곳 손님들도 그런 부분에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편이예요. 하지만 제가 조금 신경을 쓰는 부분은 카운터 쪽이지요. 아직 그 부분은 좀 어려워해서요”라며 웃는다.
카페는 작년 11월 1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다소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평생학습관을 오가는 이용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보니 아직은 카페 이용객 수가 그리 많지 않다.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 2000원, 녹차 2000원, 라떼 3000원으로 대부분의 커피가 3000원을 넘지 않는다.
카페 한 켠에는 서재처럼 꾸며진 서가가 있고, 마루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카페 중앙에는 포스트잇에 글을 적어 붙일 수 있는 ‘사연 나무’가 꾸며져 있다. 각양각색, 이용객들의 사연들이 꽃잎처럼 달려 있다. 원목으로 꾸며진 카페의 분위기는 부드럽고 순한 네 명의 바리스타들과 잘 어우러진다.
이곳에서 만난 네 사람은 다름도, 차이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날은 미진 씨가 만들어준, 이들을 닮은 부드러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한윤희 리포터 hjyu678@ naver.com
나는 카페는
나는 카페는 2012년 3월부터 경기도와 한국마사회가 지원하여 학교를 졸업한 장애 청년들을 전문 바리스타로 양성하여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프로젝트 사업이다. 현재 경기도 내 안산1호점이 있고, 구리시청내 2호점이 있다. 나는 카페의 `나는’은 ‘I am’이라는 의미와 ‘fly''(날다)의 두 가지 의미로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청년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꿈을 향해 세상에 나와 비상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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